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경영책임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김광일 부회장이 14일 이에 관한 기자간담회를 열었지만 무책임한 답변으로 일관해 눈총을 받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28일 단기 사채 신용 등급이 A3에서 A3-로 하락한 뒤, 4일 자정 무렵 법원에 회생 절차를 신청한 바 있다.
이날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에서 기자회견에는 김 부회장을 비롯, 조주연 홈플러스 사장과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등을 포함해 홈플러스 측에서 9명이 참석했다.
외형상 기자회견을 개최한 건 홈플러스지만, 언론의 관심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에 집중됐다. MBK는 지난 2015년 7조 2천억 원을 들여 홈플러스를 인수했고, 대주주로서 회사의 법정관리를 결정하는 등 실질적으로 홈플러스를 경영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부회장은 회견 내내 ‘선긋기’에만 열중했다.
MBK 파트너스가 홈플러스에 대해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김 부회장은 “이 자리는 홈플러스 경영 정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그에 대해 궁금한 것을 답변하는 자리”라며 “제가 MBK 임원인 동시에 홈플러스에 나와 있기에 MBK 질문이 많은 것은 이해하지만 고객·협력업체·홈플러스 이해관계자들에 우리의 메시지가 전달되길 바란다. 가능하면 홈플러스 질문만 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답했다.
MBK가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한 뒤 10년 간 홈플러스를 운영해왔다는 점에서 현장에선 황당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MBK파트너스가 기업 회생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도 김 부회장은 원론적인 답변으로 일관했다.
김 부회장은 “홈플러스가 부도가 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부도를 막고 회사를 정상으로 영업할 수 있는 길은 회생밖에 없다. (MBK는) 주주로서 권리를 내려놓고 최대한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주주가 얼마나 의지를 가지고 있는 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답하지 않았다.
김 부회장이 현재 20개가 넘는 회사의 이사를 겸임하고 있다는 지적에는 “이 문제로 홈플러스에 집중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홈플러스 경영진 대부분이 전문성이 떨어지는 MBK파트너스 인사로 구성됐다는 점에 대해서는 “전문적인 경영진이며, 훌륭한 분들”이라며 “지난 1년 우리의 전년 동월 대비 매출 성장률이 경쟁사(이마트·롯데마트)보다 높다. 오프라인도 그렇고, 온라인도 그렇다”고 강조했다.
사태의 원인이 MBK에 있는 만큼 김병주 MBK 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홈플러스 간담회에서 얘기할 사안은 아닌 것 같다. 이 자리에서 답변드리기 곤란하다”고 즉답을 피했다.
김 부회장은 홈플러스 경영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경쟁사까지 소환했다. 김 부회장은 “지난 4년의 통계를 냈는데, 홈플러스는 이마트·롯데마트보다 문 닫은 매장 수가 적다”며 “저희가 매장을 더 유지하고 있다. 또, 2018년부터 마트 노동자 모두 정규직 전환도 했다. 반면 다른 마트는 아직도 계약직, 비정규직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또한 조 사장은 “매일 우리 홈플러스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이 계속 보도되면서 조기 정상화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뜬금없이 언론을 탓하기도 했다.
조 사장은 “잘못한 부분에 대해 질책할 부분은 따끔하게 질책해 주시되, 2만명 직원들과 협력사·임대주 등 수만명의 관계사 가족들이 불안감을 떨치고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진심을 다해 노력하는 부분은 따뜻한 눈길로 봐달라”고 말했다.
홈플러스 노조 측은 이날 기자간담회에 대해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노조는 의견서를 통해 “김광일 대표이사는 기자회견에서 대부분의 답변을 직접 진행했으나, 정작 MBK의 책임에 대해서는 회피하는 태도를 보였다”라며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실질적으로 직접 경영하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책임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쟁사 보다 경영을 잘해왔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인수 후 부동산 수익 창출에 집중했다”며 “인수 직후 2016년 가좌, 김포, 김해, 동대문, 북수원 점포를 세일 앤 리스백(S&LB·매각 후 재임대)으로 전환하여 홈플러스의 임대비용 부담을 증가시켰으며 우량 점포 매각으로 회사의 장기 경쟁력을 심각히 훼손했다”라고 비판했다.
정규직 전환에 대해서도 “회사는 정규직 전환 합의를 왜곡하여 기존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의 직급 명칭만 선임·책임으로 바꿔 운영하고 있다”며 “평균 연봉 역시 이마트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한편 조주연·김광일 공동대표는 오는 18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리는 홈플러스 사태 긴급 현안질의에 참석한다. MBK 파트너스의 창립자이자 대표인 김병주 회장 역시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미국 시민권자이자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인 김 회장은 국회에 출석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CNB뉴스=손예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