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요커’ 등의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한 피에르 르탕의 회고록 ‘파리의 수집가들’이 출간됐다.
9일 문화계에 의하면 17살에 ‘뉴요커’ 표지 그림을 그리며 데뷔한 일러스트레이터 피에르 르탕의 작품 세계를 담은 책 ‘파리의 수집가들’이 오프더레코드에서 출간됐다.
피에르 르탕은 1950년 베트남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파리에서 살았다. 화가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17살에 ‘뉴요커’의 표지 그림을 그리며 데뷔했고 이후에 보그, 하퍼스 바자, 뉴욕타임스, 르몽드, 샤넬, 에르메스, 카르티에 등과 협업했다.
‘파리의 수집가들’에는 펜과 잉크로 정교하게 그린 70점의 일러스트, 나만의 즐거움을 위한 한 세계의 끝까지 집요하고 고집스럽게 걸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겼다고 설명했다. 전 루브르 박물관장인 피에르 로젠베르그 같은 유명 인사, 애장품의 흔적만 간직하고 있는 파산한 귀족, 영화와 패션계의 거장, 샤넬의 가장 인기 있는 향수를 만든 조향사, 카를 라거펠트와 10년 넘게 일한 샤넬의 디자이너, 유랑하는 댄디, 집착에 가까운 수집벽의 괴짜 등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의 은밀한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
파블로 피카소가 친구들에게 손수 만들어준 담배꽁초 케이스 등 알려지지 않은 예술 작품도 만날 수 있다. 노트르담 성당 맞은편 부두 근처의 부티크를 방문하며, 파리의 유서 깊은 경매장을 서성인다. 파리, 런던, 뉴욕, 모로코 등 시공간을 초월해 탐험하듯 펼쳐지는 기묘한 이야기는 피에르 르탕 특유의 크로스해칭으로 그려진 세밀한 그림 곁에서 빛난다고 설명했다.
피에르 르탕은 20세기 일러스트레이션의 마스터로 불리는 아티스트로 많은 예술 애호가들의 취향을 사로잡은 컬렉터로 알려져 있다. 유명 잡지, 패션 브랜드뿐만 아니라 영화와 무대 예술 분야의 디렉터, 실내 장식가로도 활동했다. 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 많은 책의 표지 그림을 그리고,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파트릭 모디아노와 함께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흥미로운 물건을 보고 찾고 욕망하고 획득하는 수집가로 살았다. 무엇인가를 좋아하고 소유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성찰하는 회고록 ‘파리의 수집가들’을 남기고 지난 2019년 예순아홉 살의 나이로 타계했다.
‘르몽드’를 비롯한 세계의 언론이 우아함과 기이함을 동시에 표현하는 그의 독특한 스타일과 감수성을 기리며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1년 반 후에 그의 아파트를 가득 메운 400여점의 애장품들은 경매에 부쳐져 그의 취향을 존경하는 이들에게 전해졌다.
티파니앤코의 최고예술경영자 리드 크라코프는 그에 대해 “초현실주의, 낭만주의, 장식 예술의 세계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멋진 세계를 창조한 지칠 줄 모르는 수집가였다”고 평가했다. 파트릭 모디아노는 “꼭 읽어야 할 그림과 꼭 봐야 할 단어, 이것이 피에르 르탕의 작품 세계다”라고 전했다. 작가 움베르토 파스티는 “그의 그림은 읽혀야 하고 그의 말은 보여져야 한다”고 말했다.
(CNB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