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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사년CEO] 노동진 수협중앙회장의 새해 포부…조합 살리기·기후변화 ‘총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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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25.01.14 10:23:40

“현장에 답이 있다” 발로 뛰는 노장
절체절명 위기서 재도약 발판 마련
어업에서 ‘블루푸드 산업’으로 확장
단위 상호금융 부실도 빠르게 정리

 

노동진 수협중앙회장. (사진=수협중앙회)


“어업인이 부자 되는 ‘어부’(漁富)의 세상을 만들겠다.”


노동진 수협중앙회 회장이 2023년 3월 제26대 회장 취임식에서 밝힌 포부이자 비전이다. 그로부터 2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 노 회장이 제시한 목표는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어업인의 삶 깊숙이 들어와 있다. 특히 올해는 위기에 처한 조합의 정상화와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2개의 큰 틀 아래, 구체화 된 실행계획이 속도를 내고 있다. (CNB뉴스=도기천 기자)


 


노동진 회장은 진해수협 조합장을 두 차례 역임하고 수협중앙회장 자리에 오른 전통 수협맨이다. 반세기 가까운 세월 동안 어민(조합원)들과 함께 동거동락 해오면서 현장 중심 경영이 몸에 밴 노장(老將)이다.

노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일본 원전오염수 방류 사태 등 국내 수산업계 위기에 대응하느라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바쁜 시간을 보냈다. 여기에다 동해 오징어 어획량 부진과 고금리로 인한 조합 수익성 악화 등 악재가 겹치자, 국회와 어촌 등을 발로 뛰어다니며 위기 극복에 온 힘을 쏟았다.

새해 첫 일성(一聲) 또한 ‘현장’이었다. 노 회장은 지난 2일 중앙회 경영진과 새해 첫 업무를 회원조합 상호금융 영업점에서 시작하며 신년사를 통해 “상호금융 위기 돌파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국 회원조합 모두가 높은 실적을 거양하도록 경영 개선 지원에 전력을 다하는 것이 중앙회 본연의 역할”이라며 “수협이 추구해야 할 최고의 가치인 ‘협동조합 구성원 모두가 잘 사는 일’이라면 어떤 어려움이 와도 주저하지 않고 나아가자”고 임직원을 독려했다.

짧고 굵은 신년사를 마친 노 회장은 곧바로 ‘말보다 실천’을 솔선해 보였다. 시무식 자리에서 ‘2025 새로운 시작, 힘내자 상호금융’ 캠페인을 시작한 것. 이는 조달 비용이 비교적 낮은 예탁금 가입을 늘려 수익구조를 개선하자는 캠페인이다.

 

노동진 수협중앙회장이 지난 2일 수협 구의지점을 방문해 예적금 상품에 가입하는 릴레이 챌린지를 펼치고 있다. (사진=수협중앙회)

이날 노 회장을 비롯한 중앙회 경영진은 수도권 소재 상호금융 영업점 8곳을 방문해 회원조합 예·적금 상품에 가입하는 릴레이 챌린지를 펼쳤다. 노 회장과 경영진은 직접 상품에 가입하고, 새해 첫 방문 고객에게 수협 기프트카드 30만원이 담긴 복주머니를 전달했다. 그러면서 수신 상품 가입을 권유했다.

이날 수협중앙회는 신규고객 확보 차원에서 19세 미만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최대 1.5%포인트 거래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Sh꿈자람적금’ 신상품도 새롭게 출시했다.

수협중앙회 관계자는 “노 회장의 신년 일정은 고금리·고물가에 따른 경기침체 장기화와 대손충당금 규제 강화 등으로 경영환경이 악화한 상호금융 사업의 재도약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회장은 올해 중앙회 사업 비전을 ‘기후변화 대응’과 ‘회원조합 위기 극복’으로 정했다.

수협중앙회의 ‘2025년도 사업계획 및 주요 예산편성안’에 따르면, 우선 매년 수산물 생산에 타격을 주고 있는 기후변화에 적극 대처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오는 5월까지 종합 대책을 마련하는 자체 연구에 돌입했다. 매년 반복되는 고수온으로 인해 기르는 양식수산물 폐사가 급격히 늘고, 잡는 연근해 수산물 또한 어장 환경이 급속도로 변화하는데 대한 대응책과 구체적인 어업인 종합 지원방안을 마련하는 프로젝트다.

노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기후변화는 단순히 어업인의 생계 문제를 넘어, 국민의 먹거리 공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매우 중대한 사안”이라며 “연구 결과가 나오는 대로 공론화를 통해 대책이 실제 제도화되고, 국가 예산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를 설득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통·가공·마케팅…전분야 생태계 구축



전국 회원조합(상호금융)의 경영 정상화에도 속도를 낸다.

