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간 협업 기피?…이젠 옛말
신약·임상·의료기기 ‘전방위’ 협력
각사 경쟁력 최대 활용, 성과 ‘공유’
[내예기]는 내일을 예비하는 기업들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시계 제로에 놓인 경제상황에서 차근히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들을 다룹니다. 불확실성이란 이름 아래 전망은 힘을 잃고 있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필요한 것은 만반의 대비입니다. 그 진행 과정을 만나보시죠. 이번에는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신약개발을 위한 ‘공동연구’를 하는 가운데, 그 영역이 점차 확장되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편집자주>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전통 제약사 간의 공동연구를 진행함으로써 각 사의 강점을 살리고 새로운 분야에 대한 협력을 증대해 가면서 연구와 개발 가능성을 높여 나가겠다”
박재홍 동아에스티 R&D 총괄 사장이 지난해 9월 동아에스티 용인 연구소에서 HK이노엔과 비소세포폐암 표적항암제 공동연구 업무협약을 통해 내세운 말이다.
이처럼 최근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신약개발을 위한 협업을 활성화하고 있다.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드는 신약개발에는 협력이 필수불가결하기 때문.
그럼에도 그간 제약업계 내 전통 제약사 간 공동연구는 기피돼 왔다. 공동연구 특성상 각자 기술을 공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제약사마다 보유한 역량과 강점을 최대한 활용한 오픈이노베이션이 활발해지고 있다.
먼저, 일동제약의 신약 연구개발 자회사 유노비아는 지난달 대원제약과 소화성 궤양용제 ‘P-CAB’ 신약 공동 개발 및 라이선스에 관한 계약을 체결했다. P-CAB는 칼륨 경쟁적 위산 분비 억제제 (Potassium-Competitive Acid Blocker)의 약자로,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새로운 작용의 동작 원리를 가진 약물 그룹이다.
이 계약에 따라, 대원제약은 유노비아가 보유한 P-CAB 신약 후보물질 ‘ID120040002’의 후속 개발을 수행하고, 해당 물질에 대한 허가 추진 및 제조·판매 등을 포함한 국내 사업화 권리 일체를 보유하게 된다.
유노비아 측은 미란성 위 식도 역류 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ID120040002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하는 임상 2상 시험 계획(IND)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취득했으며, 신약 물질과 관련한 권리 확보를 위해 한국과 미국, 일본, 호주 등 주요 시장 국가에 대한 특허 등록도 완료한 상태다.
일동제약의 신약개발 전문 회사 아이디언스도 최근 동아에스티와의 협력에 나섰다.
아이디언스는 지난달 동아에스티로부터 지분투자와 함께 표적항암제 신약 후보물질 ‘베나다파립’(Venadaparib)의 병용투여 공동 개발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베나다파립은 세포 DNA 손상 복구에 관여하는 효소인 ‘PARP’를 저해해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사멸시키는 표적 치료 항암제 신약 후보물질이다. 동아에스티는 베나다파립을 활용해 항암제 파이프라인 경쟁력 강화에 나설 예정이다.
제약사·연구소·바이오기업 ‘전방위’ 연구 협력
동아에스티그룹의 에스티팜도 지난달 차백신연구소와 리보핵산(RNA) 기반 면역치료제를 공동으로 개발하기로 했다.
양사는 리보핵산(mRNA) 의약품 후보 물질을 발굴하고, 해당 약이 타깃으로 하는 질환을 선정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에스티팜은 mRNA 플랫폼 기술(△SmartCap △STLNP)을 제공하고, 임상용 의약품을 공급하기로 했다.
차백신연구소가 후보 물질에 대한 임상 시험 등 모든 개발 과정을 총괄하며 향후 치료제 상업화 권리를 갖고, 에스티팜은 치료제 독점 생산·공급권을 갖는다. 양사는 오는 2025년까지 후보 물질을 발굴하고, 2026년 임상 단계에 진입할 계획이다.
동국제약도 면역 신약개발 바이오 기업 샤페론과 염증복합 억제제를 이용해 항노화 및 노화 관련 피부 주사용 의료기기 제품을 공동으로 개발 중이다.
동국제약은 지난달 강남구 청담동 본사에서 샤페론과 함께 염증복합제 억제제를 이용한 ‘인플라메이징’ 제품 개발에 대한 공동연구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서 양사는 보건의료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항노화 및 노화와 관련된 다양한 피부 문제 주사용 의료기기 제품을 개발하기로 했다.
동국제약에 따르면, 샤페론이 연구 중인 면역복합체 억제제는 염증 반응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데, 서로 다른 염증 신호의 상위(upstream) 신호 조절 매개체를 타깃으로 하고 있어 기존 접근법보다 광범위한 항염증 효과를 가지는 특징이 있다. 이런 작용기전을 통해 피부의 염증을 억제하고, 노화 예방과 주름 개선이 가능하다는 것.
동국제약 측은 지난해부터 미용, 피부 건강 개선뿐만 아니라 삶의 만족도를 성장시키는 멀티 에스테틱의 접근법으로 제품 개발을 진행해 왔으며, 공동연구개발 협약을 통해 스킨부스터 라인을 강화하고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CNB뉴스에 “이전에는 기술력 노출 등의 우려로 전통 제약사간의 협업이 기피됐지만, 상황이 달라졌다”며 “최근에는 제약·바이오 기업간의 협업, 전통 제약사끼리의 협업 등 영역이 확장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CNB뉴스=김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