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불빛 꿈만 같네. 파란 물결 속절없네”
‘내 주식 우상향’ 욕망, 트로트 뮤비에 담아
유머 넘치지만 솔직하고 의미심장한 메시지
작곡·노래·특수효과 등 ‘AI 툴’ 활용해 제작
‘K-팝’부터 ‘K-푸드’에 이르기까지 한류가 글로벌 시장을 석권하면서, 문화가 대한민국을 이끄는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영화, 드라마, 게임, 웹툰, 문학에 이르기까지 이제 ‘K 콘텐츠’는 세계인의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런 흐름에 편승해 국내 기업들도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생산해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이에 CNB뉴스가 ‘아트’에 푹 빠진 기업들을 연재하고 있다. 이번 편은 삼성증권의 뮤직비디오 이야기다. <편집자주>
“올라라 내 주식아. 떨어지면 내 맘도 무너져.”
삼성증권이 최근 공식 유튜브 채널 ‘Samsung POP’을 통해 공개한 트로트 뮤직비디오 ‘우상향 인생’의 가사 중 일부다. 투자자들을 응원하기 위해 신나는 트로트 가락에 영상을 입혔으며,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했다.
‘우상향 인생’은 27일 현재 조회수 105만 뷰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 11일에 처음 업로드 되었는데, 공개 10일 만에 100만 뷰를 달성하며 관심을 받았다. 뮤비를 활용한 이벤트, 촬영장 비하인드, 댄스 등 관련 영상을 모두 합하면 총 조회수가 230만 뷰에 이른다.
삼성증권 유튜브 계정에서 뮤직비디오를 살펴보니 주식 투자의 아픔과 슬픔, 행복감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반짝이는 연보라색과 파란색 원피스 드레스를 입은 젊은 여성이 등장해 통통 튀는 트로트 멜로디에 맞춰 흥겨운 노래를 부른다.
이 여성은 “주식 한 번 잘못 샀더니 내 계좌는 눈물 바다야”라며 “빨간 불빛 꿈만 같았네. 파란 물결 속절없구나”라고 호소한다. 이어 “올라라 내 주식아. 떨어지면 내 맘도 무너져”라며 “이제는 mPOP를 다운받아 제대로 투자해”라고 강조한다.
주식 투자의 어려움을 상기시키는 가사도 인상적이다. 여성은 “뉴스 보고 차트도 보지만 알 수 없는 주식시장 요지경이네. 삼라만상 천태만상 그런 게 투자야”라며 “애인도 투자도 신뢰가 중요해. 꾸준한 우상향 행복한 내 투자”라고 노래를 불렀다.
또한 반복적으로 삼성증권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앱인 ‘mPOP’을 사용해보라고 권유했다. “국장도 미장도 어려우면 답 없지”라며, “국내와 미국 증권 시장에 대한 설명과 사용이 쉬운 ‘mPOP’이 최고이니 다운로드 받아서 제대로 투자하라”고 뽕짝 리듬으로 노래 불렀다. “투자는 내 인생, 수익은 내 사랑”이라면서 “엠팝 팝 팝 팝”이라고 반복적인 후렴구로 MTS 사용을 강조했다.
특수효과도 흥미롭다. 노래방이나 클럽에서 볼 수 있는 반짝이는 동그란 설치물이 돌아가며 빛을 내뿜고, 가사에 맞게 바닷물이 쏟아지는 모습이 표현된다. 우주, 화산, 팝콘, 드럼 연주, 돼지, 소, 폭죽, 풍선, 파인애플 등의 모습도 유머러스하게 등장한다.
천사의 날개를 달았던 가수가 텔레비전 화면 속에서 뉴스 앵커처럼 등장하기도 하고, 밤하늘에서 떨어지는 혜성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기도 한다. 우리나라와 미국 증권 시장의 모습도 잠시 나오고, 미국 금융가인 월스트리트의 상징물인 황금색 황소가 불을 내뿜는 모습에서는 절로 웃음이 나온다.
뮤비 통해 주린이·MZ세대와 소통
‘음치도 살려내는 AI’라는 제목의 영상에서는 회색 플라스틱 의자에 앉은 여배우를 볼 수 있다. 스태프가 뮤비에 출연하는 여배우 옆으로 AI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폰을 가져가자, 노래를 청아하게 부르는 듯한 모습이 나온다. 스튜디오에서 여배우가 가벼운 춤을 추고, 마이크를 들고 립싱크를 하며 뮤비를 촬영하는 비하인드 영상이다.
동작을 흉내낼 수 있는 댄스 영상도 있다. 뮤비에 등장하는 여배우와 남자 댄서가 우상향 댄스를 6단계로 선보이는 영상이다. 편한 옷을 입은 여가수와 남자 댄서가 ‘스텝 밟으며 반대로 손 돌리기’ ‘오른손을 위로 천천히 가져오기’ ‘빵야 2번 하고 상체 튕기기’ ‘손 터트리기 4번씩 2번’ ‘뒤돌아봤다가 고개 까닥하기’ ‘자신감 있게 포즈’ 등 순서대로 댄스를 따라 할 수 있도록 보여준다.
삼성증권은 ‘우상향 인생’ 뮤비에서 AI 기술을 적극 활용했다. 가사는 삼성증권에서 직접 쓰고, AI 작곡 툴에 ‘트롯’ ‘신나는 음악’ ‘응원’ 등의 키워드를 입력해 음원을 만들었다고 한다. 여배우가 대형 스튜디오에서 립싱크로 실사 촬영을 진행하고, 가수의 목소리 또한 AI로 만들었다. 파도 등 뮤비 속에 등장하는 재미있는 특수효과도 모두 AI 영상 제작 툴로 완성했다.
삼성증권은 꾸준히 노래와 뮤비를 만들어왔다. 앞서 작년 11월에는 모던락 스타일의 2025년도 수능 응원송과 애니메이션 기법의 뮤비를 업데이트했다. ‘아이유’를 패러디한 ‘어이유’라는 여가수가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연금 이전 송’도 흥미롭다. 두 영상의 조회수는 현재까지 각각 23만, 12만 뷰를 기록하고 있다.
삼성증권이 뮤비 콘텐츠에 집중하는 이유는 투자자들과 보다 넓게 소통하기 위해서다.
주식과 채권, ETF 등 금융투자가 일상의 문화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가운데, 금융투자가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는 ‘주린이(주식+어린이)’ 및 MZ세대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한 수단으로 뮤비를 활용하고 있다. 실제로 ‘우상향 인생’ 뮤비의 전체 조회수 중 약 77%가 MZ세대로 조사됐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CNB뉴스에 “기업분석 등 증권사 본업에 충실한 영상도 많지만, 젊은 금융소비자들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트로트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다”며 “웹드라마 등 다양한 콘텐츠로 증권사 유튜브 중에서 구독자수 1위를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CNB뉴스=손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