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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니&비즈] “회색빛 도시에 혼(魂)을 담다”…이랜드문화재단 ‘시간 위에 새겨진 도시’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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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홍지후기자 |  2025.02.13 10:05:21

옛것과 새것의 조화로 탄생한 도시 조명
젊은 작가 37명이 각자 시선으로 풀어내
과거 이랜드 패션사옥이 전시장으로 탈바꿈
330평 넓은 공간서 유망 작가 작품 선보여

 

답십리 고미술상가 지하 1층에 위치한 이랜드 문화재단 ‘답십리 아트랩’ (사진=홍지후 기자)

할 거 많고 볼 거 많은 바쁜 시대. CNB뉴스가 시간을 아껴드립니다. 먼저 가서 눈과 귀에 담은 모든 것을 전합니다. 이번에는 이랜드문화재단이 답십리 아트랩에서 진행하고 있는 복합 미디어 특별전 ‘시간 위에 새겨진 도시’에 다녀왔습니다. <편집자주>


 


아침에 일어나 씻고, 지하철을 타고, 직장에 출근하고, 퇴근 후 저녁을 먹고, 잠드는 평범한 일상. 도시에서의 삶은 오차 없이, 일정하게 흘러간다. 반복되는 루틴 속, 우리에게 도시라는 공간은 하나의 배경에 불과할 뿐이다. 하지만 그 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도시는 수많은 생물과 무생물이 상호작용하는 투쟁과 연대의 장이다.

이랜드문화재단이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고미술상가 지하 1층에 있는 답십리 아트랩에서 복합 미디어 특별전 ‘시간 위에 새겨진 도시(A City Etched in Time)’를 개최한다. 도시의 과거와 미래, 보전과 재개발, 옛것과 새것, 고미술과 현대미술.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가지 성질이 어우러지는 이번 전시는 오는 27일까지 무료로 진행되며, 매주 목~일요일에만 문을 연다.

전시 총괄은 서울, 일본, 벨기에 등에서 설치 미술을 선보인 정정주 작가가 맡았다. 배윤재, 장재연, 정아사란 등 총 37명의 젊은 작가가 각자의 삶에서 경험하는 도시를 미디어, 설치, 조각 등 다양한 형태의 작품으로 선보인다.
 


‘살아 있는’ 도시를 포착하다



자본의 논리가 작동하는 도시에서 오래된 것은 제거와 재개발의 대상이 된다. 답십리 아트랩 근처의 단독·다세대 밀집 지역도 그렇다. 답십리 17구역과 답십리 자동차부품상가는 재개발이 진행 중이다. 답십리동 471일대는 건물이 노후화돼 2022년 재개발사업 후보지로 선정됐다가 지난해 후보지 선정 철회를 요구하는 주민의 반대가 25%를 넘어서며, 사업이 무산됐다.

이번 전시의 총괄 기획자 정정주 작가는 “재개발로 인해 구도심의 낡은 건물이 허물어지고 고층건물이 들어선다는 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며 답십리 아트랩에서 ‘도시’라는 주제로 전시를 기획한 이유에 대해 밝혔다. 낡으면 버려지는 잔인한 숙명 속에서 각각의 작가들이 도시를 읽는 방법을 드러내며 그 이면을 포착하고자 한 것이다.

 

(위쪽부터) 정정주 작가 ‘27rooms24-01’, 배윤재 작가 ‘추적하고 갈망하라’, 장재연 작가 ‘시선혐오’ 시리즈 (사진=홍지후 기자)

정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작품 ‘27rooms24-001’을 선보였다. 27개의 주택의 모습이 빼곡히 담긴 이 작품에 대해 그는 “도시의 건물이 영혼이 담긴 하나의 ‘존재’처럼, 주택의 문과 창문이 사람의 ‘눈’처럼 여겨졌다”고 전했다. 건물을 거래와 재개발의 대상이 아닌, 하나의 생물로 본 것이다.

배윤재 작가도 ‘추적하고 갈망하라’를 통해 도시의 생동감을 드러냈다. 전봇대의 복잡하게 얽힌 전선이 우리 몸 안의 혈류와 닮았다는 인식에 착안해 이 작품을 만들었다. 장재연 작가는 ‘시선혐오’ 시리즈, ‘그들의 시선’ 등을 공개하며 대도시 속 공공장소에서 느껴지는 군중의 시선과 그로부터 벗어나 ‘피부를 벗겨버리고 싶다’는 혐오감과 충동을 표현했다.

 


답십리 아트랩, 젊은 작가 산실로



이번 전시가 열리는 답십리 아트랩은 초창기 이랜드 패션 사옥이 있었던 장소로, 지하는 창고와 직판매장으로 사용됐다. 그 공간이 젊은 예술가들의 창작 활동을 돕는 전시장으로 탈바꿈했다. 330평의 넓은 공간에서 성장 가능성이 보이는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창고로 쓰였던 공간이다 보니, 전시장에는 전선과 파이프, 분전함 등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이번 전시 기획에 참여한 정아사란 작가는 “흔히 말하는 ‘화이트큐브’(출입구 이외에는 사방이 막혀 있는 미술 작품 전시 공간)가 아니다 보니, 공간과 잘 어울리는 작품을 찾았다”고 작품 선정 기준을 밝혔다. 정정주 작가는 “기둥을 중심으로 좌표처럼 공간을 구분했다”고 전했다.

또한 항아리, 병풍 등 고미술들이 전시장에 있는데, 정정주 작가는 “원래 전시장에 놓여있던 고미술과 이번 작품들이 조화를 이뤄 ‘치우지 않고’ 놔두게 됐다”며 “답십리 고미술상가의 오래된 흔적과 젊은 작가의 미디어아트가 공존하는 모습이 그 자체로 전시의 취지에 부합했다”고 설명했다.

 

정아사란 작가 ‘너울진 흐름’(왼쪽), 이미지 작가 ‘무대 전환’, ‘지나치는 것들. 다가오는 것들’ (사진=홍지후 기자)

한편 이랜드 문화재단은 앞으로도 젊은 예술가를 지원하며 작가와 대중을 연결하는 산실이 되겠다는 계획이다.

답십리 아트랩을 운영하는 이랜드갤러리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정정주 작가 등 선진 작가가 젊은 작가들을 끌어주는 역할을 했다”며 “주위 초등학교 학생들이 견학을 와 답십리 아트랩이 문화 교육의 현장이 되기도 한다”고 공간의 의미에 대해 말했다.

이어 “답십리 고미술상가 2층을 작가가 작업을 하고, 휴식도 취할 수 있는 ‘레지던스’로 바꾸는 작업을 구상 중이다”고 전했다.

(CNB뉴스=홍지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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