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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니&비즈] 이육사의 詩, 그림과 만나다…교보생명의 이색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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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손정호기자 |  2024.09.24 09:31:09

창업주 신용호, 일제강점기 때 이육사와 인연
독립운동 지원하며 민족교육에 대한 꿈 키워
교육·문학사업, 오늘날 교보문고 등 열매 맺어
당시 뜻 기리고자 8명 화가 이육사 詩 재조명

 

교보생명이 서울 광화문 빌딩 교보아트스페이스에서 이육사 시인 탄생 120주년 기념전을 열고 있다. (사진=손정호 기자)

할 거 많고 볼 거 많은 바쁜 시대. CNB뉴스가 시간을 아껴드립니다. 먼저 가서 눈과 귀에 담은 모든 것을 전합니다. 이번에는 교보생명이 진행하고 있는 이육사 시인 전시회에 다녀왔습니다. <편집자주>




교보생명이 광화문에서 민족 시인 이육사(1904~1944)를 기억하기 위한 전시를 열고 있어서 주목받고 있다. 교보생명 산하 공익재단인 대산문화재단은 서울시 종로구 광화문 교보생명빌딩에서 ‘이육사 탄생 120주년 기념전, 절정(絶頂) 시인 이육사’(9월 29일까지)를 진행하고 있다.

이육사는 일제 강점기에 끝까지 민족의 양심을 지키며 일제에 항거하다 순국한 시인이다. 청포도, 광야 등과 같은 작품들을 통해 목가적이면서도 웅혼한 필치로 민족의 의지를 노래했다.

기자는 지난 19일 오후에 이곳을 방문했다. 서울 지하철 광화문역 지하도를 따라 교보생명빌딩 방향으로 걸어가면, 교보문고(교보생명 계열사)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이육사 전시회는 교보문고 내 전시공간인 교보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리고 있다.

 

교보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리고 있는 이육사 시인 탄생 120주년 기념전. (사진=손정호 기자)

이곳 정면에 부착된 설명판에 시인의 얼굴 일부가 흑백으로 프린트되어 있다. 시인이 40세로 짧은 생을 마감하는 날까지 조국의 해방을 위해 불꽃처럼 살다간 독립투사이자 문학인이라고 소개하는 글이 적혀 있다.

이육사 시인(본명 이원록)은 1904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났는데, 1927년 처음 옥고를 치를 때 부여된 수인번호 264를 직접 자신의 필명으로 정했다. 조국 독립을 위해 활동하며 17번이나 옥고를 치렀는데, 1930년 조선일보에 시 ‘말’을 발표한 후 40여편의 작품을 남겼다고 한다. 소개 글에는 ‘시인이 퇴계 이황 선생의 직계 후손으로, 어렸을 때부터 익힌 한학과 유학적 핵심 가치관으로 창조적 관조의 미학 세계를 보여준다’고 적혀 있다.

큰 크기의 분홍색 종이에는 ‘광야’ ‘꽃’ ‘청포도’ 등 그를 대표하는 시 전문이 적혀 있었다. 교과서에서 읽었던 그의 대표작들을 다시 감상해보니, 시인이 꿈꾸었던 세상에 대한 바람을 조금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었다.

하얀색 작은 종이에는 ‘강 건너간 노래’ ‘호수’ ‘자야곡’ ‘초가’ ‘말’ ‘소년에게’ ‘편복’ ‘파초’ ‘노정기’ ‘춘수삼제’ ‘반묘’ ‘해후’ ‘황혼’ ‘일식’ ‘아편’ ‘광인의 태양’ 등의 시가 쓰여 있다. 처음 발표될 당시 원문 그대로 적혀 있었는데, 오래된 낯선 단어의 뜻을 밑에 풀어놓았다. 일제 시대에 독립운동을 하며 시를 쓴 이육사 시인의 영혼이 오롯이 다가오는 느낌이다.

 

이육사 시인 탄생 120주년 기념전에 놓여 있는 다양한 판본의 시집과 평론집들(왼쪽), 광화문역 안에 설치되어 있는 교보생명과 이육사 시인의 오래된 인연에 대한 포스터. (사진=손정호 기자)

전시장에는 8명의 화가가 그의 시를 읽고, 이를 캔버스에 형상화한 그림들이 걸려 있다. 김선두, 노충현, 박영근, 윤영혜, 윤종구, 이동환, 이재훈, 진민욱 등 화가 8명이 시에서 영감을 얻어 그린 작품들이다.

시 옆에 화가의 그림이 더해지면서 감상을 더 풍부하게 해줬다. 캔버스에 그려진 청포도와 파초, 두 발을 힘차게 든 말, 소년의 얼굴, 광야, 황혼의 이미지가 상상력을 자극했다. 먹으로 그린 산 위의 채색된 무지개, 고양이와 꽃, 비단 위에 표현한 나비와 이끼, 새와 꽃의 그림이 당대의 느낌을 살려줬다.

이 공간에 설치된 기둥 모양의 미디어윌에서는 8명의 화가들이 그린 그림이 순차적으로 바뀌면서 투영된다. 첨단 IT 기술로 구현된 그림들을 바라보니, 하늘에서 그가 미소 지을 것 같았다. 푸른색, 검은색 물감으로 추상적으로 그려진 그림들 앞에 서면 그의 시가 현재에도 살아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날 교보문고를 찾은 남녀노소 다양한 시민들은 천천히 전시를 둘러봤다.

 


민족과 함께한 세월…과거·현재 넘어 미래로



시인에 관한 책도 살펴볼 수 있다. 전시장 책상 위에 다양한 판본의 시집, 평론집들이 놓여 있었다.

또한 광화문역 안에는 이육사 시인과 교보생명의 인연을 강조하는 대형 포스터가 설치되어 있었다. ‘차마 바람도 흔들진 못해라’라는 그의 시 ‘교목’ 일부를 인용하고, 나라를 위해 헌신했던 어느 시인과 그 뜻을 함께 했던 어느 기업가처럼 아무리 거센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것이 있다는 글귀가 적혀 있다.

 

신창재 대산문화재단 이사장(가운데), 이육사 시인의 외동딸인 이옥비 여사(왼쪽)가 이육사 시인 탄생 120주년 기념전 개막식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교보생명)

이육사 시인은 교보생명과 인연이 깊다. 대산문화재단과 교보생명의 창립자인 대산 신용호 선생은 일제강점기 시절 이육사 시인을 만나 ‘큰 사업가가 되어 헐벗은 동포들을 구제하는 민족자본가가 되길 바란다’는 시인의 말을 듣고 독립운동자금을 지원했다.

두 사람의 이런 정신을 기리기 위해 지난 6일 전시회 개막식 때 신창재 대산문화재단 이사장(교보생명 회장)과 시인의 외동딸인 이옥비 여사, 유가족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교보생명이 이처럼 문학 활동을 지원하는 이유는 창업정신에서 비롯됐다. 창업주 신용호 선생은 교육에 대해 열정을 갖고 교보를 창립했고, 이러한 정신이 오늘날 교보가 문학을 지원하게 된 뿌리가 됐다. 1980년 교보문고를 설립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CNB뉴스에 “대산문화재단을 출연해 설립하고 대산문학상 등 우리 문학을 후원하는 다양한 일들을 진행하고 있다”며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 번역을 지원해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영국 부커상을 수상하는데 도움을 준 것이 최근의 대표적인 성과”라고 말했다.

(CNB뉴스=손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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