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24.12.17 11:49:57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지난 7‧23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잡은 지 불과 146일 만인 16일 공식 적으로 당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 국민의힘은 비상대책위원회 ‘6번째 비상대책위원회’라는 체제 전환에 착수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당 지도부가 총사퇴했다. 이제 비대위 구성으로 당 수습에 나서야 한다”며 “당내 혼란을 막고 신속한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국민의힘 비대위는 지난 2020년 9월 당이 출범한 이후 6번째 비대위로서 2020년 9월 미래통합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당명을 바꾼 뒤 선출된 당 대표는 모두 쫓겨나다시피 했다. 초대 대표였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을 비롯해 2대 김기현, 3대 한 대표마저 2년 임기를 못 채우고 물러났으며 특히 윤석열 정부 2년 7개월간 비대위만 5차례 출범하며 리더십 공백이 반복됐다는 오명을 얻게 됐다.
실제로 지난 2021년 6월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취임해 대선 승리를 이끈 이 전 대표는 윤석열 정부 출범 두 달 뒤인 2022년 7월 과거 성 접대를 받았다는 한 유튜브 방송의 의혹 제기를 빌미로 당 윤리위원회로부터 6개월간의 직무정지 처분을 받은 뒤 국민의힘은 당 대표 직무대행도 비대위원장을 임명할 수 있도록 당헌을 고쳐가며 ‘주호영 비대위’ 체제를 띄었다.
그러나 그해 8월 이 전 대표가 비대위 출범에 문제가 있다며 서울남부지법에 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일부 인용되면서 ‘주호영 비대위’는 17일 만에 와해되는 바람에 한시적으로 당시 권성동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았다가 그해 9월 ‘정진석 비대위’를 출범시켰다.
그러다가 지난해 3·8 전당대회에서는 당·정 일체를 강조한 김기현 의원이 친윤계 의원들의 압도적 지지 속에 당 대표로 선출됐으나 그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등을 책임지고 취임 9개월 만에 대표직을 내려놔 2주 만에 당시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지명했지만, 올해 4·10 총선 참패로 ‘한동훈 비대위’ 역시 오래 가지 못하고 당은 ‘황우여 비대위’로 전환됐다.
그러다가 총선 참패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한 전 비대위원장은 지난 7·23 전당대회에서 압도적 지지를 얻고 당 대표로 정계에 복귀했지만 12·3 비상계엄과 탄핵 후폭풍 등 지도부 와해로 5개월 만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이처럼 잦은 지도부 교체는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022년 8월 이후 ‘이재명 대표 1인 체제’를 유지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윤석열 정부에서만 당대표 3명(이준석·김기현·한동훈), 비대위원장 4명(주호영·정진석·한동훈·황우여), 대표 권한대행·직무대행(권성동·윤재옥) 2명이었다.
한 대표 사퇴로 국민의힘에서는 초대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포함해 6번째 비대위 체제 출범이 임박했다. 비대위원장은 전국위원회 의결을 거쳐 이른바 원조 ‘윤핵관’(윤석열 대통령의 핵심측근)으로 일컬어지는 권 권한대행이 임명하게 된다.
권 권한대행은 지난 16일 비공개로 진행된 의총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원장의 요건으로 위기 상황 수습, 비전 제시, 대야 관계에서의 공격력 등이 거론됐다”면서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인물은 거론되지 않았으며, 오는 18일 의총을 다시 열어 의견을 더 수렴한다는 계획”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당내에서는 비상계엄 사태에 이은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당이 내홍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혼란을 수습하고 갈등을 봉합하는 게 최우선 과제라는 점에서 외부 명망가보다는 현역 중진 의원 또는 중진 의원 출신 원외 인사 등을 비대위원장으로 등판시켜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영남지역 한 중진 의원은 17일 CNB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대다수 의원들은 작금의 비상계엄 사태에 이은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당이 내홍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굳이 외부에서 비대위원장을 모셔 올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라며 “내부에 당을 안정시킬 만한 마땅한 중진 인사가 있을지 당내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의원은 “특히 이번에 모실 비대위원장은 당의 안정과 화합, 그리고 쇄신을 위해서 당을 잘 이끌 수 있는 경험 많은 당내 인사가 적격이 아닌가 생각했다”면서 “오는 18일 예정된 의총에 앞서 자체 회동을 가진 중진 의원들도 당내 인사가 위원장을 맡아 조속히 비대위를 구성하자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국민의힘 다른 수도권 한 의원도 통화에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과에 따라 이르면 내년 봄에 대선이 치러질 수 있어 경륜 있는 당내 인사가 비대위원장을 맡아야 조기 대선 국면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비대위원장 후보군으로는 주호영·권영세·김기현·나경원 의원과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