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으로부터 받았다”는 쪽지 '진실게임'
헌재 탄핵심판 윤석열-김용현 대질신문 주목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전에 국무위원들에게 관련 조치가 담긴 쪽지를 전달했는지를 두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받았다”고 쪽지의 존재를 시인한 반면, 윤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는 “준적이 없다” 또는 “생각이 안난다”고 부인하는 등 진실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22일 열린 국회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특위)’ 청문회에서는 전날 윤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에 직접 나서 쪽지를 전한 적이 없다고 부인한 계엄 관련 쪽지 전달 여부가 도마 위에 올랐다.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 헌재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에 직접 출석해 ‘국가비상입법 관련 예산 편성 쪽지를 최 대행에게 준 적이 있느냐’는 재판부 질문에 “저는 준 적도 없고 나중에 계엄 해제 후 언론을 통해 이런 메모가 나왔다는 걸 봤다”며 “기사 내용은 부정확했고, 이걸 만들 수 있는 사람은 김용현 전 국방장관 밖에 없는데 김 전 장관이 구속돼 구체적으로 확인을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 대행은 지난달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갑자기 저한테 참고하라고 접은 종지를 주셨다”라는 내용의 윤 대통령의 증언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증언을 철회하지 않고 있고, 조 장관도 이날 국조특위 청문회에서 재차 쪽지를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청문회에 출석한 한 총리와 조 장관에게 ‘대통령에게서 직접 쪽지를 받은 게 맞느냐’고 질문하자 한 총리는 “충격적인 상황이어서 생각이 안난다”고 모른다는 취지로 답한 반면, 조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받았다”고 답했다.
한 총리가 쪽지에 관해 직접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으로 윤 대통령처럼 단칼에 부인한 것은 아니지만 “생각이 안난다”고 존재 자체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일축한 반면, 조 장관은 지난달 13일 국회 본회의 긴급현안질문에서 최 대행과 함께 쪽지의 존재를 처음 시인한 데 이어 이날 재차 확인한 것이다.
따라서 계엄 쪽지를 둘러싼 진실 공방 양상이 되면서 쪽지의 존재는 물론 비상입법기구 예산 등 논란이 되고 있는 내용을 직접 밝힌 당사자인 최 대행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후 추가로 부연 설명을 한 적이 없지만 현재 진행 중인 계엄 사태에 대한 수사와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쪽지 문제가 다뤄지고 있는 까닭에 최 대행은 관련 언급을 삼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주목되는 건 오늘 윤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 증언대에 서는 김 전 장관으로서 지난 21일 윤 대통령이 계엄 쪽지의 작성·전달한 이가 김 전 장관이라 지목했기 때문에 윤 대통령이 탄핵심판 모든 변론에 참석하겠다고 밝힌 만큼 헌재에서 대면할 공산이 큰 가운데 쪽지 논란은 물론 계엄 사태 전반을 두고 대질신문을 하는 모양새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김 전 장관의 대리인단은 지난 20일 “메모(쪽지)의 작성자는 김 전 장관”이라면서도 “국회가 완전 삭감한 행정예산으로 인해 마비된 국정 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하여 ‘긴급 명령 및 긴급재정입법권한’ 행사를 대통령에게 건의하고 대통령이 (최상목) 기재부 장관에게 이를 준비하고 검토하라고 준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검찰 역시 김 전 장관의 공소장에 “특히, 대통령 윤석열은 최 부총리에게는 미리 준비해 두었던 비상계엄 선포시 조치사항에 관한 문건도 함께 건네주었다”고 적시했다.
그리고 해당 문건에는 ‘예비비를 조속한 시일 내 충분히 확보하여 보고할 것, 국회 관련 각종 보조금, 지원금, 각종 임금 등 현재 운용 중인 자금 포함 완전 차단할 것, 국가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할 것’ 등의 내용이 기재됐으나 쪽지가 전달된 시점에 김 전 장관은 대통령 집무실에 있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와 관련 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22일 “지난달 3일 밤 10시 20분 안찬명 합동참모본부 작전부장이 합참 엘리베이터에서 김 전 장관을 만났다고 한다. 김 전 장관은 11시 10분까지 합참 전투통제실에 있었다”고 말했다.
즉 검찰은 공소장을 통해 최 대행이 10시 40분께 문제의 쪽지를 받았다고 밝힌 바 있으나 시간상 김 전 장관이 쪽지를 전달할 수 시간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날 청문회에서 김 전 장관이 쪽지를 만들어 전했다는 윤 대통령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이처럼 최 대행이 A4용지 1장 분량의 인쇄물인 이 ‘쪽지’를 검찰에 제출해 최근 언론이 공개한 이른바 ‘최상목 쪽지’에는 “정부 예비비를 확보하고, 국회 예산을 완전 차단하고, 국가비상 입법기구 예산을 편성하라”는 3가지 지시사항이 담겨 있어 김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검찰의 공소장 내용과 일치한다.
따라서 만에 하나 계엄이 성사됐다면 지난 1980년 전두환 신군부가 국회를 해산한 뒤 만든 임시 입법기구인 ‘국가보위입법회의’(국보위)와 같은 초헌법적 기구가 만들어졌을지도 모를 일임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 김 전 장관, 최 대행의 말이 엇갈리고 있다. 더욱이 최 대행은 현재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고 있어 명확한 진실 규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