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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IT)야기] 냉랭한 IT업계…식히는 기술에 꽂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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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선명규기자 |  2025.06.11 09:37:34

삼성전자, 냉매 없이 시원한 냉장고 개발 ‘신호탄’
가전뿐 아니라 반도체 등 다양한 분야서 활용 가능
LG전자, LGU+와 AI데이터센터 열 잡는 기술 실증
냉각 기술 발전하면 에너지 효율 올라가고 친환경적

 

삼성전자와 존스홉킨스대학 연구팀이 개발한 나노 박막 펠티어 소자와 고효율 펠티어 냉장고 (사진=삼성전자)

“대한민국은 IT강국”이란 말은 이제 잘 쓰지 않습니다. 당연하게 여기는 이유가 가장 클 텐데요. 그만큼 국내 정보통신산업은 급속도로 성장하며 세계에 이름을 날려 왔습니다. 날로 고도화되는 기술, 이를 바탕으로 탄생한 혁신적인 제품들이 증거입니다. 그리고 그 수많은 결과물에는 반드시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IT 이야기’, 줄여서 [잇(IT)야기]에서 그 설을 풀어봅니다. <편집자주>


 


얼굴이 홧홧합니다. 한낮 땡볕이 그악스럽습니다. 타는 목마름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문을 여닫습니다. 한여름 냉장고는 참으로 소중한 장치입니다. 해갈의 샘이나 마찬가지거든요. 잠깐 외출에도 몸이 한껏 달아오르기 일쑤인데 그럴 때 냉수를 찾아 득달같이 달려가는 곳이 냉장고입니다. 내 몸의 열을 식히려는 열망으로 툭하면 찾곤 하죠. 그런데 역설적입니다. 조심하지 않으면 다른 대상이 더워질 수 있거든요.

냉장고에는 냉매라는 화학물질이 들어있습니다. 주위의 열을 흡수해 온도를 낮추는 성질을 지니고 있는데요. 폐기 과정에서 냉매가 대기에 누출되면 오존층을 파괴해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주의를 기울이면 냉매가 방출되는 불상사를 예방할 수 있지만 찝찝함을 완전히 지우기는 어렵습니다. 시원한 냉장고를 누리려다 지구를 데우는 건 아닌가 싶어서요.

 

지난달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데이터센터월드(Data Center World) 2025’에서 모델들이 AI 데이터센터 액체 냉각 솔루션인 CDU(Coolant Distribution Unit; 냉각수 분배 장치)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LG전자)

 


뜨겁다, 지구도 데이터센터도



조만간 의심과 걱정을 약간은 덜어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의미 있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존스홉킨스대학교 응용물리학연구소가 산학협력을 통해 진행한 ‘차세대 펠티어 냉각 기술’ 연구 논문이 지난달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게재됐는데요. 냉매 없이도 시원한 냉장고를 만들 수 있다는 게 주요 내용이라 관련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설명을 보시겠습니다. 펠티어(Peltier) 냉각은 펠티어 반도체 소자에 전기를 가하면 한쪽 면은 차가워지고 다른 면은 뜨거워지는 효과를 활용한 기술입니다. 친환경적이고 비화학적인 차세대 냉각 방식이란 점에서 눈길을 끕니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삼성전자 삼성리서치 라이프솔루션팀 연구진과 존스홉킨스대 응용물리학연구소 라마 벤카타수브라마니안 교수 연구진이 참여했습니다. 연구팀은 세계 최초로 나노 공학 기술을 활용해 ‘고효율 박막 펠티어 반도체 소자’를 새롭게 개발하고 이를 활용한 고효율 펠티어 냉장고를 실증했습니다. 냉매 없는 냉장고 시대의 개막을 암시한 셈입니다.

상용화는 예상보다 빠를 수 있습니다. 논문에 따르면 고효율 펠티어 냉각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펠티어 반도체 소자의 냉각 효율이 중요한데요. 연구팀은 기존과 완전히 다른 반도체 박막 증착 방식의 생산 공정을 도입해 기존 대비 냉각 효율을 약 75% 향상시키고, 소형화·경량화도 동시에 달성했다고 합니다.

특히 새롭게 개발된 펠티어 소자는 자원 효율성과 양산성 측면에서도 강점이 증명됐습니다. 새로운 생산 공정 적용이 되면서 소자 개발에 사용되는 펠티어 소재가 기존 대비 약 1/1000 수준에 불과해 경제성과 친환경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는 설명입니다.

펠티어 냉각은 보다 큰 가능성을 갖고 있습니다. 증기 압축 방식에 비해 빠르고 정확하게 온도 조절이 가능하기에 냉장고 등 가전제품 뿐만 아니라 반도체, 의료기기, 전장, 데이터센터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LG유플러스 직원이 AI 데이터센터 액체 냉각 솔루션인 LG전자 CDU를 테스트하고 있다. (사진=LG유플러스)

 


유용한데 발열 어쩌나…액체 냉각 솔루션으로 ‘찬물’



요즘 IT업계에서 뜨거운 곳이 있습니다. AI 데이터센터(이하 AIDC)인데요. AIDC는 대규모 데이터 처리와 고성능 연산을 위해 다수의 CPU(중앙처리장치)와 GPU(그래픽처리장치)를 사용하는데 이 부품들은 ‘고발열’이란 특징이 있습니다. 기존 데이터센터보다 더 많은 전력을 소비하고 발열량도 증가해 ‘잘 식혀야’ 하는 딜레마를 안고 있는 셈이죠.

이런 상황에서 LG전자와 LG유플러스는 AI 데이터센터(이하 AIDC) 액체 냉각 솔루션 시험 운영에 들어갔습니다. LG전자가 최근 LG유플러스의 초대형 인터넷데이터센터(IDC) ‘평촌2센터’에 액체 냉각 솔루션인 냉각수 분배 장치(이하 CDU; Coolant Distribution Unit)를 공급한 건데요. 발열량이 많은 AI 서버 환경에서 CDU 성능을 테스트하며 AIDC 맞춤형 액체 냉각 기술의 고도화를 추진하기 위해서입니다.

액체 냉각 솔루션은 CPU, GPU 등에 냉각판을 부착하고 냉각수를 흘려보내 직접 열을 식히는 방식입니다. 공간은 적게 차지하고 에너지 효율은 뛰어난 것이 특징입니다.

LG전자는 자신합니다. CDU에 자사 ‘코어테크’(핵심 부품 기술력)를 적용했기 때문인데요. 먼저 가상센서 기술이 적용돼 주요 센서가 고장나더라도 펌프와 다른 센서 데이터를 활용해 고장난 센서 값을 바로잡아 냉각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작동시킨다고 합니다.

또한 펌프에 고효율 인버터 기술을 적용해 상황에 따라 필요한 만큼 냉각수를 내보내 에너지 효율을 높였습니다. 물을 사용하는 냉각 방식의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민감성 높은 누수센서도 적용했고요. 이번 실증을 시작으로 AIDC 냉각 솔루션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인 만큼, LG전자는 무던히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한여름으로 접어들면서 IT업계는 이렇게 냉각 기술 경쟁으로 냉랭해지고 있습니다. 각자 추진하는 기술 개발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친환경과 에너지 효율이란 두 토끼를 잡을 수 있으니 기대가 됩니다. 뜨거운 경쟁이 시원한 결과를 가져올지 기다려집니다.

(CNB뉴스=선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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