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현지시간) 파리올림픽 유도 여자 57㎏급 결승전에서 은메달을 딴 허미미 선수의 사연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허미미는 2002년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자랐다. 유도 선수였던 아버지를 동경해 도복을 입은 허미미는 중학교 때부터 '유도 종주국' 일본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중학교 3학년이던 2017년 일본 전국중학교유도대회 여자 52㎏급에서 우승했고 이듬해 일본 카뎃유도선수권대회 같은 체급에서 준우승했다. 이후 일본 와세다대 스포츠과학부에 진학했다.
그렇게 일본에서 탄탄대로를 달리던 2021년, 허미미가 잘 따르던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할머니의 유언은 "한국 국가대표로 선수 생활을 하길 바란다"는 것이었다. 허미미는 주저없이 한국행을 택했다. 평소 잘 알고 지내던 같은 재일 교포 김지수(23)를 따라 경북체육회 유도팀에 입단했다.
입단 과정에서 허미미는 자신이 독립운동가 허석(1857∼1920) 선생의 5대손임을 알게 됐다. 허석 선생은 일제강점기 당시 항일 격문을 붙이다 옥고를 치렀고, 1991년 건국훈장 애국장에 추서된 애국지사다.
허미미는 많은 어려움 끝에 2022년 태극마크를 다는 데 성공했고, 그해 6월 국제대회 데뷔전인 트빌리시 그랜드슬램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같은 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준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올해에도 포르투갈 그랑프리와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각각 금메달과 은메달을 획득하는 등 꾸준히 좋은 성적을 이어오다가 5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여자 선수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건 1995년 여자 61㎏급 정성숙, 여자 66㎏급 조민선 이후 29년 만이었다. 그리고 두 달 뒤 허미미는 올림픽에서도 은메달 획득에 성공, 파리 하늘에 태극기를 휘날리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