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부진에 해외로 눈 돌려
신 시장 개척, 성과로 돌아와
대규모 세일 시즌서 승승장구
[내예기]는 내일을 예비하는 기업들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시계제로에 놓인 경제상황에서 차근히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들을 다룹니다. 불확실성이란 이름 아래 전망은 힘을 잃고 있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필요한 것은 만반의 대비입니다. 그 진행 과정을 만나보시죠. [내예기]를 들려드립니다. <편집자주>
넷플릭스 ‘오징어게임2’, 로제의 ‘아파트’, 우유에 넣어 먹는 ‘꿀떡’…. 지난해에도 K컬처는 해외를 누비며 전 세계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문화만 글로벌 침공에 나선 것은 아니었다. 한국의 수출액은 지난해 6838억 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산업통상자원부)했다. 전년 대비 8.2% 상승한 수치. 반대로 국내 소비판매액 지수는 전년 대비 2.2% 감소(통계청)했다.
내수가 안 좋을 땐 외수로. 뷰티테크 기업 에이피알은 국내 상황이 어려워지자 과감하게 해외로 방향타를 돌렸다. 지난해 3분기 에이피알의 지역별 매출은 국내 42%, 해외 58%로 국내보다 해외에서 매출 비중이 더 높았다. 이 기간 에이피알의 해외 매출은 전년 대비 79% 성장했다.
그 결과 지난해 12월 열린 제 61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에이피알은 ‘2억불 수출의 탑’을 달성했다. 2019년 ‘1천만 불 수출의 탑’ 이후, 5년 만에 스무 배가 넘는 성과를 낸 것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에이피알의 수출 성공 비결에는 국가별 맞춤형 전략이 있다.
크게 노린 한 방, 특수에 터지다
세계 1위 뷰티 시장인 미국은 선택과 집중으로 공략했다. 소비자의 지갑이 열리는 때인 ‘특수’를 노렸고, 마침내 성공했다.
한국에 음력 8월 15일 추석이 있다면, 미국엔 매년 11월 넷째 주 목요일 추수감사절(Thanks Giving Day)이 있다. 그리고 추수감사절 다음 날인 금요일에는 연중 가장 큰 세일 ‘블랙프라이데이’가 시작된다.
지난해 11월 21일~12월 2일 사이 미국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에서 진행된 블랙프라이데이 프로모션에서 에이피알은 약 3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3분기 미국 시장 전체 매출액의 70% 이상을 이 기간에 거뒀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에이피알은 일본 오픈마켓 ‘큐텐’이 분기마다 1회씩 진행하는 ‘메가와리’ 행사에 참가했다. 이를 통해 지난해 3분기 88억원의 매출을 내며 ‘분기 최대 매출’이라는 쾌거를 거뒀다.
오프라인에서도 기회의 장을 놓치지 않았다. 에이피알은 지난달 7~10일 열린 미국 IT·가전 전시회 ‘CES 2025’에 자사 주력 브랜드 ‘메디큐브’의 이름으로 베네시안 엑스포 홀 내 ‘라이프스타일(Lifestyle)’ 관에 부스를 차렸다.
성과는 컸다. 행사 기간 미국 외에도 페루, 스위스, 호주 등에서 온 관계자 1200명이 부스를 찾았다. 그 중 수 십여 명은 대리점, 물류, 마케팅 등 신규 파트너십 제휴를 희망하며 인적사항을 남겼다. 이를 바탕으로 에이피알은 새로운 네트워크를 개발할 예정이다.
큰길이 막혔을 땐 옆길로
부진하던 중국에서도 활로를 찾고 있다. 에이피알이 지난해 3분기 중국에서 거둔 매출은 2023년 대비 약 59% 감소한 53억 원. 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경기침체 외에도 자국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떠오른 ‘C(China) 뷰티’, 중국인들의 ‘애국 소비’가 반영된 것이 매출 하락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에이피알은 세계 2위 뷰티 시장으로 평가받는 중국 시장을 현지 소비자에 맞춤한 마케팅으로 두드리고 있다. 대표 사례가 중국의 숏폼 동영상 플랫폼 ‘도우인’의 인플루언서 ‘왕홍’과의 협업. 에이피알에 따르면 지난달 4일 ‘왕홍’과 진행한 라이브 커머스 방송에서 준비한 화장품 세트 물량 1만 2000개를 모두 팔았고, 같은 달 9·10일 방송에서도 뷰티 디바이스 ‘부스터 프로’ 등에서 유의미한 매출이 발생했다.
동시에 에이피알은 홍콩, 대만 등 비중국 중화권으로도 진출했다. 에이피알은 지난해 홍콩무역발전국(HKTDC) 주관 ‘2024 홍콩 뷰티 & 웰니스 엑스포’에 참가했으며, 홍콩 ‘K11 아트몰(K11 Art Mall)’에서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다.
지난해 3분기 홍콩서 기록한 매출은 164억으로, 중국의 3배를 웃돈다. 한 곳에만 매달리지 않고, 시야를 확장한 것이 주효했다. 에이피알 관계자는 “될 수 있는 한 범위를 넓히며, 현재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국가에 대한 수출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공격적으로 글로벌 자체 유통망을 구축한 에이피알은 미국, 일본, 홍콩과 대만을 비롯한 중화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에 직접 진출해 있다. 이에 더해 호주, 영국, 인도, 덴마크 등 10여 개가 넘는 국가와 B2B 총판 계약을 체결하며 수출 활로를 계속해서 개척하고 있다.
(CNB뉴스=홍지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