우선, 대출 부실로 실적이 부진한 회원조합의 경영 정상화를 돕기 위해 2030억원의 무이자 자금을 포함해 총 2500억원을 지원한다. 이는 지난해보다 700억원 늘린 것으로, 이로써 2023년 1000억 원이었던 지원 규모가 2.5배 확대됐다. 앞서 노 회장은 지난해 창립 62주년 기념식에서 이 자금을 3천억원대로 확대하겠다는 중장기 추진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또한 수협중앙회는 회원조합이 갖고 있는 부실채권을 빠르게 정리하기 위해 대부업 자회사인 ‘수협엔피엘대부’ 법인을 지난해 10월 출범시킨데 이어, 12월에는 500억원 출자를 완료했다. 부실채권 매입 여력을 늘리기 위해 올해 500억원을 추가로 출자할 계획이다.

 

지난해 8월 어업인들이 무분별한 해상풍력 사업으로 인한 어장 훼손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으론 수산물 해외 판로도 넓힌다. 수출 확대에 확실한 변화를 만들기 위해 중화권에 편중된 무역지원센터를 수산물 수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동, 남미 등 새로운 국가로 일부 이전할 계획이다. 현재 수협중앙회는 해외 8개국에 11곳의 무역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 중 4곳이 중화권에 설립돼 있다.

또한 국내 수산업체의 수출을 지원하는 기존 무역지원센터와 더불어, 수협에서 직접 수산물을 수출하고 해외 현지에서 유통하는 해외 무역사업소 설치를 올해 처음으로 추진한다. 수협중앙회는 첫 국가로 전복, 넙치, 붕장어 등 활수산물 수출 증가세가 높은 일본을 고려하고 있다.

이밖에 수산물 소비 내수 진작을 위해 군 급식 공급망도 확장한다. 군 급식 정책을 주도하는 육군본부와 ‘수산물 소비촉진’ 업무협약을 체결해 활어회, 회초밥 등을 연중 내내 군부대에 공급할 계획이다.

수산물 먹기를 꺼려하는 Z세대 장병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특별한 프로젝트도 펼친다. 전문조리사가 전 부대원에게 수산물로 만든 요리를 제공하는 ‘수협 백패커’ 사업이다. 의뢰인을 직접 찾아 대량의 식사를 대접하는 예능 프로그램 ‘백종원의 백패커’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와 함께 푸드트럭이나 조리사 초빙 등 방법으로 특식을 제공하는 ‘지역상생장병특식’ 사업에도 올해 처음으로 참여한다.
 


재도약 주체는 ‘사람’…인재육성 강화



이런 모든 일은 결국 사람이 수행해야 한다. 그래서 노 회장은 수산업 인재육성, 특히 여성전문인력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유통·가공·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여성어업인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전문 여성어업인 육성을 위한 지원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한다는 게 노 회장의 기본 구상이다.

구체적으로 수협은 올해 창업컨설팅, 교육사업, 여성어업인 전국대회 개최 등 다각적인 지원 사업을 펼친다.

큰 틀은 최근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한 ‘블루푸드(Blue Food) 산업’ 활성화다. 회원조합 소속 (사)한국여성어업인연합회 지역 분회들과 연계해 사업자를 모집, 전문컨설턴트가 창업 기초교육을 진행하고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상품개발을 지원한다. 예를 들어, 지난해에는 군산시 분회에서 마른 김을 활용한 ‘꽃새우김부각’ 아이템개발을, 경주시에서는 ‘가자미밥식해’를 활용한 ‘감포의꿈’ 브랜드 개발 및 OEM 연계 시제품 제작 등 구체적인 성과를 거뒀다.

 

기후변화로 인한 어획량 감소 및 어촌 인구 고령화로 국내 수산업이 큰 위기를 맞고 있다. 국가중요어업유산 지정 ‘강릉 창경바리 어업’ 현장평가에서 어민들이 전통 방식으로 창경바리 어업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올해 수협은 여성어업인 지원을 더 확대할 계획이다. 역량 교육 및 창업컨설팅을 강화해 여성어업인 주도의 경쟁력 있는 수산식품 개발과 경영능력 향상을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노동진 회장은 “올해 그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어업인과 회원조합에 대한 지원만큼은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수산업계 모두가 더 나은 조건에서 일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에도 지속적으로 도움과 지원을 구하겠다”고 강조했다.

노 회장은 2023년 3월 4년 임기로 취임해 이제 거의 반환점을 돌고 있다. 한국 어업의 위기가 최고조에 달한 시기에 수협을 이끌면서 기사회생(起死回生)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협은 어민의 최후 보루다. 그래서 대한민국 바다의 운명이 수협의 사령탑인 노 회장의 손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남은 2년 2개월 임기 동안 쉼 없이 현장을 뛰어다녀야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CNB뉴스=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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