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도 모른 尹 ‘담화‧기자회견’...한밤 기습 발표, 또 한동훈 ‘패싱’
추경호 “4일 尹 만나 건의”…尹, 기자회견 결정 후 韓 대신 秋와 통화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7일에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 열겠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을 직접 만나 이를 건의했다고 밝혔다.
추 원내대표는 5일 오전 원내대책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오는 7일로 예정된 대통령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 일정을 4일 윤 대통령과 논의했다”면서 “(최근 상황과 관련해) 당에서도 이런저런 얘기들이 있어서. 어제(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 대통령을 만나 이러한 얘기들을 전했다”고 밝혔다.
이어 추 원내대표는 “대통령께 ‘당초 11월 말경 (입장 발표) 얘기가 나왔는데 그것보다 이른 시점이면 좋겠고, 가급적 순방 전에 기자회견을 하시면 여러 상황과 관련해 국정 이해도가 높아지지 않을까’라는 말씀을 (대통령께) 전했다”라며 “참모진도 같은 건의를 한 것으로 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추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그런 목소리를 듣고 계셨고, 고심하다 어젯밤에 오는 7일 대국민 담화 겸 기자회견을 하는 것으로 최종 결심했다”면서 “대통령께서 여러 목소리를 경청하면서 기자회견 전까지 충분히 숙고해 말씀할 것으로 안다. 국민께서 궁금해하는 부분, 각종 국정 현안에 대해 소상히 말씀드릴 기회를 가질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추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담화 결정이 밤늦게 결정된 것에는 “저는 어제 오후에 갔었고, 이런저런 말씀을 드린 후에 최종 결정됐다. 그즈음 결심하시고 국민과 언론에 알린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언론 등에) 알리기 전에 저한테 연락이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추 원내대표는 “처음에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시간을 잡고 간 게 아니고, 비서실장 등 수석들과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윤 대통령이) 잠시 보자고 해서 들어가서 이야기를 한 것”이라며 “계획된 면담이나 독대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추 원내대표는 ‘한 대표가 추 원내대표가 윤 대통령과의 면담 사실을 알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그런 것까지 하나하나 승인받고 가야 할 사항은 아니다”라며 “(대통령) 비서실장과 수석들과의 업무협의는 수시로 한다”고 일축했다.
대통령실은 10%대 지지율 등 국정 동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미국 대선, 해외 순방,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1심 선고 결과 등에 따라 여론 풍향이 바뀔 것으로 기대하면서 공천 개입 등 각종 의혹에 대한 윤 대통령의 입장 발표를 11월 말로 미루자 당 일각에서는 한가한 태도라는 비판이 나온 터였다.
특히 앞서 이날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각종 의혹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해명, 독단적 국정운영 기조를 바꿀 쇄신을 요구했지만, 용산 대통령실은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았던 대신 윤 대통령은 친윤계인 추 원내대표를 따로 만나 당내 친윤계 의원과 원로·중진·지자체장 등의 여론 동향을 살핀 뒤 담화 시기를 당긴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과정에서 한 대표는 사전에 대국민 담화 일정을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여권 일각에선 한 대표를 향한 윤 대통령의 강한 불신이 드러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3대 요구안을 들고 온 한 대표와 면담을 한 직후에도 추 원내대표를 따로 불러 당 상황을 논의한 바 있다.
한편 이날 국민의힘 평생당원 초청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한 대표는 ‘추 원내대표의 용산 대통령실 방문 사실과 조기 기자회견 건의에 대해 알았냐’는 질문에 “저는 몰랐다”고 일축하면서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 공지에 대해서도 “언론에 보도될 즈음에 전달받았다”라고 추 원내대표가 전달받은 때와는 다소 시차가 있다는 듯한 뉘앙스를 보였다.
그리고 한 대표는 ‘패싱’이라는 지적이라는 질문에 “제가 언급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라고 말을 아꼈으며, 거듭된 질문에도 “충분히 말했다고 본다”고 추가적인 답변을 피했으나 대통령실 관계자가 ‘당의 중심에는 추 원내대표가 있다’라고 발언한 데 대한 질문에는 “당 대표가 아니라 원내대표가 중심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라면 착각이고 잘못된 말”이라고 직격했으나 “그렇지만 그런 취지겠느냐, 설마 그러지는 않을 것 같다”라고 덧붙이기는 했다.
또한,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의 내용과 관련한 질문에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담화가 되기를 기대하고, 반드시 그래야 한다”라고 짧게 답한 뒤 이후 구체적인 질문을 계속 던져졌지만, 한 대표는 자신의 대답을 반복해 상기시키는 것으로 대신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