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극항로 개척과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 논의 등 해양경제 관련 이슈가 잇따르면서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BJFEZ)의 전략적 가치가 다시 조명받고 있다. 국제정세의 불확실성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동남권 경제벨트의 중심축인 BJFEZ는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대한민국 경제 도약의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유럽, 아시아, 미주 등 다양한 지역의 정부기관과 글로벌 기업들이 BJFEZ를 직접 찾고 있다. 독일 중소기업연방협회(BVMID), 주한 EU 대사, 일본 국토교통성, 미국 플로리다국제대학교, 중국 후베이성과 대만 타오위엔시 등 다국적 방문단이 BJFEZ의 발전 전략과 물류·제조 인프라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는 단순한 관심을 넘어 실질적인 투자로 이어지고 있으며, BJFEZ는 국제적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선택받는 경제공간’으로 위상을 다지고 있다.
특히 북극항로 개척과 해양수산부 이전이 동시에 추진될 경우, BJFEZ는 동북아 해양물류의 핵심 축으로서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맞게 된다. 북극항로는 기존 수에즈 운하보다 항로가 약 30% 가까이 짧아 연료비와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는 대안 항로로 부상하고 있으며, 그 주요 기착지로서 BJFEZ가 주목받고 있다. 여기에 해양수산부가 수도권에서 부산으로 이전하게 되면 해양정책의 중심이 수도권에서 동남권으로 이동하게 되며, BJFEZ는 해양경제 전략의 실질적 거점이자 대한민국 해양정책의 심장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박성호 부산진해경자청장은 “지난 20년간의 발전을 ‘BJFEZ 1.0’ 시대라고 본다면, 이제는 세계 해양경제권의 전략적 중심이 될 ‘BJFEZ 2.0’ 시대를 열어가야 할 때”라고 밝혔다. 그는 북극항로 개설과 해수부 이전, 가덕신공항과 진해신항의 완공이 BJFEZ를 세계 해운물류 중심지로 변화시킬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BJFEZ는 부산항 신항을 중심으로 웅동·북컨·서컨·남컨 등 약 870만㎡ 규모의 항만배후단지를 개발·운영 중이며, 개발률은 98.7%에 달한다. 그러나 고도화된 물류기능과 북극항로 대응을 위해서는 경제자유구역의 확장이 절실하다. 실제로 지난 2월, 부산 강서구 화전동 일대의 트라이포트 복합물류지구(약 2.79㎢)와 진해신항과 연계한 경남 창원시 진해구 일대 항만배후단지(약 6.98㎢)가 국토부의 지역전략사업에 선정되며 확장 기반이 마련됐고, 가덕도 신공항과 연계한 공항복합도시 개발도 계획 중이다.
세계 경제자유구역들과 비교해도 BJFEZ의 확장 필요성은 명확하다. 경남도 전체 면적보다 작은 두바이에는 이미 30개가 넘는 경자구역이 운영 중이며, 아부다비의 KEZAD는 550㎢ 규모로 한국 전체 경자구역 면적의 두 배에 달한다. 수도권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하면서도 제조업 중심 벨트의 핵심에 자리잡고 있는 BJFEZ의 확장은 국토 균형발전과 국가 산업구조 재편의 열쇠가 될 수 있다.
이러한 확장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도 필수적이다. BJFEZ는 물류 중심지에서 고부가가치 제조·복합물류 거점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고도제한 및 임대면적 제한 완화 등 규제 혁신에도 힘쓰고 있다. 최근에는 미쓰이소꼬코리아의 482억 원 규모 증액투자와 스마트 물류센터 설립이라는 가시적인 성과도 이끌어냈다.
관세청과의 협업을 통해 자유무역지역 내 제조 시 ‘제품과세’나 ‘원료과세’ 방식을 도입함으로써, 기존에 제조업 유치를 가로막았던 관세 장벽도 해소됐다. 이는 단순 물류기능을 넘어 고부가 제조 기반을 확보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그러나 여전히 개선이 필요한 규제도 많다. 외국인 투자기업에 한해 5년간 임대료 감면이 가능하다는 현행 규정은 추가 투자를 계획 중인 기존 입주기업에는 역차별로 작용할 수 있어, 항만 자유무역지역 임대료 감면 조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한 물류업 조세감면 범위를 경자구역 전체로 확대하고, 토지 공급 방식을 더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관련 시행령 개정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편, BJFEZ는 현재와 미래를 잇는 산업 전략에도 집중하고 있다. 현재의 먹거리 산업으로는 생두(커피콩), 콜드체인 부품, 수소에너지, 선박 기계부품, 로봇 부속품 등 5대 전략 품목을 집중 육성하고 있으며, 이는 지역 산업 생태계 고도화와 외국인 투자 유치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향후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글로벌 스탠다드형 경제특구 모델 구축과 함께, 행정·MICE·물류·기업입주 기능을 복합한 ‘미래융합지원센터’ 조성, 자율운항·해양로봇·스마트항만 실증이 가능한 ‘해양디지털 실증도시’ 조성이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 경자청의 전략이다. 이러한 3대 과제는 향후 국정과제로 반영될 수 있도록 정부 및 관련 부처와의 협의가 요구된다.
박성호 청장은 “BJFEZ 2.0 시대가 도래한 지금은 전략을 설계하는 단계를 넘어 실행하는 단계로 전환해야 할 시기”라며 “앞으로 이곳을 찾을 많은 사람들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도시 기능과 인프라를 하루빨리 리모델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BJFEZ는 부산·경남·울산을 잇는 동남권 경제벨트의 핵심이자, 수도권 일극체제를 해소하고 국토 균형발전을 이끌어낼 불씨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