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대표직 내려놓는다”…당선 146일 만에 사퇴
“비상계엄으로 고통받은 국민께 죄송…제가 부족”
“극단주의자들에 잠식당하면 보수의 미래 없을 것”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지난 7·23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지 146일 만인 16일 “최고위원들의 사퇴로 최고위원회가 붕괴돼 더 이상 당 대표로서 정상적 임무 수행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에 당 대표직을 내려놓는다”고 대표직에서 사퇴했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밝히면서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고통받으신 모든 국민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2024년 선진국 대한민국에 계엄이라니, 얼마나 분노하시고 실망하셨겠냐”고 허리 숙여 사과의 인사를 함께 전했다.
이어 한 대표는 “탄핵으로 마음 아프신 우리 지지자분들께도 많이 죄송하다”면서 거듭 허리 숙여 인사하면서 “그런 마음을 생각하며 탄핵이 아닌 이 나라의 더 나은 길을 찾아보려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결국 그러지 못했다. 모두가 제가 부족한 탓이다. 미안하다”고 해명했다.
이어 한 대표는 “국민의힘은 3일 밤 당 대표와 의원들이 국민과 함께 제일 먼저 앞장서 우리 당이 배출한 대통령이 선포한 불법 계엄을 막아내 헌법과 민주주의를 지켰다”며 “저는 그것이 진짜 보수의 정신이라 생각한다. 제가 사랑하는 국민의힘의 정신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한 대표는 “우리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 극단적 유튜버 같은 극단주의자들에 동조하거나 그들이 상업적으로 생산하는 공포에 잠식당한다면 보수의 미래가 없을 것”이라며 “그날 밤 계엄을 해제하지 못했다면 다음 날 아침부터 거리로 나온 우리 시민과 우리 젊은 군인들 사이 유혈사태가 벌어졌을 수도 있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 대표는 “그날 밤 저는 그런 일 막지 못할까봐 너무 두려웠다”면서 “아무리 우리 당에서 배출한 대통령이 한 것이어도 우리가 군대를 동원한 불법 계엄을 옹호하는 것처럼 오해받는 건 산업화와 민주화 동시에 해낸 이 위대한 나라와 그 국민을 보수의 정신을 우리 당의 빛나는 성취를 배신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한 대표는 “의총장에서 일부 의원들의 격앙된 사퇴 요구를 받고 나올 때 어느 젊은 기자 한 분이 제가 ‘당 대표에서 쫓겨나는 이유가 된 탄핵 찬성을 후회하느냐’고 물었다. 잠깐 많은 생각들이, 제 인생의 많은 장면들이 스쳐갔다”며 “마음 아프신 우리 지지자 분들 생각하면 고통스럽지만, 여전히 후회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저는 어떤 일이 있어도 대한민국 주권자인 국민을 배신하지 않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 대표는 “아무리 계엄이 잘못이라 해서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의 폭주와 범죄혐의가 정당화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이 대표 재판 타이머는 멈추지 않고 가고 있다. 얼마 안 남았다”면서 “국민들께 감사드린다. 비판해주신 국민들께도 감사드린다. 그리고 당원 동지들과 우리 당직자들께도 감사드린다. 나라가 잘됐으면 좋겠다. 고생 많으셨다”는 인사말을 전했다.
한 대표는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직후에도 대표직을 계속 수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선출직 최고위원 5명이 전원 사의를 표명하면서 ‘한동훈 지도부’는 자동으로 해체 수순을 밟게 됐다.
따라서 한 대표가 이날 공식 사퇴함에 따라 국민의힘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게 되며 비대위원장 선출시까지 이른바 원조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이라고 불리는 권성동 원내대표가 대표 대행을 맡게된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