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부기자 |
2025.04.29 11:05:48
국내 최초 '디지털 미디어 아트' 예술축제, 루프랩부산(LOOP LAB BUSAN)이 개막해 6월말까지 부산시립미술관(관장 서진석), 도모헌, 영화의 전당, 조선호텔 13층(아트페어, 디렉터 김영은), 조현화랑, 국제갤러리 부산 등 20여 개 문화예술 공간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루프랩부산의 특별한 점은 기존 탑다운 방식의 미술 세계의 체계를 벗어나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다는 기본 철학을 근거로 미래의 '컨템포러리 아트'를 선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러한 혁명적인 국내 최초 예술 축제를 부산시립미술관 주최로 부산에서 열렸다는 점은 의미가 남다르다. 부산시립미술관 서진석 관장의 열정과 의지가 큰 몫을 했다.
부산 출신 주목할 작가는?
2008년 인식 버릇없는 쇠덩이들부터
작가의 작품 연대 순으로 감상
그러면 부산 출신의 디지털 미디어아트 작가로서 주목할 작가는 누구일까? 아트페어가 열렸던 그랜드조선 부산 4층 오케이엔피(OKNP)에서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이광기(B. 1971) 작가다. 그의 전시 <세상은 생각보다 허술하게 돌아간다>는 오는 4월 22일부터 5월 2일까지 약 10여일간 개최되고 있다.
중앙미술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 이광기 작가는 송은미술대상 등 수상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이번 개인전은 작가의 작품들을 연대 순으로 나열한 개인전이어서 특히 의미가 있는 전시다.
중앙미술대전 대상작인 <인식_버릇없는 쇳덩이들>(2008)을 비롯하여 송은미술대상 우수상작 <세상은 생각보다 허술하게 돌아간다>(2009) 등이 출품된다. 이 작품들은 미디어아티스트 이광기를 알린 작품들임과 동시에 그가 어떤 위치에서 작품을 제작하고 있는지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화려한 미디어아트 작품들에 비해 다소 초라해 보이는 외형을 가진 이 작품들은 아이러니하게도 미디어아트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이 무엇인지에 대해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하여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광기는 아트센터나비와의 인터뷰에서 그의 작품을 ‘활어차’에 비유해 ‘날 것’이라 소개한 바 있다. 작가는 화려한 이미지 사회 속에서 시각예술가가 취해야 하는 태도는 그 길에 편승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비판적으로 사유하고 질문을 던지는 것이라고 넌지시 전한다. 또한 이번 전시에는 네온사인과 전광판을 이용한 시리즈도 대거 선보인다.
2025년 '카메라 작동 중' 작품 주목
"감시되고 있지만 인식하지 못해"
시민과 정부의 항의로 두 차례 철거되었던 <쓰레기는 되지 말자>(2019)는 다시 한번 공개되어, 예술과 검열, 공공성과 개인적 표현의 경계를 돌아보게 한다. 사회에 대한 도발적인 문안들을 네온과 전광판으로 기록해온 그는 이번 전시를 말미암아 이 활동들이 무엇이었는지 총체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재미있는 신작으로는 감시카메라를 활용해 관람자의 모습을 실시간 촬영하는 신작 <카메라 작동 중>(2025)이다. 우리 자신은 모르지만 어딘가에 기록되고 있거나 보여지고 있는 인간의 모습을 담았다. 실제로 사진의 신체 일부가 카메라에 찍히지만 절대로 의식하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이광기는 이번 전시를 통해 지역 기반의 미디어아티스트가 세계로 나아가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기술적 세련미를 넘어서, 동시대 사회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미디어아트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CNB뉴스= 김진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