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기업 성장 등 민간 주도 ‘공정성장론’ 제시…중도층 겨냥한 ‘대변신’ 시도
“이념·진영 논리가 밥 안 먹여줘, 기업이 잘돼야”…진보 진영 ‘분배성장론’과 상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최근 연속해서 “탈이념·탈진영의 현실적 실용주의가 위기 극복과 성장 발전의 동력”이라고 강조하는 등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인용과 조기 대선 가능성에 대비한 ‘우클릭’ 외연 확장을 시도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이 대표는 전날 당 최고위원회의에 이어 23일 국회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중국의 개혁·개방을 이끌었던 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이 사용하면서 유명해진 전통 속담인 ‘흑묘백묘(黑猫白猫)론’을 꺼냈다. ‘흑묘백묘론’은 “검든 희든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라는 실용주의 철학을 담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회견에서 “이념과 진영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 검든 희든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 아닌가”라며 “지난 2년여간 윤석열 정권의 실정과 시대착오적 친위 군사쿠데타 때문에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이 파괴되고 상실됐지만 이제 회복과 성장이 이 시대의 가장 다급하고 중대한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는 “새로운 성장 발전의 공간을 만들어 성장의 기회도, 결과도 함께 나누는 공정 성장이야말로 실현 가능한 양극화 완화와 지속 성장의 길”이라고 ‘공정 성장’이라는 자신의 성장 담론도 소개하면서 “일자리는 기업이 만들고 기업의 성장 발전이 곧 국가 경제의 발전”이라고 ‘민간 주도·정부 지원’ 시대로의 전환, 주식시장 선진화·활성화, 신성장 동력 창출 등 성장의 청사진을 함께 제시했다.
이 대표의 이 같은 주장은 ‘탈이념·탈진영’과 ‘성장 발전’ 등의 구호로 국민의 실제 삶이 나아지는 데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밝힘으로써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뿐 아니라 중도층, 나아가 보수 성향 표심까지 아우르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되고 있다.
특히 이 대표는 이날 회견에서 비상계엄 사태를 고리로 한 대여(對與) 공세보다는, 이 같은 비전 제시에 모두발언 시간을 대부분 할애한 것은 탄핵 정국 속에서도 당 지지율이 국민의힘에 역전되는 등 정국 주도권을 확실히 쥐지 못하는 흐름과 무관치 않아 보였다.
이 대표는 “전 세계로 확대되는 정치 극단화도, 우리 사회의 심각한 양극화도 경제 양극화가 원인”이라며 “새로운 성장 발전의 공간을 만들어 성장의 기회도, 결과도 함께 나누는 공정 성장이 실현 가능한 양극화 완화와 지속 성장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대표는 구체적인 성장 방법론을 두고 “기업이 앞장서고 국가가 뒷받침해 다시 성장의 길을 열어야 한다”면서 “기업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인 시대, 일자리는 기업이 만들고, 기업의 성장 발전이 곧 국가 경제의 발전으로서 정부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시대에서 ‘민간 주도 정부 지원’의 시대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 대표는 “올해를 자본시장 선진화를 통해 ‘K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원년으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투명하고 신뢰 가능한 주식시장의 선진 시스템을 갖추고, 효율적 경영을 방해하는 비정상적 지배 경영구조를 혁신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주식시장 선진화와 활성화가 국민을 부자로 만드는 가장 쉬운 길”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대표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와 관련해서는 “한미동맹의 강화, 전략적 경제 파트너십 강화가 중요해졌다”며 “(한미가) 변함없는 무역과 투자 파트너로 자리 잡도록 반도체·배터리·에너지 등 주요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대표는 현안에 대한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지칭한 데 대해 “미국 정부의 정리된 입장이 아닌 것 같다”며 “북미 대화가 재개될 경우, 대한민국 ‘패싱’ 우려가 큰 만큼 북한을 설득하고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탄핵 정국에서 당 지지율이 하락세인 것을 지적한 기자의 질문에 “국민의 뜻이니 겸허하게 수용할 수밖에 없다”며 “민주당에 더 큰 책임과 역할을 기대하신다고 보고 더 낮은 자세로 겸허하게 책임감을 갖고 임하는 게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민주당이 여론조사 관련 특별위원회를 꾸리고 여론조사 업체 관리를 강화하는 법안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명태균 씨가 여론조사를 조작해 대선 경선에 영향을 미친 혐의로 수사가 진행 중이지 않느냐?”라며 “지나친 의도적 (여론 왜곡) 행위가 있다고 보이면 그걸 알아보고 싶은 것 아니겠나”라고 답변했다.
또한 민주당이 카카오톡으로 내란 선동 관련 가짜뉴스를 퍼트리면 고발하겠다고 하자 여권을 중심으로 ‘카톡 검열’이라는 비판이 나온 것과 관련해서는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그런 용어를 쓰는 것은 옳지 않다”며 “검열이 가능하지도 않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내용을 모르고 단순히 전달한 것이라면 경고하고 시정하면 되지만, 지켜보신 대로 선관위의 선거 관리에 의문을 제기하는 가짜뉴스가 무도한 폭력과 계엄의 근원이 됐다”면서 “이런 문제들은 시정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대표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를 통과한 법안에 재의요구권을 행사하고,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는 것에 대해 “최 권한대행의 권한 행사 기준이 오락가락하며 제멋대로 본인에게 유리한 권한을 함부로 행사해 거부권을 남발하는 등 철저하게 내란 소요 세력을 옹호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면서 “부적절한 국정 운영을 하고 있시는 하지만, 최대한 인내하고 기다린다. 최소한의 법과 상식은 지키라”고 촉구했다.
이 대표는 조기 대선 가능성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정치보복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할 의향에 대한 질문에 “정치보복은 절대 하면 안 된다”며 “국민 통합을 위해서라도 이런 단어조차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답변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