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냉기 똑똑하게 보내는 시대
세게 약하게…생활패턴 맞춰 척척
다른 차별화는 간편한 ‘위생 관리’
자동으로 살균·건조, 청소도 쉬워
테크놀로지의 발전이 눈부십니다. 하루만 놓쳐도 따라잡기 빠듯할 만큼 빠릅니다. 어렵다는 편견마저 있어 거리감이 느껴집니다. [테크크]는 편한 뉴스를 지향합니다. IT, 전자, 게임 등의 소식을 보다 접하기 쉽게 다듬고 정돈해 전합니다. 웃으며 가볍게 보셔도 좋습니다. <편집자주>
본격적인 여름철을 앞두고 가전업계의 뜨거운 전쟁이 시작됐다. 에어컨 대전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선봉에 섰다. 공통적으로 든 무기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가전업계 최대 화두인 AI(인공지능)이다. AI를 앞세워 냉기도 똑똑하게 보내는 시대를 열었다.
삼성전자가 지난 9일 선보인 ‘비스포크 AI 무풍 시스템에어컨 인피니트 라인(Infinite Line)’은 레이더 센서(Radar Sensor) 탑재로 전반적인 AI 기능을 강화했다.
레이더 센서의 특장(特長)은 감지 능력이다. 일종의 보이지 않는 눈이다. ▲AI 부재 절전 ▲동작 감지 쾌적 ▲부재 중 모니터링 ▲부재 건조 기능 등을 지원하는 구심점이다.
대표적인 ‘AI 부재 절전’ 속 레이더 센서는 사람의 움직임을 지켜본다. 사용자가 없다고 판단되면 절전 운전으로 빠르게 전환해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를 줄여준다.
‘동작 감지 쾌적’ 기능에서는 빠른 눈치를 과시한다. 공간 내 활동량의 변화를 감지해 냉방 세기와 풍량을 알아서 조절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운동, 청소 등으로 인해 움직임이 활발해지면 냉방 세기를 올리는 식이다.
삼성전자의 사물인터넷(IoT) 플랫폼인 스마트싱스(SmartThings)와 연동하면 외출 시 집안의 관찰자가 된다. ‘부재 중 모니터링’을 설정하고 나갈 경우, 레이더 센서가 움직임을 감지했을 때 스마트폰으로 알림을 준다. 경비원이 되는 셈이다.
또한 레이더 센서가 부재를 감지하면 시스템에어컨이나 스마트싱스에 연동된 TV, 조명 등의 전원을 끄도록 설정할 수도 있다.
지난 1월 열린 세계 최대 가전 박람회 ‘CES 2024’에서 인공지능(AI)을 ‘공감지능’으로 재정의한 LG전자는 보다 살가운 기능을 넣었다.
올해 신제품인 휘센 ‘타워’I·‘타워II’와 ‘휘센 뷰’ 등에 탑재된 AI 스마트케어가 핵심이다. 따로 바람의 세기나 방향을 조절하지 않아도 AI가 공간을 분석해 최적의 쾌적함을 만드는 기능이다. 가령 쾌속 바람으로 희망 온도까지 빠르게 낮추고 나면, 쾌적한 바람으로 온도를 유지한다. 공기 질이 나빠지면 ‘공기청정’이 동작하기도 한다.
세심한 기능도 있다. 사용자가 LG 씽큐(ThinQ) 앱으로 집 공간을 촬영하고 자신의 위치를 지정하면 AI가 이미지를 분석한 뒤, 바람 방향을 맞춤 조절한다. 최고급 라인업인 LG 휘센 타워I 9시리즈에는 레이더 센서가 탑재돼 실시간으로 사람의 위치를 파악해 최적의 냉방을 제공한다.
똑똑한 기능에 대한 선호도는 높아지는 추세다. LG전자 2024년형 휘센 에어컨 중 AI 기능을 갖춘 모델의 국내 1분기 판매량은 지난해 동기 대비 약 30% 증가했다.
스스로 살균, 쉽게 패널 뜯고 청소
이처럼 올해 에어컨 신제품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이 AI지만, 주목할 만한 요소가 하나 더 있다. 양사가 공통적으로 강화한 ‘위생 관리’ 기능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비스포크 AI 무풍 시스템에어컨 인피니트 라인’에 ‘부재 건조’ 기능을 넣었다. 이 기능을 선택하면 사람이 없을 때 자동으로 시스템에어컨 내부가 살균 및 건조된다.
LG전자는 손쉬운 관리에 주안점을 뒀다. 이 회사 휘센 뷰 에어컨은 ‘클린뷰’ 구조로 이뤄졌다. 전면 패널이 쉽게 열리는 원리다.
이를 통해 번거로움이 대폭 줄어들었다. LG전자에 따르면 기존 에어컨은 약 스무 개의 나사를 분해해야 패널을 열 수 있었다. 불편한 것은 물론, 복잡해서 엄두가 나지 않는 작업이었다. 휘센 뷰 에어컨은 나사 1개만 풀고 버튼을 누르면 제품이 열린다. 그다음 내부 팬을 청소하면 되는 것이다.
경험에 귀 기울인 결과다. LG전자 측은 “고객들이 매년 에어컨을 사용할 때 내부 위생 상태를 보고 직접관리하고 싶어 하지만 복잡한 분해 과정이 페인 포인트(Pain point, 고객이 불편함을 느끼는 지점)라는 점에 주목했다”고 밝혔다.
AI에서 위생 관리까지. 올해 에어컨 경쟁이 더욱 거센 이유는 ‘역대급 폭염’이 닥칠 것이란 예보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에 대비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삼성전자의 오프라인 매장인 삼성스토어에 따르면, 지난 4월 에어컨 판매량은 전년 대비 2O% 상승했다. 집에서 쓰는 제품이 특히 인기였다. 같은 기간 창문형 에어컨은 전년 대비 155%, 가정용 시스템에어컨은 58%나 판매량이 뛰었다.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올여름 최악의 무더위가 점쳐지면서 일찌감치 냉방기기를 마련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폭증하는 수요에 맞춰 가전업체들이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에어컨 시장 선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CNB뉴스=선명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