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예성기자 |
2025.02.13 16:31:21
거버넌스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 재무구조 효율화를 내세우며 MBK와 함께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를 시도하고 있는 영풍이 지난해 경영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어 재계의 관심이 쏠린다.
2023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할 경우, 경영 능력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확산하면서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차지하려는 시도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짙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IB업계에 따르면, 일단 분위기는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먼저 실적을 공시한 고려아연의 경우 부진한 업황 속에 그나마 매출을 끌어올리고 희소금속 회수율을 높이며 방어에 나섰지만, 영풍은 생산 제품이 아연과 황산 등으로 한정돼 있어 생산량을 늘리기도 여려운 데다 경기 부진의 여파가 고스란히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철강과 이차전지 등 관련 시장 업황이 좋지 않은데다 영풍의 부진한 조업률 등을 감안할 때 이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영풍 석포제련소의 가동률은 각종 환경오염 문제 등으로 지난해 3분기 기준 50%대로 하락해 반토막 난 바 있다.
여기에 영풍 장형진 고문의 장남 장세준 부회장이 이끄는 영풍 자회사 코리아써키트의 대규모 적자도 영풍그룹의 전체 실적에 부담을 주고 있다.
올해도 현재까지는 실적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영풍 석포제련소는 당장 오는 26일부터 4월 25일까지 58일 간 조업정지가 예정돼 있다. 준비기간과 재가동을 위한 기간까지 포함하면 약 4개월 가량 정상적인 조업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같은 영풍의 부실한 경영 상황이 실적 공개로 표면화될 경우, 고려아연 주주들이 영풍·MBK 측의 이사회 장악에 반대하는 기류가 더욱 뚜렷해질 가능성이 있다. 앞서 영풍 주주인 행동주의 펀드 머스트자산운용과 영풍정밀은 영풍 측에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서를 보낸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무역 전쟁으로 촉발된 전략광물 대란 속에 영풍과 고려아연 간의 경영권 분쟁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가간 갈등이 불거져 기업들의 위기감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지속가능한 안정적인 경영 능력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며 “이런 측면에서 고려아연 사태도 빠르게 해결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