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법정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의 ‘공작’ 실태를 증언해 논란이 일고 있다.
5일 오마이뉴스 김종훈 시민기자 보도에 따르면, 지난 4일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는 이 전 부지사의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 외국환거래법 위반 사건에 대한 공판을 열었다. 앞선 공판에서 진행된 검찰의 피고인 신문에서 이어지는 변호인 신문 자리였다.
이날 법정 증인석에 선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내 진술이 결정적 고리가 돼 이재명 지사(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구속시키려는 상황이 만들어졌다”면서 “이건 도저히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진술을 번복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재명 지사를 엮기 위해 이 지사와 통화 한번 하지 않은 김성태가 이재명을 잘 아는 것처럼 했고, 얼굴 한 번 안봤는데 방북 비용 500만 불을 대신 냈고, 이를 보고했다는 식으로 진술했다”면서 “이를 위해 (검찰에서) 사실상 세미나를 했다”라고 강조했다.
변호인이 ‘세미나를 했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묻자 이 전 부지사는 “(수원지검) 1313호 검사실 바로 앞에 방에 ‘창고’라고 붙은 세미나실이 있다”면서 “회의용 테이블이 있다. 그곳에서 나, 김성태, 방용철(쌍방울그룹 전 부회장) 등을 다 모아놓는다. 외부에서 두 사람을 뒷바라지하는 쌍방울 직원들도 와서 음식도 갖다주고 심지어 술도 먹은 기억이 있다. 계속 토론도 하고 설득도 당하고 그런 과정이 있었다. 김성태가 나와 단둘이 있을 때 말했다. ‘이재명이 제3자 뇌물로 기소되지 않으면 형님이 큰일 난다. 이재명이 죽어야 한다. 이 수사의 목적은 형님이나 내가 아니다. 이재명을 위한 수사다. 이재명은 끝났다. 이재명이 들어가야 한다’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이 전 부지사 증언의 취지는 이런 과정을 통해 검찰에서 이재명 대표와 관련된 허위진술을 했다는 것이다.
지난 2022년 9월 구속 이후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의혹’과의 연관성을 줄곧 부인해오던 이 전 부지사는 지난해 6월 입장을 바꿔 검찰에 일부 인정하는 진술을 했다.
구체적으로 ▲부지사 시절인 2019년 7월 필리핀에서 열린 국제대회에서 김성태 회장에게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을 도와달라고 부탁했고 ▲이를 이 지사에게 보고하면서 ‘돈이 좀 들어간답니다’라고 말했더니 이 지사가 ‘알아서 하세요’라고 답했고 ▲그해 12월 부지사에서 퇴임하면서 이 지사에게 쌍방울이 북한에 돈을 주었다는 보고를 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7월 말 이 전 부지사는 옥중서신을 통해 검찰의 회유와 압박으로 사실과 다른 자백을 했다고 밝혔고, 현재까지 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 전 부지사의 검찰 진술을 기초로 수원지검은 지난해 9월 9일과 12일 두 차례 제3자뇌물 혐의로 이 대표를 소환해 조사한 바 있다.
한편, 검찰은 이 전 부지사 진술의 신빙성을 탄핵하기 위해 이 전 부지사와 배우자가 2023년 7월 20일 구치소 접견 과정에서 나눈 대화 녹취록을 제시했다.
해당 녹취서에서 이 전 부지사 배우자는 “입장 확실히 하라. 버티려면 제대로 버텨. 저쪽에서 도와준다고 하니까 같이 저항하자”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에게 “배우자가 말한 저쪽이 더불어민주당 맞냐”고 추궁했고, 이 전 부지사는 “모르겠다”라고 답했다.
또 검찰은 배우자와 이 전 부지사 지인이 옥중서신을 써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이 전 부지사가 진술을 바꾸는 옥중서신을 썼다고 주장했다. 이 전 부지사의 진술 번복은 배우자 등 외부 세력의 요구로 이뤄졌다는 취지다.
이날 공판은 오후 6시경 끝났다. 재판부는 오는 8일 이 전 부지사에 대한 결심공판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