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25.08.06 12:11:37
윤석열 정부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던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가운데 소위 ‘KBS(한국방송공사)법’이라고 일컫는 ‘방송법’ 개정안이 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체제의 ‘제1호 법안’인 방송법은 이날 본회의에서 전날 오후 4시 1분 시작된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를 친여 성향의 군소 야당과 함께 표결을 통해 강제 종료 직후 국민의힘 의원들이 표결에 불참한 가운데 곧바로 표결에 부쳐져 재석 180명 중 찬성 178명, 반대 2명으로 가결됐다.
이에 방송법 개정안은 이재명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국무회의를 거쳐 1987년 방송법 제정 이후 38년 만에 공포되며 아울러 ‘더 강한 민주당’을 표방한 민주당 정 대표 체제에서 처음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1호 법안’으로 기록됐다.
앞서 유사한 개정안이 지난 2023년 11월 9일과 2024년 7월 30일 등 두 차례에 걸쳐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으나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모두 거부권을 행사하는 바람에 법안은 공포되지 못하고 좌절된 바 있다.
따라서 이날 방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이 법이 대통령 공포를 거쳐 시행되면 KBS 등 이사회가 국회 교섭단체와 관련 학회·변호사 단체 등의 추천을 받은 이사들로 3개월 내 새로 구성되는 등 공영방송의 지배구조에 큰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특히 지금까지 낙하산으로 내려온 KBS·MBC·EBS 등 공영방송 사장 임명을 위해서 100명 이상 국민으로 구성된 사장 후보 국민추천위원회가 구성되며, 위원회 구성을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할 수 있게 됐으며, 특히 연합뉴스TV·YTN 등 보도전문채널은 교섭 대표 노조와 합의를 거쳐 사장 추천위원회를 설치·운영하도록 돼 있다.
또한 지상파·종합편성채널·보도전문채널 방송사는 모두 회사 측과 직원 측이 같은 비율로 추천한 위원으로 편성위원회를 설치해야 하며, 편성위원회는 편성규약을 심의·의결하며 방송편성책임자를 제청한다.
우선 KBS의 이사 수가 기존 11명에서 15명으로 늘어나고 이사 추천 주체가 변경되며 그리고 종전 방송법은 ‘이사는 각 분야의 대표성을 고려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했으나 새 방송법이 시행되면 방통위의 이사 추천권이 사라지는 대신 국회 교섭단체(6명), KBS 시청자위원회(2명), KBS 임직원(3명), 방송미디어 관련 학회(2명), 변호사 단체(2명) 등이 추천하는 사람을 대통령이 임명하게 된다.
따라서 방통위의 임명 제청 절차가 있겠지만, 법률상 KBS 이사 정원과 국회 교섭단체 등 추천기관의 추천인 수가 15명으로 동일해 추천된 후보가 사실상 그대로 이사로 제청되고 임명될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추천된 후보가 결격사유가 없음에도 대통령이 14일 이내에 임명하지 않는다면, 임명된 것으로 간주한다.
한편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 대책회의에서 방송3법을 ‘방송 장악 3법’으로 규정하고 “공영방송을 없애고 민주당 정권의 기관방송을 만들겠다는 의도”라며 “사실상 공영방송 소멸법”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이어 송 비대위원장은 “지금 필리버스터가 진행 중인 방송법의 진짜 의도는 KBS 사장과 보도국장을 이재명 정권의 입맛에 맞는 사람으로 임명하겠다는 것”이라며 “‘방송 장악 3법’은 이재명 정권의 독재를 알리는 서곡”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송 비대위원장은 “‘방송 장악 3법’은 헌법상 언론의 자유를 명백히 침해하고 있다”면서 “민주당이 끝내 여야 합의를 무시하고 법안을 강행 처리한다면 위헌법률심판 청구 등 모든 법적 가용 수단을 동원해서 저지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