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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 이배(LEE BAE), "청도 달집태우기엔 달집이 없다"...非존재적 달집태우기?

"기원-확장-귀환의 순환 "달집태우기"...물질과 에너지의 3차 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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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진부기자 |  2025.02.17 10:15:43

12일 청도에서 달집태우기 및 베니스비엔날레 관련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이배 작가 (사진= 김진부 기자)

2월 12일, 음력으로 정월 대보름날, 필자는 조현화랑이 마련해 준 버스를 타고 경상북도 청도군 화양읍 토평리 454-16 청도천으로 향했다. 이배 작가의 고향에서 진행되는 '달집태우기'를 보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곳에 달집은 없었다.

기원-확장-귀환의 순환 "달집태우기"

이번 2025년 '달집태우기'는 이배 작가의 1년 동안 한국과 이탈리아를 오가며 진행된 개인전 '달집태우기'의 피날레 퍼포먼스이자 대지미술(LAND ART)이다. 지난 2024년 2월 24일 정월대보름날 청도에서 시작해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린 제60회 베니스비엔날레에서 4월 20일부터 11월 24일까지 빌모트 파운데이션에서 전시가 진행됐다.

 

청도 달집태우기 장면 (사진= 김진부 기자)

따라서 필자는 작년 청도에서 '기원'이 된 달집태우기가 또 다른 세계인 이탈리아 베니스로 '확장'되고, 올해 다시 고향 청도로 '귀환' 했다고 정리하고자 한다. 기원-확장-귀환은 지난 2024년 뉴욕 록펠러센터와 조현화랑이 공동으로 기획하고, 이배 작가가 참여한 전시의 제목 '기원, 출현, 귀환(ORIGIN, EMERGENCE, RETURN}'의 일부를 차용한 것이다.

2024년 달집태우기는 한국의, 고향인 청도의, 지역 전통이고, 새해의 송액영복(送厄迎福)과 풍년, 건강을 비는 주술적 의례로 오랜 기원을 두고 있다. 하지만 이 주술적 지역 전통이 이배 작가의 작품으로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전시된 것은 다른 세계로의 확장이라고 말할 수 있다. 또한 지난 12일 개최된 2025년 달집태우기는 세계를 돌아 귀환한, 그래서 새로운, 달집태우기가 됐다. 작가는 이를 '순환'이라고 말했다.

순환, 물질과 에너지의 3차 변환

이배 작가가 말하는 '순환'에 대해 좀 더 생각해 보자. 주술적 형식을 갖춘 '달집태우기'를 자세히 보면, 물질인 소나무, 지푸라기, 염원을 담은 종이 등은 불에 태워지면서 에너지가 되고 연기가 돼 달이 있는 하늘로 사라지고, 결국 재와 숯만 남는다. 물질이 에너지로 변환되고 또 다시 처음 물질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물질로 남는 순환이다. 그 결과물이 까맣게 타버린 숯이다.

 

청도 달집태우기를 시작하기 직전 이배 작가의 모습 (사진= 김진부 기자)

이배 작가의 '순환'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1991년부터 작품의 대상이자 소재가 된 이 숯은 이배 작가의 개념과 몸 동작으로 인해 조형 작품으로 변환됐다. 이것이 이배 작가의 두번째 순환이다. 숯은 다시 에너지로 변환돼 작품이 되고 보이지 않는 것은 마치 주술적 행위처럼 떠돈다. 이는 결국 보이는 것이 작품으로 남아, 숯이라는 원래 물질과는 전혀 다른 또다른 물질로 남아, 두번째 순환을 마무리한다.

세번째 순환은 지난 12일 청도에서 벌어졌다. 이배 작가의 작품 '붓질(BRUSHSTROKE)'을 청도천 작은 섬 전체에 길게 눕혀 전시하고, 그 밑에는 나무와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전시한 작품과 세계 시민들의 염원을 담고, 이 모든 것을 종(縱)적이 아닌 횡(橫)적으로 확장된, 달집 없는 작품을 만들어 태웠기 때문이다. 이것은 첫번째와 두번째 순환을 쌓아 이 모두를 한꺼번에 태움으로서 제3의 순환을 이루는 명장면이 됐다. 1년의 복을 비는 시작이자 마지막이며, 또 다른 새로운 시작이다.

달집 없앤 '非존재 달집태우기' 순환

횡적 달집태우기, 푸른 뱀 닮았다

결론적으로 주목할 부분은 이배 작가의 '확장'이라는 개념이다. 전통적으로 달집태우기는 청솔가지를 베어다 세우고 짚단을 새끼줄로 만들어 묶고 세워진 달집을 달을 향해 태우는 의식이다. 확장이라기 보다는 경계이고 본질이고 다름이다.

 

이배 작가의 달집 없는 비존재의 횡적 확장 달집태우기가 청도에서 진행됐다. (사진= 김진부 기자) 

하지만 이배 작가는 2025년 달집태우기에서는 종으로 쌓아 올린 달집을 해체했다. 경계를 허물고 다름을 없애고, 본질을 해체했다. 청도천의 작은 섬을 종(縱)이 아닌 횡(橫)으로 길게 확장해 그 곳을 모두 불로 태웠다. 경계도 없고 중심과 주변이라는 다름도 없었다. 본질인 달집 자체를 없앴다.

이와 관련해 전시 '달집태우기'의 이탈리아 큐레이터 발렌티나 부찌(VALENTINA BUZZI)는 "본질이 있다는 것은 ‘다름’이 있다는 뜻이고, 이는 순환을 두절한다. 비존재함은 즉 무심함으로, 경계를 융해하고 해체한다.”라고 언급했다.

12일 이배 작가는 "(달집태우기를 하는 오늘) 이곳 청도섬에는 달집이 없습니다. 작년 달집태우기를 할 때인 처음에는 달집을 세우고 태웠지만, 이 곳 청도섬에는 달집이 없습니다."라며 "지난 제60회 베니스비엔날레 전시에서는 전시 공간에 거대한 붓질 등 작품을 설치하고 화강석으로 크게 먹을 만들어 세우고, 영상으로 (불을 피워 태우고), 달집 통로를 만들면서 그곳에 '달집태우기'의 모든 의미를 함축적으로 담았습니다. 오늘 청도섬에서는 (달집을 없애고) 붓질 작품을 담았습니다. 저의 기본적인 작품의 개념은 순환입니다."라고 말했다.

이배 작가는 2024년 처음에는 전통적인 달집을 만들어 세웠지만, 2025년 피날레에서는 달집을 없애고, 숯과 먹으로 '비존재 달집태우기'를 진행했다. 이 퍼포먼스는 이배 작가의 기다란 횡적 달집태우기의 의미인 '순환'이다. 이 순환은 새로움이고 새롭게 태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2025년의 푸른 뱀을 닮았다.

(CNB뉴스= 김진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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