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24.10.29 11:54:05
정년 퇴임을 앞둔 한 국립대학교 교수가 이례적으로 윤석열 대통령 이름으로 수여하는 정부 훈장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는 연말 정년 퇴임을 앞둔 인천대 산업경영공학과 김철홍 교수는 지난 22일 학교 측에 ‘퇴직 교원 정부포상 미신청자 확인서’를 제출하면서 “내년 2월 말 퇴직자인 본인은 소속기관(인천대)으로부터 퇴직 교원 정부포상 후보자라고 안내받았지만, 포상 신청을 하지 않는다”면서 “향후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겠다”고 훈장 수여를 거부했다.
이에 김 교수는 이 같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일부 언론사에 보낸 ‘이 훈장 자네나 가지게!’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윤 대통령 비판과 함께 훈장을 거부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혔다.
김 교수는 이 글에서 “정상적으로 나라를 대표할 가치와 자격이 없는 대통령에게 (훈장을) 받고 싶지 않다”면서 “훈장이나 포상을 받는 사람도 자격이 있어야 하지만, 그 상을 수여하는 사람도 충분한 자격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며칠 전 대학본부에서 정년을 앞두고 훈·포장을 수여하기 위해 교육부에 낼 공적 조서를 써달라는 연락을 받고 고민을 하게 됐다”는 글로 시작해 이같이 주장하면서 “훈·포장 증서에 쓰일 수여자 이름에 강한 거부감이 들었다, 수여자가 ‘왜 대한민국 또는 직책상 대통령’이 아니고 ‘대통령 윤석열’이 되어야 하는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노벨 문학상 수상을 제대로 축하하지도 못하는 분위기 조장은 물론, 이데올로기와 지역감정으로 매도하고 급기야 유해 도서로 지정하는 무식한 정권”이라며 “국가의 미래를 위한 R&D 예산은 대폭 삭감하면서 순방을 빙자한 해외여행에는 국가 긴급예비비까지 아낌없이 쏟아붓는 무도한 정권”이라고 거듭 비판했다.
또한 김 교수는 “일개 법무부 공무원인 검사들이 사법기관을 참칭하며 공포정치의 선봉대로 전락한 검찰 공화국의 우두머리인 윤석열의 이름이 찍힌 훈장이 무슨 의미와 가치가 있느냐”고 반문하면서 “지지율 20%면 창피한 줄 알고 스스로 정리하라. 잘할 능력도 의지도 없으면 그만 내려와서 길지 않은 가을날 여사님 손잡고 단풍이라도 즐기길 권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 교수는 28일 오후 CNB뉴스와의 통화에서 “무릇 훈장이나 포상을 할 때는 받는 사람도 자격이 있어야 하지만, 상을 주는 사람도 충분한 자격이 있어야 한다”면서 “(윤 대통령은) 나라를 양극단으로 나눠 진영 간 정치적 이득만 챙기고 사람 세상을 동물의 왕국으로 만들어 놨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김 교수는 “(나는) 민중의 삶은 외면한 채 자신의 가족과 일부 지지층만 챙기는 대통령이 수여하는 훈장이 우리 집 거실에 놓인다고 생각하니 몸서리가 친다”면서 “(내가) 만약에 훈·포장을 받더라도 조국 대한민국의 명의로 받고 싶지, 정상적으로 나라를 대표할 가치와 자격이 없는 대통령에게 받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 교수는 지난 1993년 3월1일에 인천대 조교수로 임용된 뒤 32년(퇴임 시기인 2025년 2월까지)간 교수로 재직해 3년의 군 경력도 포함, 33년 이상 경력을 인정받아 정부가 수여하는 근정훈장 대상자로 분류됐다.
김 교수는 지난 1990년대부터 인천의 노동현장을 찾아 산업재해, 노동자의 건강권과 관련된 연구를 계속해오다가 2002년 ‘건강한 노동세상’을 창립, 2023년까지 초대 대표를 역임했고, 2001년에는 인천대 노동과학연구소를 창립하기도 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전국교수노동조합에서는 2000년부터 2023년까지 국‧공립대 위원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