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친한계’ 제외한 ‘비한계’만 불러 ‘번개 만찬’
한동훈 “모르는 내용”…의대 증원 이견이 패싱 원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한남동 관저에서 국민의힘 ‘친한계’(친 한동훈계) 최고위원을 제외한 ‘비한계’(비 한동훈계) 최고위원을 비롯해 일부 수도권 중진 의원들만 초청해 비공개 ‘번개 만찬’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이날 만찬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를 비롯해 ‘친한계’ 최고위원들은 모두 초청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지난달 30일로 예정됐던 지도부와 만찬이 추석 연휴 이후로 연기된 상황에서 당·정 갈등의 앙금이 남은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앞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는 지난달 30일 만찬을 하기로 했다가 추석 이후로 연기했으며, 그 이유로 민생 대책을 내세웠으나 대통령실과 한 대표가 ‘의대 정원 증원’ 문제를 두고 이견을 보인 것이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한 대표는 9일 국회에서 열린 지구당 부활 관련 토론회 직후 기자들이 ‘전날 만찬에 대해 알고 있었느냐’라고 질문하자 “제가 모르는 내용이어서 말씀드릴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답했으나 ‘패싱 논란 지적’, ‘추석 이후 만찬 날짜’ 등에 대한 질문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불편한 심기를 우회적으로 표시했다.
이와 관련 ‘친한계’로 분류되고 있는 한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CNB뉴스 기지와 만나 “용산 대통령실로부터 만찬과 관련해 연락을 받은 것이 없다”면서 “어제(8일)저녁에 비공개로 한 대통령과의 만찬이 바로 오늘(9일) 아침에 보도가 나오는 것을 보니 참 특이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최고위원은 “만찬 내용이 용산에서 흘러나왔는지 아니면 참석자 중 한 사람이 우연히 기자와 통화 하다가 만찬 얘기를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대통령과의 비공개 만찬에 갔다 왔다는 얘기가 어제저녁부터 들리기는 했다”면서 “그렇지만 바로 몇시간도 안 지난 다음 날 아침 신문에 기사가 나왔다는 건 굉장히 특이했다”고 거듭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최고위원은 “윤 대통령과의 비공개 만찬을 좋게 뜻으로 해석 한다면 ‘대통령이 다양하게 의견 청취를 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조금 곡해한다면 ‘추석 이전인 지난달 말에 하기로 한 것을 추석 이후로 옮겨놓고서 굳이 추석 이전에 급하게 하는 이유는 모르겠다’고 오해 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이외에도 친한계로 분류되는 김종혁‧장동혁·진종오 최고위원 등도 참석을 부인했으나 ‘친윤계’로 분류되는 인요한·김민전 최고위원 등은 참석 여부를 밝히지 않았으며, 일부 의원들이 전화 통화를 시도했으나 받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국민의힘 한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추석 연휴를 앞두고 다양한 민심을 청취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한 것으로 안다”며 “앞으로도 여당 지도부 인사, 의원 등 다양한 그룹과 자리를 만들어 의견을 들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만찬에 참석한 중진 의원이 이른바 ‘윤핵관’으로 꼽히는 인사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윤 대통령은 추석 연휴를 앞두고 퍽퍽한 장바구니 물가에 안타까움을 표하면서 당정이 민생 문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확산되자 대통령실 한 관계자는 “일일이 만찬 사실을 공개하지 않아 그렇지 대통령과 정치인, 단체장들과의 만남은 그동안에도 자주 이뤄져 왔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은 9일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을 통해 2024 파리 패럴림픽에 참가한 선수단에 “불굴의 투지를 보여준 우리 83명의 선수들이 정말 자랑스럽다”며 “헌신적으로 선수들을 지원해주신 지도자와 가족 여러분께도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