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24.06.26 12:24:46
여야가 우여곡절 끝에 22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정상화했으나 피감기관장들과 기관들이 출석을 거부하거나 자료 제출은 물론, 답변마저 거부하는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등 방송장악 문제를 둘러싸고 여야 의원들 간 날 선 공방이 이어졌다.
과방위는 25일 오후 2시 국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방송통신위원회·방송통신심의위원회·KBS 등 기관 현안 질의가 열렸지만, KBS 박민 사장이 불참해 오후 8시 회의에서 박 사장을 고발하기로 의결했다.
박 사장은 이날 국회 출석요구에 “공영방송 사장이 출석할 경우,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언론 자유가 중대하게 침해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불출석했으며, 이에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오후 3시30분까지 출석해달라”고 압박했으나 박 사장은 끝내 불출석했고 최 위원장이 고발하겠다고 하자 여야 의원 간 언쟁이 이어졌다.
이에 최 위원장은 박 사장이 지난 19일 대통령 주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대통령을 뵙고 견마지로를 맹세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국회에 증인으로 채택됐는데 공영방송 독립을 운운하며 불출석하는 것은 허용할 수가 없다”며 “반드시 관련법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YTN 앵커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노종면 의원이 방통위의 YTN 민영화 관련 자료를 요청했으나 방통위가 “기업의 영업상 비밀을 포함하고 있어 제출이 어렵다”고 대부분의 자료 제출을 거부했으며, 특히 유진그룹의 YTN 인수 신청 서류와 심사 관련 주요 자료들은 통째로 빠졌다.
그러자 노 의원은 “껍데기만 제출한 셈으로 국회와 국회의원에 대한 기망행위”라면서 “도대체 뭘 숨기려고 그러는 건가. 영업 비밀이 담겼다는 게 거부 사유인데, 방통위엔 법률 전문가가 없나. 직무상 비밀에 속하는 것도 제출 거부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난해 민원사주 논란 이후 처음으로 국회에 출석한 류희림 방심위원장도 민주당 이정헌 의원이 “직간접적인 이해관계자 40여 명이 100여 건 이상의 (심의) 민원을 제기했지 않았느냐”라며 “왜 심의를 회피하지 않았나”라고 질문하자 답변을 거부했다.
이어 이 의원이 “이해충돌 방지법이 있다. 공직자 직무 관련자가 사적 이해관계자인 걸 알면 안 날로부터 14일 이내 소속 기관장에 이 사실을 서면으로 신고하고 회피를 신청해야 하는데 류희림 위원장은 회피 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하자 이에 대해서도 류 위원장은 “현재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 조사와 경찰 수사 진행 중인 사안”이라며 거듭 답변을 거부했다.
현재 류 위원장은 지난해 가족과 지인 등을 동원해 방심위에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인용 보도 관련 심의를 요청하는 민원을 제기하게 했다”는 이유로 ‘민원사주’ 의혹이 제기돼 권익위가 조사를 진행 중이며, 방심위는 뉴스타파에 인터넷 언론 대상 초유의 심의를 강행했고 뉴스타파 보도를 인용 보도한 KBS·MBC·JTBC 등에 과징금 부과를 결정한 바 있다.
이처럼 여야가 함께한 22대 과방위 첫 전체 회의는 주요 증인들의 ‘출석 거부’ ‘자료 제출 거부’ ‘답변 거부’ 등을 놓고 여야 의원들 간에 여러 차례 고성이 오갔으며, 심지어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MBC 사장 출신인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이 MBC와 소송 중인 것을 놓고 민주당 이훈기 의원은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 김 의원의 과방위 회의 회피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으나 국민의힘 과방위 간사인 최형두 의원은 “아무런 근거도 없는 것”이라며 민주당의 사과와 정회를 요구했고, 최 위원장이 수용하지 않자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10분간 퇴장하기도 했다.
이어 재입장한 국민의힘 김 의원은 “같은 논리라면 민주당 의원들의 자격도 논해야 한다”면서 이훈기·노종면·이정헌 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의 전과를 열거하면서 “민주당 대표 연임을 노리는 이재명 의원은 전과 4범에 수많은 비위 의혹으로 재판 중”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이날 자신의 SNS에서도 “검찰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는 법제사법위원회에 형사 피고인이던 최강욱 당시 의원을 뻔뻔하게 보임시켰던 민주당이 할 말인지 기가 찰 뿐”이라며“방통위원 임명 과정에서 자격 시비로 논란이 됐다가 사퇴한 분이 과방위 위원장이 돼 방통위 비판 질의를 하고, 방송사에 몸담았다가 불법 행위로 해고된 적 있는 분이 민주당 의원이 돼 그 방송사 매각 문제를 질의하는 건 이해충돌이 아니고 윤리적 문제가 없느냐”라고 따졌다.
한편, 과방위는 이날 오는 7월 2일 네이버 라인 사태, 제4 이동통신사 등에 대한 현안 질의를 하기로 결정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종호 장관 등 과기부 공무원 4명 및 최수연 네이버 대표와 서상원 스테이지엑스 대표를 증인으로 채택했으나 최 대표와 서 대표는 불출석 의사를 밝혀 논란이 될 겻으로 보인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