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24.02.26 11:31:35
국민의힘 4·10총선 공천 첫 경선에서 3선 이상 중진의원과 의원 평가 하위 대상자에게 감산점을 부여하는 경선룰을 채택했으나 현역 지역구 의원 전원이 ‘지역구 수성’에 성공한 반면, 용산 대통령 출신들은 가산점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현역 의원들의 벽을 넘지 못하고 패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위원장 정영한)이 25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1차 경선 지역구 △서울 6곳 △경기 3곳 △인천 2곳 △충북 5곳 △충남 2곳 △제주 1곳 등 19곳 중 현역 의원이 참여한 곳은 7곳으로, 이중 정우택(5선·청주상당), 이종배(3선·충주), 박덕흠(3선·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 장동혁(초선·충남 보령‧서천), 엄태영(초선·충북 제천‧단양) 의원 등 지역구 현역 의원 5명이 전원이 승리하며 공천장을 받게 됐다.
이들 가운데 정우택·이종배·박덕흠 의원은 동일지역 3선 이상이어서 경선에서 15% 감산 대상이었으며, 특히 현역 의원 평가 하위 10∼30%에 속하는 바람에 추가로 20% 감산이 적용돼 총 35% 페널티를 받은 사람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현역 의원은 아니지만, 21대 총선에서 당선됐다가 지난해 의원직을 상실한 김선교 전 의원도 기존 지역구인 경기 여주·양평에서 비례대표 현역인 이태규 의원을 꺾으면서 사실상 지역 조직력에서 강점을 보이는 ‘지역구 현역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시각이 있기도 했다.
반면, 1차 경선에서 승리한 대통령실 출신으로는 신재경(인천 남동을) 전 행정관이 유일하지만, 여명(서울 동대문갑) 전 대통령실 행정관도 김영우 전 의원에게 경선에서 패하며 윤 정부 인사들이 모두 쓴맛을 봤다.
이밖에도 서울에서 △성북갑 이종철 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민대통합위원 △성북을 이상규 경희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양천을 오경훈 전 의원 △금천 강성만 전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사장 등이 각각 경선에서 승리했으며, △인천 부평갑 유제홍 전 인천시 도시계획위원 △경기 의정부을 이형섭 변호사 △충북 증평·진천·음성 경대수 전 의원 △충남 아산을 전만권 전 아산시 부시장 △제주 서귀포 고기철 전 제주경찰청장도 본선에 올랐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한 고위 공관위원은 26일 CNB뉴스와 전화통화에서 “공정한 경선을 위해 발표 당일 여론조사·당원 투표 결과의 개봉부터 합산까지 전 과정을 후보나 후보 대리인에게 공개했다”면서 “후보 측은 이를 지켜본 뒤 직접 경선 결과에 서명하며 승복하는 과정을 거치는 바람에 이의 제기하는 후보는 없었지만 두 명 정도는 서명할 때 안 하겠다고 고집해 정보를 공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 정치전문가는 통화에서 “앞서 국민의힘 공관위는 경선을 통해 자연스러운 현역 의원 ‘물갈이’가 이뤄질 것이라고 예고했지만, 첫 경선 결과를 보면 사실상 지역구 현역 의원의 ‘파워’만 재확인한 셈이 됐다”면서 “더구나 공천 갈등이 선거 패배로 이어진 과거의 ‘흑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현역 의원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는 쇄신보다는 안정에 중점을 두다 보니 물갈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당 안팎에서 ‘기득권을 지키는 무(無)감동 공천’이라는 비판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에 국민의힘 정영한 공관위원장은 “현역들이 지역관리를 굉장히 잘했거나, 경쟁 후보 인지도가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게 됐다고 평가한다”며 “앞으로는 지역구 관리를 잘못한 분들은 불리하게 나올 수 있고, 결과가 이렇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공정하다”고 설명했다.
향후 국민의힘 현역 의원이 공천을 신청한 지역구 경선은 28곳이 남아 있어 따라서 이 지역구 경선 결과도 정치 신인이나 원외 인사가 가점을 받더라도 현역 의원과 경쟁해 이기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은 계속 제기될 전망이다.
반면, ‘공천이 당선’이라고 인식되는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의 경우 경선에서 현역 의원이 탈락할 경우, 과거에도 당의 공천 결과에 반발해 현역 의원이나 인지도가 높은 중진급 정치인이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사례가 과거에도 종종 있었기 때문에 후폭풍이 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에 공관위와 당 지도부는 공천에서 탈락한 이들의 반발 최소화에 주력하며 현역 의원 탈당·단식농성 등 공천 잡음이 거센 더불어민주당과의 차별성을 강조하고 있다.
정 위원장은 브리핑에서 민주당 경선 여론조사 공정성 논란을 언급하며 “국민의힘은 공정성을 최대한 담보했다. 국민의힘 공천의 DNA가 공정이라면 민주당 공천 DNA는 오직 ‘명심’(明心·이재명 대표의 의중)에 기반을 두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공관위는 이날 경선 결과 전 경선 후보 또는 후보 대리인 등을 당사로 불러 여론조사 및 당원투표 결과 개봉과 가산·감산 적용 과정, 점수 합산 등 경선 결과 집계 모든 과정을 참관하도록 하고,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는 서명까지 받았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