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정 협의체, 추석 지나도록 출범 '안갯속'
'채상병 특검법' 여권 내 좌충우돌...용산과 엇박자
애매한 리더십...당내 세력 없어 소통 부족 지적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지난 7‧23 전당대회에서 약 63% 득표율을 기록하며 집권 여당의 지휘봉을 거머쥔 지 오늘로서 2개월이 맞았으나 지난 2개월 간의 리더십을 두고 평가가 엇갈리고 있어 ‘당대표’라는 시험대를 잘 통과해 명실상부 대권주자로 거듭날 수 있을지에 관심을 끌고 있다.
당내에서는 한 대표가 취임 이후 의료 현장 혼란을 막기 위한 '여야의정(與‧野‧醫‧政)' 협의체를 의료계와 야당에 제안한 데 이어 3년여 만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대표회담에서 여야 민생 공통 공약 추진 협의기구 구성 합의를 끌어낸 바 있다.
아울러 한 대표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주장하고, 당내 격차해소특별위원회를 구성하며 소액투자자와 청년·소상공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 구상에도 공을 들이는 등 이른바 ‘국민 눈높이’ 민심과 민생 문제 해결을 기준점으로 삼아 정국 현안 대응에 주력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 대표가 추석 전 출범을 공언했던 여야의정 협의체가 2025년 의대 증원 백지화 등을 놓고 정치권과 정부, 의료계가 계속해서 평행선을 달리는 등 출범이 여전히 안갯속인 것은 물론, 지난 전당대회 기간에 비장의 무기로 내놨던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법’ 역시 완강한 당내 반대 여론에 밀려 자체 안이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 등 리더십이 시험대에 섰다.
우선 한 대표는 협의체 구성과 관련해 지난 19일 국회에서 비공개로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과 만난 사실이 전해지며 기대감을 키웠으나, 이어 구체적인 움직임이 뒤따르지는 않고 있는 것은 물론, ‘2025년 의대 정원 조정은 어렵다’는 정부와 원내지도부 입장도 완강하다.
이에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협의체 관련 정부 여당이 한 발짝 물러나야 한다’는 평가에 대해 “원점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자체가 유연하고 열린 마음에서 한발 물러서서 대화하겠다는 의견 표현”이라면서, 대화에 우선 참여해 줄 것을 촉구했다.
그리고 용산 대통령실 장상윤 사회수석 역시 이날 브리핑에서 “2025년 의대 정원 조정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2026년 이후 정원에 대해선 유연한 입장”이라며 “의료계가 과학적 근거를 갖춘 합리적 의견을 제시하면 열린 마음으로 논의에 임하겠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등 전혀 진전이 없었다.
이와 관련, 한 대표 측 한 측근은 23일 CNB뉴스와의 통화에서 “한동훈 대표가 민생 현안에 집중하며 고군분투하고 있다”면서 “보수층뿐 아니라 중도층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당내 논의가 주춤했던 ‘3자 추천 채상병 특검법’도 전혀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범야권은 자체 발의한 제3자 추천 특검법을 지난 19일 본회의에 상정해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에 국민의힘은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을 열지 않고 규탄대회를 열고 야당이 가진 대법원장이 추천한 특별검사의 비토 권한을 지속해서 문제 삼았으나, 더불어민주당은 줄곧 ‘그럼 한 대표가 먼저 발의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공세를 폈다.
이러는 사이 당 내부에서는 한 대표의 리더십을 흔드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비교적 계파색이 옅은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한 대표의 (용산과의) 무리한 차별화 시도가 되려 당을 힘들게 하는 것 같다”면서 “어쨌든 대통령실이 화답을 해야 한 대표가 생각하는 게 이뤄지는 것 아니냐. 윤 대통령의 의지가 강한 상황에서 차라리 대통령실에 힘을 더 실었으면 보수 지지 기반은 다질 수 있지 않았나 본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한 대표는 오는 24일 윤 대통령과 만찬 회동에 앞서 독대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두 사람의 이번 만남으로 분위기 반전의 계기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