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외교전문지 <디플로매트>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기시다 내각이 자국 역사를 세탁하는 데 있어 발견한 완벽한 공범”이라 지적했다.
8일 오마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디플로매트>는 7일(현지시간) “한국의 지지 아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일본의 사도광산(Japan's Sado Island Gold Mines Designated as UNESCO World Heritage Site With South Korea's Backing)”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은우 리’(Eunwoo Lee)라는 외부 필자가 작성한 이 기사는 일본 정부가 사도광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와 관련해 ‘강제성’을 명시해달라는 한국 정부의 요청을 거부했음에도 정부가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에 찬성했다고 비판했다.
기사는 먼저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에 대해 “에도 시대(1603~1867년)의 유산이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사도광산에서 금을 추출하고 정제하는 수작업 기술의 총체적 집합체는 일본의 사회 문화적 발전과 세계 무역에서 귀중한 역할을 한 에도 시대의 사회 기술적 정교함을 반영한다”는 일본의 세계유산 등재 이유를 인용했다. 일본 입장에서 사도광산은 ‘일본의 전통적 정부, 문화, 사회의 마지막 시대’였던 과거를 보여주는 소중한 유산이라는 것.
이어 메이지유신 이후 사도광산이 “일본 제국주의의 군사 기능과 해외 기업에 자금을 전달했다”라고 언급하며, “당시 이 광산은 조선인의 강제 노동에 의존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도광산의 조선인 강제노동자 수는 1200명에서 1500명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히로세 테이조 후쿠오카대 교수는 그 수가 최대 2300명에 달할 수 있다고도 추정한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기사는 일본 정부가 약속한 조선인 노동자 상설전시관이 한국인들의 분노를 일으켰다며, 그 이유로 전시관이 사도광산에서 도보로 이동하기 너무 멀어 관광객의 방문이 어려울 뿐더러 ‘강제노동’에 대한 언급이 전무한 채 ‘모집’, ‘배치’, ‘징용’ 등의 단어만 사용해 ‘법과 규정에 따라’ 조선인이 작업에 종사했다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조선인 노동자들의 실태에 대해서도 “조선총독부는 노골적인 납치와 인신매매를 수반하는 강제노동자 모집과 확보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다”며 “사도광산의 조선인들은 임금을 일방적으로 삭감당하고 수입의 일부를 의무 저축 제도에 넣어야 했다. 광산 도구, 담요, 식료품 등을 구입하기 위해 돈을 내야 했다. 이는 조선인들의 현금을 빼앗고 탈출을 막기 위한 전술이었다”라고 설명했다.
기사는 일본 정부가 아베 내각 이후 기시다 내각에 이르기까지 “일본의 역사를 합리화하고 ‘아름다운 일본’을 선전하는 수정주의적 민족주의 신조를 채택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 역시 그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서는 “기시다 내각이 자국 역사를 세탁하는 데 있어 발견한 완벽한 공범(The Kishida administration has found a perfect accomplice in South Korea's President Yoon Suk-yeol in laundering Japan's history)”이라고 표현하면서 “윤 대통령은 일본의 한국 점령을 근대화와 계몽의 원천으로 정당화하고 식민지 잔혹 행위와 엘리트들의 협력을 미화하는 한국의 뉴라이트 운동에 힘을 실어주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이미 한국 독립운동가들의 유산을 말살시키고 식민지 협력자들의 열렬한 반공주의를 강조하는 뉴라이트 인사들로 행정부를 채웠다”며 “이는 북한과의 화해를 거부하고 일본 자민당과의 일방적인 협력을 지지하는 오늘날 한국의 보수주의를 지탱하고 있는 한국 엘리트들의 친일 부역과 광복 이후 정부 장악의 연대기를 은폐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필자는 이번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에서 세 가지 중요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며 첫 번째 교훈으로 “‘모두의 정신 속 평화를 수호한다’는 유네스코 정신과 ‘국제 연대와 협력을 증진한다'라는 세계유산협약의 목표를 국제사회가 다시 한 번 되돌아봐야 할 때라는 점”을 꼽았다.
이어 “두 번째 교훈은 윤석열 정부와 관련이 있다”라며 “외교는 국제관계에서 상호 이익을 증진하는 수단이지만, 그 목적은 자국민에게 최대한의 이익을 가져다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 이후 일본은 환호하고 있지만, 한국 국민들은 상처를 입고 있다”고 한국 정부의 대응을 꼬집었다.
또한 “2023년 5월, 대부분의 한국인들과는 달리 윤 대통령은 일본의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출에 대해 미온적이었다. 윤 대통령은 일본을 묵인하는 것이 한일 간 경제 안보와 군사 협력을 강화한다고 믿는 반면 한국 정치권의 잘못된 관행을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고 윤 대통령을 재차 비판했다.
그러면서 필자는 “마지막 교훈은 기시다 수상과 윤 대통령 모두에게 해당한다”라며 “한 지역의 역사를 잘라내고 재단하는 것은 인류의 집단적 기억에 대한 심각한 잘못이다. 사도의 금은 순수했을지 모르지만 그 역사에는 불순물이 포함되어 있으며, 우리가 좋은 것을 기억하려면 나쁜 것도 기억해야 마땅하다. 역사적 기념을 위한 자리에 기억상실증과 역사부정은 설 곳이 없다”고 충고하며 기사를 끝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