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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소설가, 스웨덴 국왕에게서 노벨문학상 받아...“생명 파괴에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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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손정호기자 |  2024.12.13 10:54:30

한강 작가(왼쪽)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노벨상 시상식에서 스웨덴 국왕으로부터 노벨문학상 메달과 증서를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강 소설가가 스웨덴 국왕으로부터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우리나라 문학사와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것으로, 차기작과 향후 행보도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13일 문학계에 의하면 한강 작가가 지난 10일(현지 시간) 스웨덴의 수도인 스톡홀름의 콘서트홀에서 열린 2024 노벨상 시상식에서 칼 구스타프 16세 국왕에게서 직접 노벨상 메달과 증서를 받았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칼 구스타프 국왕이 가장 먼저 입장하고, 오케스트라가 모차르트의 행진곡을 연주하자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와 물리학상, 화학상, 생리의학상, 경제학상 등 다른 분야 수상자들이 함께 입장해 자리에 앉았다.

노벨상을 운영하는 한림원 종신위원인 스웨덴 소설가 엘렌 맛손은 시상 전에 5분 정도 한강 작가의 작품에 대해 설명했다. 맛손 작가는 한강 소설가의 작품이 형언할 수 없는 잔혹성과 돌이킬 수 없는 상실감에 대해 말하며 궁극적으로 진실을 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영어로 ‘친애하는 한강’이라고 말하고, 국왕 폐하로부터 상을 받기 위해 나와 달라고 요청했다.

한강 작가가 이날 원색의 블랙 코드 드레스를 입고 무대 중앙으로 걸어가자 약 1500명의 참석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기립했다. 그녀가 국왕으로부터 메달과 증서를 받고 악수를 하고 환하게 웃자 박수가 쏟아졌다.

 

한강 소설가(가운데)가 노벨상 시상식에서 다른 분야 수상자들로부터 노벨문학상 수상 축하 박수를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강 작가는 한국인 중 두 번째로 노벨상을 받았다. 2000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김대중 전 대통령은 평화상 시상식이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렸다. 스웨덴에서 다른 수상자들과 함께 노벨상을 받은 것은 그녀가 처음이다. 아시아 여성 작가 중에서도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강 소설가는 이날 시상식 후 연회에서 문학 작품을 읽고 쓰는 일은 필연적으로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하는 일이라며, 가장 어두운 밤에도 언어는 우리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묻고 언어는 이 행성에 사는 사람의 관점에서 상상하기를 고집하며 언어는 우리 서로를 연결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후 스톨홀름 시청사인 블루홀에서 연회가 열렸고, 한강 작가는 국왕의 사위인 크리스토퍼 오닐 씨와 함께 연회장에 입장했다. 국왕과 마주 보는 자리에서 연회를 즐겼으며, 가족 대신에 우리나라 출판사 관계자들이 동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7일에는 스웨덴 한림원에서 ‘빛과 실’을 주제로 노벨문학상 수상자 강연을 했다. 한강 작가는 이날 사랑이 팔딱팔딱 뛰는 나의 가슴 속에 있고, 사랑이란 우리의 가슴과 가슴 사이를 연결해주는 금실이라는 내용의 짧은 시를 낭송했다.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희랍어 시간’ ‘바람이 분다, 가라’ 등 자신의 장편소설을 소개했다.

한강 작가는 ‘소년이 온다’의 배경이 된 1980년 광주광역시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 등 신군부가 일으킨 쿠데타와 시민혁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한강 작가는 “1980년 1월에 가족과 함께 광주를 떠난 뒤 4개월이 지나지 않아 학살이 벌어졌을 때 나는 아홉 살이었다”며 “이후 서가에 거꾸로 꽂힌 광주 사진첩을 우연히 발견해 어른들 몰래 읽었을 때 열두 살이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소년이 온다’ 등 작품 세계에 영향을 미친 이 책이 쿠데타를 일으킨 신군부에 저항하다 곤봉과 총검, 총격에 살해된 시민들과 학생들의 사진이 실려 있는 것으로, 철저한 언론 통제로 인한 왜곡된 진실을 위해 유가족들과 생존자들이 비밀리에 제작해 유통한 것이었다고 전했다.

 

스웨덴 스톡홀름 시청 건물 외벽에 한강 작가와 역대 여성 노벨문학상 수상자들의 모습, 문구가 미디어아트 작품으로 표현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6일(현지 시간)에는 스웨덴 스톡홀롬 노벨상박물관에서 노벨문학상 수상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한강 작가는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와 국회에 의한 해제에 대해 생각을 전했다. 한강 작가는 “2024년에 다시 계엄 상황이 전개되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2024년 겨울의 상황이 다른 점은 모든 상황이 생중계되어 모두 지켜볼 수 있었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강 작가는 무력이나 강압으로 언로를 막는 방식으로 통제하는 과거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며, 젊은 경찰과 군인들의 태도도 인상 깊었고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판단하려 하고 내적 충돌을 느끼며 최대한 소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채식주의자’가 청소년 유해도서라는 비판을 받은 점에 대해서도 낙인과 폐기가 가슴 아픈 일이었다고 고백했다.

한강 작가는 이번 스웨덴 방문에서 ‘말괄량이 삐삐’ 등을 집필한 동화 작가인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생가도 찾았다. 린드그렌 작가의 증손자인 요한 팔름베리 씨를 만났는데, ‘사자왕 형제의 모험’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CNB뉴스=손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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