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24.08.16 10:53:06
지난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검사 탄핵’ 청문회가 핵심 증인들 대부분이 불참한 가운데 여야 의원들이 공방만 벌이는 ‘맹탕 청문회’ 모양새로 흘러가는 도중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이 최근 국민권익위원회 간부 사망 사건을 거론하면서 주장한 ‘김건희 살인자’ 발언을 두고 여야가 정면충돌했다.
문재인 정부 말기부터 윤석열 정부 초기까지 권익위원장을 지내면서 감사원의 ‘밀어내기’에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며 임기를 마친 바 있는 전 의원은 권익위 고위 간부 사망이 권익위의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사건 종결 처리와 관련됐다고 주장하면서 “김건희, 윤석열이 죽인 것이다. 살인자다”라고 소리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청문회장은 순간 아수라장이 됐다.
이에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국회의원 면책특권은 누군가를 살인자라고 공개 지목해도 되는 갑질 권한이 아니다. 하물며 국회의원이 대통령 부부에게 살인자라고 외치는 것은 삼권분립 헌법 체계를 부정하는 용서할 수 없는 반인륜적 폭언”이라고 비판하면서 “전 의원은 면책특권 뒤에 숨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범죄적 막말을 한 것으로 응분의 책임을 묻겠다”고 밝혀 전 의원의 의읜직 제명을 시사했다.
이에 국민의힘 신동욱 원내수석대변인은 “국민의힘은 민주당 전 의원의 제명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당 소속 의원 108명 전원 명의로 제출했다”고 밝히면서 “국민의 대표자로서 품위를 유지해야 할 의무를 심각하게 위반해 국민의 대의기관이며 독립된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으로서 자격을 상실했다”고 제명 촉구 사유를 설명했다.
국민의힘 법사위원들도 기자회견을 열어 “공직자의 안타까운 죽음을 정쟁으로 이용하려는 무책임하고 무도한 발언”이라며 “정치적 이익 앞에서 고인에 대한 애도와 성찰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잔인한 모습”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이들은 “누가 권익위 직원들을 괴롭히고 죽음으로 몰고 갔는지는 국민께서 판단하실 것”이라며 “민주당은 성찰하고 자성하는 자세부터 갖추고, 극언을 쏟아낸 부분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이처럼 권익위 고위 간부의 사망사건을 두고 격한 여야 대립이 벌어진 것과 달리, 이날 주제였던 ‘검사탄핵’ 문제에 대한 논의는 당사자인 김영철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를 비롯해 김 여사, 이원석 검찰총장 등 주요 증인들은 모조리 청문회장에 나오지 않았고, 여야는 국회의 ‘검사 탄핵소추’ 적절성을 놓고 지루한 공방만 되풀이하는 등 맥이 풀린 상태로 진행됐다.
이와 관련 이날 청문회에서 전 의원과 치열한 설전을 주고받은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은 “과연 탄핵 외에 검사 징계 수단이 없는 것인가. 검사징계법상 해임 등 여러 유형의 징계가 가능하다”면서 “법사위가 아까운 시간을 들여 굳이 청문회를 열고 탄핵소추안을 상정하려는 게 이해가 안 간다”고 비판했다.
용산 대통령실도 이날 정혜전 대변인의 브리핑을 통해 “공직자의 안타까운 죽음마저 또다시 정치공세에 활용하는 야당의 저열한 행태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공직사회를 압박해 결과적으로 고인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은 다름 아닌 민주당”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 대변인은 “오늘 민주당은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국민이 뽑은 대한민국 대통령의 가족을 향해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막말을 내뱉었다”며 “근거 없는 일방적 주장에 근거해 거친 말을 쏟아낸 것은 한 인간에 대한 인권 유린이고 국민을 향한 모독”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정 대변인은 “걸핏하면 공무원을 국회로 불러 윽박지르고 자신들의 말을 듣지 않으면 공무원 연금까지 박탈할 수 있다는 협박성 발언을 했다”면서 “야당이 일말의 책임을 느낀다면 고인의 죽음을 두고 정쟁화하는 것은 당장 그만둬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정 대변인은 “민주당의 공식적인 사과와 납득할만한 설명을 요구하며, 특히 막말을 내뱉은 전직 권익위원장 전현희 의원은 권익위를 황폐화한 일말의 책임감도 느끼지 않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하면서 “민생을 논의해야 할 국회가 무책임한 말을 내뱉는 해방구가 된 점에 국민들은 분노할 것”이라고 논란에 가담했다.
그러자 민주당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15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법사위에서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권익위 고위공무원의 안타까운 죽음을 정쟁으로 활용하며 동료 의원에게 입에 담지 못할 망언을 쏟아냈다”며 “따라서 송 의원의 ‘막말 더티플레이’에 제명을 추진하겠다”고 맞받아쳤다.
이어 노 원내대변인은 “국민의힘은 사실상 외압에 의해 발생한 안타까운 죽음까지 정쟁으로 만들어버렸다”며 “김건희 여사 이름만 나오면 염치를 망각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행태가 참담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노 원내대변인은 “진짜 죄가 있는 사람은 고인에게 외압을 행사한 권익위의 수뇌부와 그 수뇌부에게 외압을 지시한 사람이다. 본질을 호도한다고 진실이 흐려지지 않는다”며 “고인의 죽음을 정쟁에 활용하고 동료 의원을 모욕한 송석준 의원은 국민과 고인께 사과하라. 또 염치도 모르고 전현희 의원의 제명을 추진한 국민의힘 역시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