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국을 ‘민감국가 지정’ 했지만 이유도 몰라
집권여당은 또 이재명·민주당 탓하며 '발빼기' 급급
여야 일각선 초당적 협력해 철회시키자는 목소리도
미국 에너지부(DOE)가 원자력·에너지·첨단기술 협력이 제한되는 ‘민감국가’ 명단에 한국을 포함했다는 사실이 확인됐으나 정부는 어떤 이유인지는 전혀 파악되고 있지 않은 가운데 집권 여당이 야당 탓으로만 돌리고 있어 국민들의 눈살을 찌뿌리게 하고 있다.
민감국가는 국가 안보, 핵 확산, 테러 지원 등 미국의 위협이 되는 나라를 뜻한다. 북한과 이란, 쿠바, 리비아, 수단, 시리아 등 테러리스트 국가는 물론이고 이스라엘과 타이완, 인도 등 미국과 협력하는 국가도 명단에 올라가 있다.
외교부는 다음 달 15일 발효 전 한국이 민감국가 명단에서 빠질 수 있도록 미국과 적극적으로 협의한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으로부터 한국이 DOE의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 목록’(SCL)에 오른 이유에 대해 아직 명확한 설명을 듣지 못해 대응에 애를 먹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경위 파악을 위해 주미대사관 등 전 채널을 총동원하고 있지만, SCL이 에너지부 특정 부서가 내부적으로 관리하는 목록의 성격이 강하다보니 구체적인 설명을 공식적으로 듣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특히 보안과 관련된 사안이어서 美국무부 조차 관련 정보를 파악하는 게 쉽지 않은 분위기라고 전하고 있다.
이런 상항에서 국민의힘은 미국이 원자력,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협력이 제한될 수도 있는 ‘민감 국가 리스트’에 한국을 추가한 것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친중반미(親中反美)’ 성향과 ‘줄탄핵’ 때문이라고 공세에 나섰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17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대통령이 탄핵(소추)된 상황에서 권한대행도 탄핵하고, 친중‧반미 노선의 이재명과 민주당이 국정을 장악한 것이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권 위원장은 “이 대표는 위험 국가로 지정된 북한에 돈을 건넨 혐의가 재판에서 입증됐다”며 “한미일 군사협력을 비난하고 북한 지령을 받은 것으로 드러난 민주노총과 함께 거리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권 위원장은 “이런 인물이 유력 대권후보라고 하니 민감 국가로 지정된 것”이라며 “그럴 일이 없을 것으로 믿고 있지만, 혹시라도 이 대표가 정권을 잡으면 한미동맹에 금이 가면서 민감 국가가 아니라 위험 국가로 지정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국회서 열린 최고회의에서 “국민의힘 내부에서 일 년 안에 핵무장을 할 수 있다느니, 핵무장을 해야 한다느니 현실성 없는 ‘핵무장론’과 더불어 대한민국 같은 국가에서 함부로 동맹국가에 언질도 없이 계엄을 선포하고 연락조차 서로 응하지 않은 상황들이 대한민국 국가 체제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민감국가 지정이 지난 1월에 이뤄졌는데도 정부가 까맣게 모르고 있었고, 언론이 보도하고 확인해보라 했더니 그때도 ‘미정이다, 모른다’ 대답하는 등 사전에 인지도 못 했고, 확인도 안 됐다”면서 “이게 정부냐. 완벽한 외교 실패이자 외교 참사다. 지금이라도 정신 차리고 신속하게 원상복구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박찬대 원내대표도 회의에서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와 국민의힘의 독자 핵무장론 주장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으로, 사실이라면 윤석열과 국민의힘의 무책임한 선동이 한국의 안보와 경제의 매우 심각한 걸림돌이라는 증거”며 “하루빨리 윤석열을 파면하고 국가 정상화를 이뤄 대응에 총력을 기하는 것이 최선의 해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여야가 서로 네탓 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한편으로는 힘을 모아 민감 국가 지정 철회를 촉구하는 국회 결의안을 내자는 얘기도 나온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민감 국가 지정 철회를 촉구하는 국회 결의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에 대해 “반대할 이유가 없다. 외교 문제니까 초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한편 미국 에너지부(DOE)가 한국을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 목록으로 지정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80∼1990년대에도 한국을 원자력·에너지·첨단기술 협력이 제한될 수 있는 민감국가 명단에 포함됐다가 1994년 7월 해제한 바 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