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24.07.03 12:17:19
2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을 관철시키려는 더불어민주당과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이를 막아내려는 국민의힘 간의 팽팽한 대치 전선이 형성된 가운데 민주당 김병주 의원의 ‘정신 나간 국민의힘’이라는 돌출 발언이 터져 나와 여야의 강 대 강 대치 정국이 더욱 격화하고 있다.
당초 제22대 국회 첫 대정부 질문을 하는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대정부질문 종료 직후 우원식 국회의장이 민주당의 요구를 수용해 본회의에 특검법을 상정하게 되면,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로 맞불을 놓는 ‘민주당의 ’채상병 특검법‘ 상정→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라는 정해진 수순을 밟아가는 듯했다.
이 경우 민주당은 ‘토론 종결권’을 통해 오는 3일에는 필리버스터를 끝내고 범야권 단독으로 채상병특검법을 처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으나 4성 장군 출신인 민주당 김 의원이 대정부질문 도중 “여기 정신 나간 국민의힘 의원들은 당 논평에서 ‘한미일 동맹’이라는 표현을 썼다”고 발언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김 의원은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질문을 하다가 “정신 나간 국민의힘 의원들은 논평에서 ‘한미일 동맹’이라고 표현했다”면서 “일본은 국토에 대한 야욕을 갖고 있는 나라인데 어떻게 일본과 동맹을 한다고 생각하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일제히 김 의원에게 “사과하라”며 소리를 질렀고, 일부 의원들은 책상을 치며 항의 의사를 표현했으나 김 의원은 아랑곳하지 않고 “홍준표 대구시장도 한미일 자유주의 동맹이라고 말했다. 정신이 나가도 한참 나갔다”고 지적을 이어갔다.
혼란한 상황에서 사회를 보고 있던 국민의힘 당적을 갖고 있는 주호영 국회부의장은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조용해 해주기를 바란다”고 자제를 요청했고, 김 의원에게도 “언어 선택에 신중을 기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으나 김 의원은 “저는 평생 군복을 입고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고 (결심)했다. 사과할 분은 국민의힘”이라고 맞받았다.
이어 김 의원은 신원식 국방부 장관에게 해병대원 순직 사건에 관한 질문을 하려 했으나 국민의힘 의원들의 항의가 더욱 거세지면서 정상 진행이 어려운 상황까지 치닫자 주 부의장이 “심각한 발언인데 사과하겠냐. 과한 말씀인 것 같은데 사과하고 진행하라”고 권유했지만, 김 의원은 “‘일본과 동맹’에 관해선 사과할 필요 없다”고 거부했고 민주당 의원들도 “사과하지 말라”며 김 의원을 두둔했다.
이처럼 강력한 항의와 함께 사과하라는 국민의힘의 요구에도 민주당 김 의원이 이를 거부했고, 과열된 양상 속에 정회된 본회의는 끝내 속개되지 않고 파행으로 끝났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특검법 관련 질문에 “내일 상황을 봐야 하지만 공식 사과 여부가 어찌 되는지에 따라 우리 방침도 결정된다”면서 “사과가 없다면 제명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보인 반면,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여당 특검법 처리를 조직적으로 반대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민주당은 이를 양보할 수 없다, 법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민주당이 절대다수 의석을 갖고 있다는 점, 우 의장 역시 채상병특검법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는 점 등에서 어떻게든 6월 임시국회 회기 내에 특검법이 상정·처리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지만 김 의원의 발언을 둘러싼 여야의 대치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 의장이 야당 단독 본회의를 열기는 부담이 적지 않다는 반론도 나오는 상황이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