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파리 기후 협약(Paris Climate Change Accord)에서 지구온난화를 1.5℃로 제한하는 목표를 세웠다. 이는 지구변화가 가져올 최악의 사태를 막아보고자 하는 데 있는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 International Energy Agency)에 따르면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을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1.5℃ 이내로 제한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나마 저탄소나 무탄소에로의 전환이 추진력을 발휘하면 전혀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나의 희망적인 시그널은 2000년 이후 재생에너지 사용량이 매년 급증해 연평균 7.4퍼센트의 성장률을 보이는 데에서도 알 수 있다.
최근 IEA의 자료에 의하면 2000년부터 2023년까지 전 세계 재생에너지 증가에서 중국은 아프리카, 유럽, 북미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이 성장하여 이 분야 선두를 달리고 있다. 여기에 언급한 재생에너지는 태양광, 풍력, 수력, 바이오 에너지, 지열 및 태양 에너지 등이 망라된다. 이처럼 중국의 괄목할 만한 재생에너지의 성장에 반하여 미국과 유럽을 포함한 부유한 지역에서는 재생에너지의 평균 성장이 둔화한 추세다. 미국의 재생에너지 발전량 증가율은 유럽보다 약간 높지만, 중국에 비하면 많이 뒤진다. 그러나 미국은 최근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의 시행으로 재생에너지 성장률이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동안 아시아지역 국가들이 다른 대륙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많은 성장을 보였는데, 그 가운데서도 중국의 성장을 제외하면 아랍에미리트가 돋보인다. 아랍에미리트는 2023년 11월 21km²의 사막 지역을 차지하는 세계 최대의 단일 태양광발전소를 건설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이 태양광발전소가 건설되면 400만 개의 양면 태양광 패널은 2기가와트(GW)의 용량을 갖추어 약 2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으며, 매년 240만 톤 이상의 탄소 배출량을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한편 아프리카의 재생에너지 용량은 2000년 이후부터 2023년까지 184퍼센트 증가했으며, 연평균 성장률은 8퍼센트가 되는 셈이다. 현재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인도는 재생에너지 용량이 92퍼센트 증가하여 2000년에서 2023년까지 연평균 4퍼센트의 성장률을 보였다. 2023년 두바이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28차 회의(Conference of Parties, COP28)에서는 200개에 달하는 국가가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전환키로 합의했다.
그러나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International Renewable Energy Agency)의 보고서는 청정에너지의 빠른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COP28 합의에서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재생 가능 용량을 3배로 늘리겠다는 목표가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이 목표를 달성하는 계획이 확실하지 않아 적극적인 정책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양한 청정에너지 기술 가운데 현재 태양광만이 궤도에 오르고 있다. IRENA의 2030년 예측에 따르면 풍력, 수력, 지열 등은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에는 전기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plug in hybrid car)에 관한 전망도 포함되어 있는데, 이들 역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러한 차량의 재고는 2023년 전 세계적으로 4000만 대에서 2030년까지 3억 6000만 대로 증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개발도상국은 에너지 전환 관련 투자가 2023년 2조 달러를 넘겨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120개 개발도상국은 전 세계 재생 가능 투자의 15퍼센트만을 유치했을 뿐이다. 에너지 사용은 그에 상응하는 화석연료 의존도 감소와 병행해야 한다. 화석연료의 사용량을 줄이는 데서 시작해 대체 에너지 전략을 세워야 제대로 된 전환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2023년에 전 세계 재생에너지 용량은 50퍼센트 증가해 20년 만에 가장 빠른 증가율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이처럼 재생에너지 용량이 증가하는 추세라면 2030년까지 2.5배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으로써 재생에너지 용량을 3배 늘리는 COP28의 기후 목표에 시간이 지나면 거의 근접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전력 수요를 청정 재생에너지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국가는 7개다. 알바니아, 부탄, 에티오피아, 아이슬란드, 네팔, 파라과이, 콩고공화국인데, 이들 국가는 필요한 전력의 99.7퍼센트 이상을 지열, 수력, 태양광, 풍력발전에서 생산한다. IEA에 따르면 청정 재생에너지는 향후 수년 내에 전 세계 전력 확장의 90퍼센트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기에 머잖아 기후변화로 인한 최악의 시나리오로부터는 해방된다고 보아도 될 것 같다.
*구병두((사)한국빅데이터협회 부회장/ 전 건국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주)테크큐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