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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니&비즈] 스무살 된 삼성 리움미술관…서울의 문화지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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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손정호기자 |  2024.05.27 09:28:36

이건희 회장이 세운 리움미술관 20주년
선대회장 뜻이어 새로운 문화 도전 계속
세계적 작가 개인전…AI 시대 작품 탐구
소규모 공연장 새로 개관…문화지평 넓혀

 

서울 한남동에 있는 삼성 리움미술관 앞에 필립 파레노의 새로운 대형 설치 작품이 서있다. (사진=손정호 기자)

할 거 많고 볼 거 많은 바쁜 시대. CNB뉴스가 시간을 아껴드립니다. 먼저 가서 눈과 귀에 담은 모든 것을 전합니다. 이번에는 삼성이 리움미술관 개관 20주년을 맞아 새로운 야외 작품을 공개하고, 음악 공간의 문을 열었는데요. 그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편집자주>




올해로 만 스무 살이 된 리움미술관은 지난 20년간 서울의 문화지도를 바꿔왔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문화예술 분야에서 많은 성과를 일궜다.

리움미술관은 삼성가(家)의 오랜 ‘문화기업’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회장은 1965년 삼성문화재단을 만들어 문화예술계를 후원해왔으며, 고(故) 이건희 회장은 1982년 호암미술관(경기도 용인시), 2004년 리움미술관(서울시 한남동)의 문을 열며 문화 사랑 전통을 발전시켜왔다.

리움미술관은 올해 개관 20주년을 맞으며 새로운 출발을 알리고 있다.

기자는 지난 17일 지하철 한강진역 인근(한남동)에 위치한 이곳을 찾아갔다. 하얀색 리움미술관 표시판을 따라 언덕길을 올라가면, 세계적 건축가인 마리오 보타, 장 누벨, 렘 쿨하스가 지은 3개의 건물이 보인다.

이 3개의 건물로 구성된 리움미술관의 야외 공간에 프랑스 설치미술가 필립 파레노의 새로운 대형 설치 작품 ‘막(膜)’이 자리해 있었다. 그의 개인전 ‘보이스(VOICES)’는 오는 7월 7일까지 열린다고 한다. 오랫동안 이곳을 지키던 아니쉬 카푸어의 철제 조각상인 ‘큰 나무와 눈’은 철거돼 보이지 않았다.

새로운 설치 작품 ‘막’은 콘크리트와 금속, LED, 센서 등으로 만들어졌다. 직사각형의 공간에 흙이 채워져 있고, 그 위에 13m가 넘는 거대한 최첨단 탑이 세워져 있었다. 이 탑에 연결된 둥근 장치가 아래위로 움직였다.

 

리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설치미술가 필립 파레노의 개인전 ‘보이스’. (사진=손정호 기자)

‘막’은 땅에 연결된 센서를 통해 기온과 습도, 풍량, 소음, 진동 등 주변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미술관 안에 있는 작품으로 전송해 시시각각 변화하도록 지시한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인공두뇌처럼 작동하는 미술 작품으로 느껴졌다.

가까이 다가가니 낮게 읊조리는 외계 또는 기계 언어 같은 소리가 들렸다. 방문객들은 야외 공간의 의자에 앉아서 새로운 설치 작품을 감상하거나, 스마트폰으로 인증샷을 찍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리움미술관 안에서는 로비, M2 B1과 1층, 그라운드갤러리, 블랙박스 등 모든 기획전 공간에서 ‘보이스’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이곳 전체를 필립 파레노의 AI와 자동기계를 활용한 작품들이 가득 채우고 있었다.

로비 옆의 전시장인 M2 B1으로 들어서자 옅은 주황빛으로 물든 공간에 몽환적인 세계가 펼쳐졌다. 자동으로 연주되는 피아노가 한 대 있었고, 그 위로 주황색 눈송이가 점점이 떨어졌다. 작은 물고기 모양의 풍선이 천장에 연결되어 높낮이를 달리하며 허공을 부유하다가, 몸에 살짝 부딪히기도 했다. 쌓여 있는 눈, 녹아내리는 작은 눈사람 작품도 보였다.

