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출석한 가운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린 18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법원 담장을 넘어오는 등 난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는 헌정사상 최초로 구속된 가운데 구속영장을 발부한 서울서부지법 차은경 부장판사에게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구속영장 발부 심사를 맡은 차 부장판사는 이화여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1998년 40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을 30기로 수료하고 법무법인 세종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으나 지난 2006년 수원지법 판사로 임관한 뒤 부산지법, 대구가정법원, 인천지법, 중앙지법 등에서 부장판사를 지내다가 2023년 서부지법으로 발령받았다. 차 부장판사는 서부지법 영장 담당 판사는 아니지만 주말 당직 법관이어서 이번 심사를 맡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19일 8시간의 장고 끝에 윤 대통령을 구속한 차 부장판사는 일선 재판 업무에만 매진해온 중견 법관으로 꼽히며 동료들로부터 “묵묵히 맡은 바 일을 하는 법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부 소속이던 지난 2022년 11월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뇌물을 받기로 약속한 혐의로 구속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 대한 구속적부심에서 기각 결정을 내리는 데 참여했다.

또한 차 부장판사는 2022년 7월 당시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으로 불리우던 국민의힘 장제원 전 의원의 아들인 래퍼 노엘(본명 장용준)의 음주 상태로 무면허 운전을 한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또한 차 부장판사는 고(故) 백남기 씨 딸을 비방하는 내용의 글이나 그림을 게재한 혐의로 기소된 김세의 전 MBC 기자와 시사만화가 윤서인 씨에게 1심과 같이 벌금 700만원을 선고하고, 서울 도심에서 불법 집회·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에게 1심과 같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2심 판결에도 참여했다.

그리고 차 부장판사는 서지현 전 검사에게 인사 보복을 한 혐의로 기소된 안태근 전 검사장의 파기환송심에서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2020년 ‘무죄’를 선고하기도 했다.

차 부장판사는 지난 18일 오후 2시부터 4시간 50분 동안 심사를 진행하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대통령 양쪽의 의견을 경청했으며, 특히 윤 대통령에게 사건의 쟁점에 관해 직접 질문해 답변을 듣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차 부장판사는 오후 6시 50분께 심문을 마쳤고 약 8시간에 걸친 장고 끝에 이날 오전 2시50분께 “피의자(윤 대통령)가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현직 대통령으로는 헌정사 첫 사례인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한편 경찰은 오늘부터 차 부장판사의 신변 보호에 나선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신변보호 심사위원회를 연 뒤 오는 20일 오전부터 차 부장판사에 대한 보호조치를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19일 새벽 윤 대통령에 대한 영장 발부에 격분한 극렬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법에 불법 난입해 차 부장판사를 찾으면서 서부지법 건물 외벽과 유리창, 사무실 내 각종 집기를 훼손하는 등 난동을 벌였다. 다행히 당시 차 부장판사는 법원 경내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폭력난동으로 경찰은 윤 대통령 지지자 86명을 연행하고 이들을 엄단하기 위해 서울청 수사부장을 팀장으로 한 수사전담팀을 편성했으며, 특히 서울경찰청 수사부는 법원 폭력난동 사태에 가담한 대상자를 분류하고 채증 자료와 CCTV 분석, 법리검토 등을 진행한 뒤 조만간 대상자를 조사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