심원섭기자 |
2025.08.07 12:39:16
12·3 비상계엄 관련해 조은석 ‘내란 특검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을 ‘내란 수괴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한 가운데 ‘김건희 특검팀’이 부인 김건희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지 하루 만인 7일 구속영장 청구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尹-金 부부 ‘동시 구속’ 가능성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김씨는 지난 6일 자신의 여러 의혹들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검팀에 피의자로 출석해 11시간 가까이 대면조사를 받았으나 수사 대상 혐의가 워낙 방대한 데다, 대체로 김씨가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특검팀은 그를 다시 소환할 필요 없이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특검팀에 출석할 때는 취재진 앞에서 “국민 여러분께 저같이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심려를 끼쳐서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수사 잘 받고 나오겠습니다”라고 말한 후 조사실로 향했으나 이후 11시간여만인 이날 오후 9시경 특검팀 사무실 1층에 마련된 취재진의 질문에도 포토라인을 별다른 발언 없이 귀갓길에 올랐다.
이날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명태균 공천개입 의혹(정치자금법·공직선거법 위반 및 뇌물수수), 건진법사 청탁 의혹(알선수재) 순으로 캐물었으나 김씨는 진술을 거부하지는 않았지만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특검팀은 김씨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을 인지한 정황이 담긴 육성 통화녹음 파일을 제시하며 캐물었지만, ‘주가조작을 몰랐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파일은 지난 6월 서울고검이 미래에셋증권 측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확보한 것으로 김씨와 미래에셋증권 계좌 담당 직원 간의 약 3년간 통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으며, 김씨가 ‘계좌 관리자 측에 40%의 수익을 주기로 했다’는 내용의 육성도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이어 특검팀은 김씨가 지난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회의 참석차 스페인을 방문했을 때 착용한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를 재산 신고 내역에서 뺀 혐의(공직자윤리법 위반)에 대해서도 신문했으나 김씨는 “이 목걸이는 15년쯤 전 모친에게 선물한 모조품이며, 순방 때 이를 빌려서 착용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실제 조사는 오전 10시 23분부터 오후 5시 46분까지 7시간 23분가량 이뤄져 오전에 1차례 10분간, 오후에 3차례 총 50분간 휴식 시간을 가졌고 오전 11시 59분부터 오후 1시까지 이어진 점심시간에 김씨는 미리 준비한 도시락을 먹었으며, 오후 조사 이후에는 귀가할 때까지 이날 신문 내용이 기록된 조서를 열람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 측에서는 부장검사급 인력과 속기사가, 김씨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조사실에 들어갔다. 김씨와 민중기 특검 간 별도 ‘티타임’은 없었으며, 신문 과정에서 수사팀은 김씨를 ‘피의자’로 호칭했고, 일각에서는 이날 오후 9시 이후 심야 조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으나 심야 조사를 하려면 당사자 동의가 필요했으나 특검에서 김씨 측에 제안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조사 대상 혐의가 방대하고 김씨가 이를 대부분 부인하는 만큼 김씨를 다시 소환해 2차 대면 조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으나 증거인멸 우려가 커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전·현직 대통령 모두를 통틀어 영부인이 수사 기관에 피의자 신분으로 공개 출석한 것은 김씨가 처음으로 남편인 윤 전 대통령도 구속 상태인 상황에서 외신들은 긴급 보도하면서 “전직 대통령과 영부인이 동시에 구속되는 사상 첫 사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이터통신은 6일(현지시간) “김 여사가 ‘저같이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며 “한국에서는 전직 대통령의 가족이나 대기업 총수 등을 수사기관에 불러 조사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들은 종종 이와(김 여사의 사죄) 비슷한 형태의 유감 표명을 한다”고 전했다.
AP통신은 “김 여사가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말했다”며 “그에 대한 혐의는 윤 전 대통령의 정치적 위기 시작과 맞물려 있는 중대한 사건이다. 일부 정치평론가들은 김 여사에 대한 의혹이 커지면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발동한 것이라고 해석한다”고 강조했다.
AFP통신은 “특검이 김 여사에 대한 조사를 종료한 직후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라며 “영장이 발부되면 전직 대통령과 영부인이 동시에 구속되는 사상 첫 사례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오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보수 성향인 윤 전 대통령은 겉보기에는 평범한 여야 간 대치 국면 속에서 돌연 졸속으로 권력 장악 시도를 감행했다”며 “일각에서는 이런 행동이 그의 부인에 대한 각종 의혹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일본 언론들도 일제히 김씨의 검찰 출석 뉴스를 긴급 송고하면서 NHK방송은 “김 여사가 여러 의혹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아 왔고 이날 한국의 영부인으로선 처음으로 포토라인에 섰다”며 “이같은 조사는 여러 차례 더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수사 당국은 김 여사와 무속인(건진법사)의 관계, 명품가방 수수 의혹, 주가조작, 공천개입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