야외 설치 작품인 ‘막’의 일부로 보이는 ‘움직이는 조명등’도 눈에 들어왔다. 천장에 연결된 둥근 구조물이 빛나는 조명과 함께 아래위로 움직였다. 이 작품은 ‘막’에서 받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움직인다. 엘리베이터 앞에 설치된 투명 LED 패널에서는 필립 파레노가 그린 238점의 반딧불이 드로잉을 교차시켜 보여주는 영상으로 펼쳐지고 있었다.

M2 1층 공간에도 최신 기술을 이용한 작품이 있었다. 파란색 포스터들이 붙어 있는 전시장 한쪽에선 영상 작품 ‘세상 밖 어디든’이 상영되고 있다. 필립 파레노가 일본의 만화 캐릭터 에이전시인 케이웍스에서 저작권을 구입하고, 그 권리를 포기한 안리(Annlee)의 애니메이션이 투영되고 있었다. 배우 배두나의 목소리로 만든 한국어 대사가 들려왔다.

 

리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설치미술가 필립 파레노의 개인전 ‘보이스’. (사진=손정호 기자)

미래 의자처럼 보이는 작품도 보였다. 하얀색의 둥근 6인용 벤치가 천장에 매달린 생명체의 자궁처럼 보이는 조명과 연결되어 빛나고 있었다. 벤치와 조명, 이를 작동시키는 전기 메커니즘이 합쳐져 살아있는 생물처럼 느껴졌다.

블랙박스 공간에서는 다양한 영상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영화관처럼 어두운 공간에서 의자에 앉아 스크린을 통해 ‘마릴린’ ‘귀머거리의 집’ ‘C.H.Z.(지속 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를 차례로 감상했다.

그라운드갤러리 공간도 인상적이다. 하얀색 벽면에 56개의 LED 조명이 붙어 있는데, 무선 DMZ(Digital Multiplex) 컨트롤러에 입력된 설정값에 따라 켜졌다가 꺼지기를 반복했다. 미국 할리우드 극장의 차양을 투명한 물질과 빛나는 전구로 형상화하고, 말풍선 모양의 투명한 풍선을 천장에 띄웠다. 댄서의 라이브 무용 작품도 바라볼 수 있었다.

 


“문화가 경제”…기업시민 역할 다할 것



삼성문화재단은 리움미술관 개관 20주년에 맞춰 미술관 인근에 복합문화공간 ‘사운즈S’도 오픈했다.

리움미술관에서 걸어서 약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빌딩 안에 있다. 국악, 클래식, 재즈 등 음악 분야의 인재들이 50석 규모 객석의 무대에서 공연을 선보일 수 있는 공간이다. 이달에는 대금 연주가 한충은의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피아니스트, 플루티스트, 무용수의 공연과 토크 프로그램도 이어질 예정이다.

리움미술관은 서울 용산구에 있는 장애인 지원기관 10곳 및 서울재활병원의 장애아동 가족들을 초청하는 행사를 새로운 전시와 연계해 진행했다. 또한 하반기에도 20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기획전을 개최할 계획이다.

 

삼성문화재단이 리움미술관 근처에 새롭게 오픈한 복합문화공간 ‘사운즈S’. (사진=삼성문화재단)

이처럼 삼성이 문화 사업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선대 회장 때부터 이어져 온 문화예술 사회공헌의 전통을 잇는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다.

삼성은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S,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 등 여러 대기업을 계열사로 두고 있는 우리나라 1위 기업군이다. 그만큼 메세나(Mecenat·문화예술을 통한 사회 기여)에 대한 의지가 깊고 투자 규모도 크다.

실례로, 2020년 이건희 회장이 별세한 후에 유족들이 그가 소장했던 2만 3000여점의 작품을 사회에 기증했으며, 문화체육관광부는 오는 2028년 준공 목표로 서울 송현동 부지에 삼성가(家)의 기증품을 전시·보존할 미술관(일명 이건희기증관)을 건립하고 있다.

앞으로도 삼성은 삼성문화재단과 리움·호암미술관 등을 통해 문화를 매개체로 다양한 사회공헌사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삼성문화재단 관계자는 CNB뉴스에 “리움미술관 20주년을 맞아 세계적으로 핫한 아티스트인 필립 파레노의 개인전을 개최하고 있으며, 하반기에도 새로운 전시를 계획하고 있다”며 “소규모 공연장인 사운즈S도 새롭게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CNB뉴스=손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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