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부기자 | 2024.12.16 09:53:25
"이미 다른 문(門)을 열고 들어(나)가신 어머니, 나 역시 또 다른 문을 두드리고 열고 들어(나)간다. 사랑합니다. 어머니. 하늘나라에서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김승영 작가의 작품, "두개의 의자"는 2021년 9월 돌아가신 어머니의 기억과 관련돼 있다. 김승영 작가는 '어머니의 기억'인 유품들을 태우고 빻아서 나온 회색의 재 위에 시커멓게 타들어간 나무의자 2개를 나란히 놓았는데 그 중 하나는 다른 하나에 기대어 있다. 아버지에게 기댄 어머니다.
김승영 작가는 2024년 11월 15일부터 2025년 1월 5일까지 김종영 미술관에서 '제16회 김종영 미술상 수상 기념전'을 하고 있다. 서두에 언급한 작품 '두개의 의자'는 3층에 전시돼 있다. 이 작품은 작가의 다른 작품들의 근원이 되는 작품이어서, 전시된 나머지 작품들을 이해하는 열쇠다.
"이미 다른 문(門)을 열고 들어(나)가신 어머니"
'두개의 의자'는 전시 조명에 의해 커다란 한자(漢字) 모양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데, 우연히도 그 형상이 門(문)자와 흡사하다. 어머니를 형상화한 의자와 우연히 전시장에 드리워진 한자(門)가 절묘하게 작가, 또는 관람자의 마음을 때리는 순간이다. 필자는 이 작품을 보면서 베를린 '노이에바헤(NEUE WACHE) 청동 조각이 떠올랐다.
어머니라는 단어는 지극히 주관적이고 사적이지만, 또한 보편적이기도 하다. 우리 모두는 함께 공감하는 '아련한 어머니'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승영 작가의 '두개의 의자'는 지극히 주관적이지만, 우리 모두에게 보편적 감동을 준다.
의자와 어머니의 기억
작가의 기억 속에서 어머니와 의자는 뗄 수 없는 존재다. 김승영 작가는 "어머니가 시장에서 포장마차를 하면서 겨울에 추위를 견디는데 사용했던 붉은 의자. 쇠로 만들어서 왠지 불편해 보이지만 안에 물이 채워져 있어서 가스불에 의해 물이 데워지면 제법 온기가 오래 남아, 야외에서 일하는 상인들의 몸을 따뜻하게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라고 말한다.
작가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2021년 9월을 회상하며 말했다. "임종을 지키며 한 손으로 어머니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면서 귀에 대고 말씀드렸다. '꼭 어머니를 주제로 전시회를 할게요. 엄마 사랑해요.'라고"
"어머니로부터 나온 예술"
설치미술가 김승영 작가는 주관적인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예술이 발현되는 근원으로 표현하면서 예술적 관점으로 다시 승화시킨다.
김승영 작가는 "시인 예브게니 예프투센코가 말했다. '왜 남성에게는 모성권이 주어지지 않았는가? 남자의 몸 속에서 순수한 생명이 꿈틀거렸다면 남성이 지금만큼 잔인하지 않았으리라' 그리하여 우리가 깊은 샘물에 두레박을 떨어뜨려 길어올리는 모든 예술은 모두 다 어머니로부터 나온 것이 틀림없으니 우리의 예술가는 어머니를 잃는 순간 땅이 꺼지는 슬픔을 느낀다. 예술가여 상심하라. 상심하고 또 상심할지어라."라고 언급했다.
(CNB뉴스= 김진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