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 목소리’ 보이스피싱 분석해 차단하고
‘그리운 목소리’ 순직 소방관 음성 되살려
AI 기술 고도화로 음성 분석 능력 올라가
수천 억대 보이스피싱 사기 피해 막기도
테크놀로지의 발전이 눈부십니다. 하루만 놓쳐도 따라잡기 빠듯할 만큼 빠릅니다. 어렵다는 편견마저 있어 거리감이 느껴집니다. [테크크]는 편한 뉴스를 지향합니다. IT, 전자, 게임 등의 소식을 보다 접하기 쉽게 다듬고 정돈해 전합니다. 웃으며 가볍게 보셔도 좋습니다. <편집자주>
“엄마 아빠, 잘 지내셨어요?
남자가 쾌활하게 입을 떼는 순간, 울음은 속절없이 터져 나온다. 세상 가장 애틋한 말에 승객들은 짐짓 눈물을 참지 못한다. 지난 9일 ‘마음 치유 여행’을 위해 일본으로 향하는 비행기에는 순직 소방관의 부모 17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이날 기내 방송을 통해 음성 편지를 전한 이는 지난해 1월 경북 문경시 공장에서 화재를 진압하던 중 순직한 고 김수광 소방장. 김 소방장은 자신의 부모와, 동료들의 부모로 구성된 탑승객에게 당부한다. “우리는 부모님의 자식으로서 누구보다 자랑스럽고 용감했던 소방관이었잖아요. 자식들 생각은 잊으시고 즐겁고 행복하게 지내다 오세요.” 짧지만 따스한 위무에 기내에는 이내 박수갈채가 쏟아진다.
손에 잡힐 듯 그리운 목소리를 완벽하게 구현한 쪽은 LG유플러스다. 자체 개발한 AI 음성합성(TTS, Text-To-Speech) 기술을 썼다. 제약을 극복한 결과다. 일반적인 AI 기술로 사람 목소리를 생성하려면 수백에서 수천 문장에 달하는 음성 데이터를 학습해야 했다. 까다롭고 지난한 작업이었던 것이다.
LG유플러스는 한두 문장만으로 분석과 학습이 가능케 했다. 이어 텍스트를 입력하는 것으로 목소리와 억양을 재현할 수 있게 했다. 김 소방장의 고유한 발음, 억양, 음색, 말투 등은 그렇게 복원됐다.
비행기에 띄운 이번 프로젝트는 LG유플러스가 공공안전종사자와 그 가족을 지원하기 위한 활동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기획됐다.
이명섭 LG유플러스 ESG추진팀장은 “순직 소방관들이 자랑스러운 자식으로 기억되고 이들의 부모님에게도 위로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며 “AI 기술로 밝은 세상을 만들고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달갑지 않은 그 목소리는 ‘음소거’
통신사들의 음성 분석 기술이 곳곳에서 긴요하게 쓰이고 있다. AI의 발전 영향이 크다. 가장 각광받는 분야는 보안이다. 특히 달갑지 않은 ‘그놈 목소리’, 보이스 피싱을 막는 방책이 통신사들 사이에서 두터워지고 있다.
SK텔레콤은 이상탐지 통합 솔루션을 금융권 고객 보호 강화 솔루션 ‘SurPASS’에 탑재하고 IBK기업은행 보이스피싱 모니터링시스템에 적용했는데 성과가 컸다. IBK기업은행이 솔루션 정식 도입에 앞서 약 2주 동안 진행한 사전 테스트에서 총 26건의 보이스피싱 피해를 예방한 것이다. 이때 막은 금전적 손실은 약 5억 9000만 원. SK텔레콤은 해당 솔루션을 자사 AI 서비스 에이닷(A.)의 전화 서비스에도 적용해 보이스피싱 의심 번호가 걸려올 경우 경고 메시지를 띄우고 있다.
음성 공해 수준인 보이스 피싱에 재갈을 물리려는 노력은 속속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KT가 발표한 인공지능(AI) 기반 보이스피싱 탐지서비스 상용화 이후 2개월간의 운영 데이터 분석 결과를 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KT는 지난 1월 22일 서비스 개시 이후 ‘주의’, ‘위험’ 등급으로 탐지된 보이스피싱 통화 중 확인 가능한 1528건을 분석했다. 그 결과 탐지 정확도는 90.3%에 달했다. 이 중 392건(25%)은 경찰청의 보이스피싱 블랙리스트 또는 검찰·경찰 사칭 사례로 확인됐다. 알림 기능이 실질적인 피해 예방에 효과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더불어 KT는 정부가 발표한 2024년 보이스피싱 건당 평균 피해액 약 4100만원을 기준으로 환산 시, 약 160억원 규모의 피해 예방 효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했다.
경찰에 분석 정보 제공…공조자 역할 톡톡
공조자 역할도 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고객피해방지 분석시스템을 통해 보이스피싱 조직이 유포한 것으로 분석된 악성 앱 5090건을 포착하고 관련 정보를 경찰청에 전달했다.
경찰청은 피해 의심 고객의 거주지를 방문해 현장에서 악성 앱을 삭제하는 등 구제활동을 펼쳤다. 공조의 파급력은 컸다. 손잡은 결과, 약 2087억 원의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은 것으로 추산되기 때문이다.
이밖에 LG유플러스는 고객피해방지 분석시스템 솔루션으로 불법 발신번호 변작(변조 및 조작) 패턴을 포착하고 범행에 활용된 단말기 식별번호(IMEI)를 추출해 경찰에 전달하고 있다. 범죄 조직의 위치를 알리고 번호 차단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LG유플러스 측은 “지난해 1만 7000여 건의 단말기 통신이 차단되는 등 보이스피싱 예방 성과를 냈다”고 밝혔다.
(CNB뉴스=선명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