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탄핵심판 ‘신속 진행’ 의지 드러내…朴보다 단축될 수도
주 2∼3회 재판 열고 집중심리…尹측 기일 연기 신청 ‘불수용’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을 심리하는 헌법재판소가 지난 27일 첫 변론준비기일을 열고 본격적인 심판 절차에 들어간 가운데 첫 기일부터 심판을 신속하게 진행할 의지를 드러내면서 탄핵 여부가 빨리 결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정치권의 관심을 끌었다.
헌재는 이날 오후 2시 쟁점 정리를 주도할 수명재판관인 이미선·정형식 헌법재판관의 심리 진행으로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첫 변론준비기일을 열고 쟁점과 증거에 관해 청구인인 국회와 피청구인인 윤 대통령 측 의견을 들었다.
윤 대통령 측은 국회의 탄핵소추가 적법한 지 여부부터 앞으로 재판에서 따지겠다고 밝혀 탄핵심판의 출발점부터 문제 삼겠다는 의중을 드러냈으며, 아울러 그 과정에서 이뤄진 송달 문제도 지적하고 나섰다.
정 재판관이 윤 대통령 측에 “탄핵심판 청구의 적법 요건을 다툴 생각이 있느냐”고 질문하자 윤 대통령의 대리인 배보윤 변호사는 “네, 있다. 구체적인 건 답변서로 제출하겠다”고 답해 지난 7일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에 따른 ‘투표 불성립’으로 폐기되자 국회가 14일 유사한 내용의 탄핵소추안을 다시 의결한 과정이 적법한 지, 여부를 다투겠다는 의중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 측 대리인 윤갑근 변호사는 “(헌법재판소의) 송달이 적법했냐 하는 부분에 대해 (말하자면) 적법하지 않다”면서 “오늘 피청구인 측이 소송에 응했으므로 하자가 치유됐느냐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그 문제를 지적하고 싶다”고 헌재의 송달 과정이 적법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펼쳤다.
그리고 윤 대통령 측은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계엄이 선포됐고 포고령이 발표됐다는 정도의 표면적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계엄선포의 경과, 국무회의 회의록과 포고령 발표와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은 “설명할 내용이 있다”며 “추후 정리해 밝히겠다”고 답변했다.
또한 윤 대통령 측은 윤 대통령이 담화를 통해 밝힌 내용에 대해 “그게 전부가 아니다”라며 이 부분 역시 구체적으로 서면을 통해 보강하겠다고 답했으며, 아울러 윤 대통령 측은 “계엄 선포 과정에 헌법과 법률 위반이 없었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위반은 아니라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정 재판관은 이날 탄핵심판 쟁점과 관련해 국회 탄핵소추 의결서상 소추 사유로 든 계엄 선포, 계엄사령부 포고령 1호 발표, 군대와 경찰을 동원한 국회 활동 방해, 군대를 동원해 영장 없이 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압수수색, 위헌위법한 비상계엄 선포 관련 군대 동원한 행위 등 5가지의 헌법·법률 위반을 주장하는 게 맞는지 국회 측에 확인했다.
그러면서 정 재판관은 군대 동원 행위는 별도 사유로 보기보다는 다른 4개 사유를 판단하면서 같이 판단하고자 한다며 국회 측의 동의를 받는 등 사실상 탄핵심판 본안에 해당하는 대통령의 직무집행상 위헌·위법에 관해서는 4가지로 정리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다만 국회 측은 이에 더해 계엄군이 중앙선관위 직원들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한 내용도 추가하겠다고 밝히자 윤 대통령 측은 “소추 의결서를 기준으로 진행하는 게 맞다”고 반대 의견을 냈다.
그러자 정 재판관은 “휴대전화를 압수했다는 게 증거에 의해 인정이 된다면 소추 사유 확장이 아니라 특정이라고 볼 수 있다”며 “완전히 다른 부분에 대해 한다면 (인정이) 안 될 것이고 적절히 판단하겠다”고 정리했다.
국회 측은 이날 검찰과 경찰, 군검찰이 지닌 피의자들의 구속영장 청구서, 피의자 신문조서 등 서류를 헌재가 각 기관에 요구(촉탁)해달라고 요청하면서 헌재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박안수·곽종근·이진우·노상원·문상호·여인형·조지호·김봉식 등 구속 피의자 9명,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김현태·이상현·김대우·윤비나 등 군인들, 목현태 국회경비대장 등 증인 15명을 우선 신청하자 헌재는 논의한 뒤 채택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윤 대통령 대리인단이 ‘변론준비기일 당일에 선임돼 심판을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기일 연기를 신청하자 이 재판관은“탄핵소추 의결서, 준비기일 통지서 등이 적법하게 송달됐고 양측 당사자가 출석해 준비기일 개정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 연기 신청은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일축했다.
정 재판관은 “피청구인 요구 사항을 충분히 반영해서 심리를 진행할 것이지만 대신 협조를 해주셔야 한다. 필요 이상으로 충분히 할 수 있는데 안 하시거나 이런다면 그거에 대해 제재하겠다”고 다짐을 받았다.
이에 윤 대통령 측이 “저희 변호사들이 (윤 대통령의) 형사 사건, 탄핵 사건이 같이 진행되는데 충분히 변호인 인력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헌재에) 계류 중인 탄핵 사건들이 많이 있다. 물론 이 사건(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이 가장 중요하고 빨리 끝내야 하지만, 이 사건을 제일 먼저 심리하고 빨리 진행하고 저희가 대응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촉박하다. (이 사건을 빨리 진행하는) 재판관들의 협의나 근거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에 정 재판관은 “이 사건이 지금까지는 제일 마지막에 들어온 사건이지만 대통령 탄핵사건이 다른 어떤 사건보다 더 중요하다”며 “재판관 회의에서 무조건 앞 사건부터 처리하는 게 아니라 가장 시급하고 빨리해야 하는 사건부터 하자고 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 재판관은 “신속하게 이 탄핵심판을 진행한다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피청구인이 해야 할 걸 완전히 못하게 하는 건 아니다”라면서 “충분히 보장해드리고 한도 내에서 해드리고 그 대신 협조를 해줘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충분히 할 수 있는데 안 하신다면 제재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헌재는 윤 대통령 측의 시간 부족을 감안해 변론준비기일을 진행한다면서도 다음 준비기일을 1주 후인 다음 달 3일로 잡으면서 이 재판관은 “피청구인 측이 기일 촉박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면서도 “이 사건 탄핵심판이 국가 운영과 국민에 영향을 미치는 심각성과 중대성을 고려해 기일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헌재가 첫 기일부터 ‘신속 심판’을 천명함에 따라 탄핵심판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혐의는 뇌물수수 등 9개로 복잡했던 반면, 윤 대통령의 쟁점은 내란죄 여부로 다소 단순해 91일이 걸렸던 박 전 대통령 때보다 심판 기간이 단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만 헌법재판관 후보자 3인이 임명되지 않고 헌재의 ‘6인 체제’가 장기화될 경우, 심판에 지장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헌재가 ‘신속 심판’의 의지를 강하게 표명하는 만큼 크게 지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이에 국회 측 대리인 장순욱 변호사는 이날 변론준비기일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헌재가) 오늘 준비 절차에서도 신속한 절차 진행에 대해서 충분한 의지를 보여줬다”며 “청구인단 대리인으로서 재판부의 그러한 의지에 부응해서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성실하게 재판에 임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겠다”고 밝혔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