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4자 회담, 사진만 찍고 끝나…실무협의는 계속키로
반도체법·연금개혁 ‘평행선’, 추가경정 ‘원론적 공감대’
여·야·정(與·野·政) 대표가 참여하는 국정협의회 첫 ‘4자 회담’이 개최됐으나 추가경정예산(추경)과 반도체특별법의 ‘주52시간 근로 특례’, 연금개혁 등 쟁점 현안에서 구체적인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한 채 사진만 찍고 ‘빈손’으로 마쳤다.
다만 추경 편성 필요성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공감대가 확인돼 추후 실무협의를 통해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으며, 반도체법과 연금개혁도 실무협의에서 추가 논의하기로 했다.
당초 주요 쟁점 사안에 대해 접점을 마련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 속에서 성사된 이날 회의가 두 시간 가까이 진행되자, 한때 예상 밖 ‘깜짝’ 성과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가능성도 거론됐으나 회의를 마친 후 국회와 여야가 합의문 없이 제각각 결과를 브리핑하면서 ‘구체적 성과가 없을 것’이라는 당초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실제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해 우원식 국회의장,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20일 오후 국회 사랑재에서 116분간 회담을 진행했으나 이 같은 쟁점 현안에서 결과물을 내지 못하면서 공동 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대신 국민의힘과 민주당, 국회의장 측이 각각 별도 브리핑을 통해 결과를 전했다.
먼저 국회 박태서 공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추경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추경은 민생 지원과 AI(인공지능) 등 미래산업 지원, 통상 지원 등 3가지 원칙에 입각해 시기와 규모 등 세부 내용은 실무협의에서 추가 논의하기로 했다”면서 “연금특위와 연금개혁은 실무협의회에서 추가 논의하기로 했으며, 반도체법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를 진행했고, 추후 실무협의에서 추가 논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추경을 두고 이날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지난해 일방적으로 삭감한 예산안의 복구를, 민주당은 민생회복 지원금 편성을 우선적으로 요구하는 등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이날 회의후 기자들과 만나 “추경의 원인을 제공한 것이 민주당의 일방적인 감액 예산안 처리니까 유감을 표명했다”며 “필수적으로 꼭 있어야 하는 예산 삭감(복원)은 추경 논의에 포함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민생회복 지원금 추경에 대해 “세부적인 이야기가 오갔지만, 합의된 것이 없다”고 밝히면서도 국민의힘의 삭감 예산 원상복구 요구에 대해서는 “실무 협의에서 논의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반도체 특별법과 관련해서는 국민의힘은 “주 52시간 근로 예외를 특별법에 명시해야 한다”고 거듭 요구한 반면, 민주당은 “여야가 이미 합의한 산업 지원만이라도 포함한 특별법을 먼저 처리하자”는 입장을 고수하며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더구나 국민의힘이 주 52시간 근로 예외를 3년 한시적으로 적용하자고도 제안했으나 민주당이 노동계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수용하지 않았다고 신 수석대변인이 밝혔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관계자는 21일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어제 국정협의회에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노동계가 반대하기 때문에 52시간 특례는 할 수 없다’고 얘기했다”면서 “‘기업들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데 국민의힘이 너무 집착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민주당 관계자는 “기존 근로 시간 규제를 유연하게 해달라는 기업들의 목소리와 노동계의 반대 의사를 전달했다”고 반박했다.
그리고 연금개혁을 두고도 국민의힘은 “보험료율 13% 인상에 큰 이견이 없었지만, 소득대체율에 이견이 있었다. 구조개혁은 연금특위를 구성해 하는 것이 맞는다고 제안했다”고 전한 반면, 민주당은 “모수개혁은 상임위원회에서 논의하는데 연금특위에 가져가 논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등 여야는 기존의 이견만 재확인했다.
더구나 이날 국정협의회에서 국민의힘은 국방부 장관 임명을, 민주당은 통상특위 구성을 요구했지만 서로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으며, 이에 우 의장은 “청문회에서 야당이 반대하면 국방부 장관 임명을 하지 않도록 여야가 합의하자”는 중재안을 제안했으나 이번에는 국민의힘이 “헌법에서 보장된 대통령 임명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반대해 여야는 국방부 장관 임명 논의를 추후 이어가기로 했다.
다만, 4자 대표는 이날 협의회에서 국회 윤리특위와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특위 구성에는 합의했다. 국회 기후특위 구성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로 한 것이 유일한 수확이며, 아울러 민생법안의 신속한 처리를 위해 양당 정책위의장과 국무조정실장, 국회의장 비서실장 등이 참여할 예정인 국정협의회 실무협의에서 법안 논의도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