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그동안 입으로는 ‘국민 눈높이’를 말하면서도 국민 다수가 지지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는 반대 입장을 고수하면서 여권이 쇄신 기회를 놓치고 공멸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 대표는 11일 당 정책위원회가 윤 대통령의 임기반환점을 맞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전반기 국정 성과 보고 및 향후 과제 토론회’에서 “정권을 재창출하기 위해서 민심에 맞게 변화와 쇄신을 해야 한다”며 “정부를 필요할 때 응원하고 필요할 때 비판하지만, 결국 함께 변화·쇄신해 남은 2년 반 승리의 길로 함께 나아가자”고 주장했다.
이어 한 대표는 “대통령이 남은 2년 반 임기 동안 민생 변화를 최우선에 두겠다고 말했다. 100% 공감한다. 민생이 정답이고 우리가 그곳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면서 “결국 우리가 정권을 재창출하고 무도한 정권의 출현을 막을 수 있는지는 후반전을 어떻게 해내느냐에 달려있다, 대통령도 변화와 쇄신을 말한 만큼 우리가 집권 여당으로서 당당하게 변화, 쇄신을 말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 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지난 2년 반 성과로 한일관계 정상화, 화물연대 불법파업 해결, 원전 생태계 복원 등을 꼽으면서 “한일관계를 과감하게 정상화해 지난 정부 동안 뒤틀려있던 한미 관계가 복원되고 한미일 공조로 이어졌다”며 “대단한 성과였고, 윤석열 정부는 이것 하나만 두고도 역사 속에서 평가받을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리고 한 대표는 “화물연대에서 매년 연례 행사처럼 있었던 불법파업을 정서가 아닌 법으로 해결했으며, 우리 정부가 원전 생태계를 살려낸 것도 크게 기여한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이날 여야의정 협의체가 출범한 것과 관련해 “왜 의료 개혁이 어려운지는 지난 1년 동안 느껴서 알고 있다. 당과 정이 함께 의료 개혁의 결실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부족하다고 생각할 분들이 많을지 모르겠지만 대통령이 변화와 쇄신을 말했다. 정부와 함께 변화와 쇄신, 남은 2년 반 승리의 길로 나아가자”고 주장한 뒤,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이날 밝힌 김건희 특검법 수정안에 “민주당의 말뿐이지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거부 의사를 분명하게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한 대표 행보에는 윤 대통령이 자신이 밝힌 쇄신 기준을 어느 정도 받아들인 것으로 규정해 작금의 상황을 돌파하려는 뜻이 깔린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당초 친한계(친 항동훈계)에서는 윤 대통령이 한 대표가 요구한 ‘의혹 사항들에 대한 설명 및 해소’는 두루뭉술한 사과, 전면적 의혹 부인에 그치면서 김 여사 라인 인적 쇄신을 요구했지만, 실체를 인정하지 않았고, 대외활동 중단 요구에는 “(이미) 사실상 (활동을) 중단했다”고 답하는 등 전혀 수용하지 않은 ‘맹탕’ 회견이었다는 대체적인 평가와는 차이가 있다.
더구나 윤 대통령이 원칙적 국회에서 합의할 경우,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특별감찰관은 예방 효과만 있을 뿐 현재 불거진 김 여사에 대한 각종 의혹 규명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뒤따르기 때문에 한 대표가 민심에 부응하지 못하는 특별감찰관이라는 대책으로 대통령과 타협하면서 특검 방어에 ‘한 몸’이 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어 한 대표가 그동안 강조한 ‘국민 눈높이’라는 구호는 무색해졌다는 평가가 뒤따르고 있다.
국민의힘 한 수도권 의원은 CNB뉴스에 “한 대표가 민심 수용을 들어 윤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차별화에 나섰던 행보의 정당성에 물음표가 뒤따르게 됐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대표를 겨냥해 “윤석열 대통령, 김건희 여사 부부에게 꼬리를 내렸다”라며 ‘김건희 특검법’ 수용을 압박하고 나섰다.
박 원내대표는 “한동훈 대표는 강강약약이 아니라 강약약강의 아이콘”이라며 “윤 대통령이 담화를 통해 한 대표의 요구를 죄다 묵살했는데도 마치 자기 요구를 들어준 것처럼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김건희 특검을 원천 거부하는 대통령 발언에 쓴소리 한마디 못 하는 여당 대표가 애처롭다”고 지적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