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난방공조’·‘모듈러 주택’ 급성장
수년 내 합산 천 조 가까이 팽창
삼성·LG, 양사 모두 공략에 잰걸음
연초 북미서 공조시스템 적극 소개
레고 같은 세컨하우스 본격 기지개
테크놀로지의 발전이 눈부십니다. 하루만 놓쳐도 따라잡기 빠듯할 만큼 빠릅니다. 어렵다는 편견마저 있어 거리감이 느껴집니다. [테크크]는 편한 뉴스를 지향합니다. IT, 전자, 게임 등의 소식을 보다 접하기 쉽게 다듬고 정돈해 전합니다. 웃으며 가볍게 보셔도 좋습니다. <편집자주>
장밋빛 전망이 난무하는 시장이 두 곳 있다. 냉난방공조와 모듈러 주택이다. 세계 냉난방공조 시장은 2023년 300조원에서 2030년 500조원으로, 세계 모듈러 주택 시장은 2022년 193조원에서 2032년까지 373조원 규모로 커질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미래 먹거리 찾기에 혈안인 글로벌 대기업들이 이들 대형 마켓을 향해 착착 진군하는 이유다.
냉난방공조(HVAC)는 난방(heating), 환기(ventilation), 냉방(air conditioning)을 아우르는 말이다. 최근 에너지 고효율 달성과 AI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한 긴요한 시스템으로 각광받고 있다. 모듈러 주택은 레고(장난감 블록)처럼 집을 조립하는 방식이다. 도시 근교 등에서 세컨드 하우스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선제적으로 두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먼저 양사는 지난달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린 약 100년 전통의 북미 최대 공조 전시회 ‘AHR 엑스포’에 나란히 참가해 최신 제품과 기술을 선보였다. 미국 난방냉동공조학회가 주최하는 ‘AHR 엑스포’는 글로벌 업체 1800여 곳이 참여해 HVAC 솔루션으로 각축을 벌이는 장이다.
삼성전자는 이 자리서 가정용·상업용 공조 솔루션을 다양하게 소개했다. 100평 규모 부스에 고효율 하이브리드 인버터 실외기 ‘하이렉스(Hylex) R454B’, 가정용 히트펌프 ‘EHS’, 고효율 시스템에어컨 R32 ‘DVM’ 라인업 등을 전시했다.
이 중 주목도가 높았던 하이렉스 실외기의 경우 삼성전자가 북미 가정용 유니터리(Unitary) 시장을 새롭게 공략하기 위해 선보인 것이다. 하이렉스 실외기는 제품 교체 시 기존 냉매 배관과 전선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고, 다양한 크기의 배관 연결이 가능해 설치 편의성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LG전자는 글로벌 탑티어(Top-Tier) 종합 공조업체를 목표로 신설·출범한 ES사업본부의 첫 전시회 참가로 이목을 끌었다. 전시에서 LG전자가 집중 소개한 ‘무급유 인버터 터보 칠러’는 고속으로 돌아가는 압축기 모터의 회전축을 전자기력으로 공중에 띄워 지탱하며 회전시키는 자기 베어링 기술이 적용됐다. 마찰 손실을 줄이고 에너지 효율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이밖에 미국 전역의 다양한 기후를 고려해 개발한 주거용 냉난방 솔루션 ‘인버터 히트펌프’ 라인업도 공개했다.
모듈러로 쉽게 짓는 집
집을 대하는 방식도 달라진다. 양사는 이전까지 가전제품 등으로 내부를 채우는 것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직접 공간을 지을 전망이다. 복잡한 건설이 아니다. 보다 수월한 모듈러 주택을 통해서다.
지난해 AI 가전과 냉난방공조 기술을 집약한 신개념 모듈러 주택 ‘LG 스마트코티지’를 출시한 LG전자는 공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첫 고객사는 SM엔터테인먼트로, 지난해 12월 강원도 SM 연수원에서 LG 스마트코티지 준공식을 가졌다.
스마트코티지는 모듈 구조체와 창호, 배선, 욕실, 주방기구 등 자재의 70% 이상을 미리 제작한 뒤 배송되는 프리패브(Pre-fab, Prefabrication의 줄임말) 방식으로 만든다. 기존 철근콘크리트 공법 대비 공사기간을 최대 50% 이상 단축할 수 있다.
에너지 소비량을 줄일 수 있는 LG전자 히트펌프 냉난방공조 시스템과 AI 가전을 기본옵션으로 모두 갖추고 있다. 지붕 부착 태양광 패널 옵션을 선택하면 필요한 에너지 상당량을 자체 생산한다.
편의성도 키웠다. 스마트홈 플랫폼 LG 씽큐(ThinQ) 앱으로 스마트 도어락, 홈캠, 온도·습도센서, 스마트플러그 등 다양한 IoT 기기들과 LG AI가전을 통합 제어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파트너와 해당 시장을 공략한다. 지난달 6일, 삼성전자는 2003년 국내 최초로 모듈러 건축 사업을 시작한 이 분야 전문 회사 유창이앤씨와 MOU를 체결했다. AI 스마트 모듈러 건축 상품 개발과 시장 리더십 확보를 위해서다.
강점을 합친다. 삼성전자는 ‘스마트싱스’의 연동기기를 유창이앤씨의 모듈러 건축물에 적용해나갈 계획이다. 스마트싱스는 시스템 에어컨·사이니지·냉장고·세탁기 등을 제어하는 일종의 연결고리다.
주거 공간부터 상업 시설까지 지원하는 ‘스마트싱스 프로’도 탑재된다. 스마트싱스 프로는 AI 기반 에너지 통합 관리, 유지·보수가 필요한 설비의 원격 관리와 운영 등 효율적인 건물 관리를 돕는 AI B2B 솔루션이다. 가전 제어는 물론 건축물의 공조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기와 시스템을 연결해 통합 관리·제어 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HVAC와 모듈러 주택은 매년 성장 전망치가 상향 조정되는 입증된 시장”이라며 “잠재력을 넘어 팽창 단계로 가고 있는 만큼 역량을 갖춘 기업들의 집중 공략 대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CNB뉴스=선명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