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을 두 달 앞둔 지난 9일 개혁신당·새로운미래·새로운선택·원칙과상식 등 제3지대 세력들은 전격적으로 합당에 합의함으로써 ‘제3지대 빅텐트’가 꾸려졌다.
통합신당 당명은 ‘개혁신당’(공동대표 이낙연·이준석)으로 정해져 사실상 이번 총선은 지난 2016년 국민의당이 선풍으로 일으키며 맞붙은 제20대 총선 이후 8년 만에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그리고 제3지대 ‘개혁신당’의 총선 3자 구도로 치러질 전망이다.
따라서 지난 제21대 총선과 제20 대선 등을 거치면서 ‘국민의힘 대 민주당’ 등 거대정당의 양자 구도가 공고해지면서 갈 곳을 잃은 표심도 두드러져 유권자 입장에서는 ‘제3의 선택지’가 생겼다는 점은 분명해졌으나 과연 ‘개혁신당’이 미풍에 그칠지, 돌풍을 일으킬지는 미지수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에 실망감을 느껴 국민의힘을 지지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이재명 대표 체제의 민주당에 표를 줄 마음도 거의 없다는 점에서 ‘개혁신당’은 ‘반윤(반윤석열)·반명(반이재명)’ 노선을 키울 태세다.
우선 개혁신당 이준석 공동대표는 ‘보수의 심장’ 대구 출마를, 이낙연 공동대표는 ‘민주당 텃밭’ 광주 출마를 검토하는 등 적진 한가운데에서 반윤·반명 노선을 드러내겠다는 의도를 보이면서 서울에는 금태섭 전 의원(종로), 경기도에는 이원욱(화성을)·조응천(남양주갑)·양향자(용인갑) 의원 등이 ‘개혁신당’ 당명으로 선거에 뛰어들어 수도권-호남-TK(대구·경북)의 핵심 선거구에 중도 색채가 강하면서 중량감 있는 후보를 내 ‘삼각편대’를 띄우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개혁신당은 지난 11일 “구태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 비례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위성정당을 추진하고 있는 양당과 차별화도 꾀했으나 국민의힘과 민주당에 대한 반감만으로는 득표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면서 거대 양당에 대한 거부감이 두 달 뒤 투표장에서 개혁신당 득표로도 이어질지는 불명확하다는 지적도 뒤따르고 있다.
이와 관련 비교적 여의도 정치권의 소식에 정통한 것으로 알려진, 한 정치학자는 13일 CNB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개혁신당이 반윤·반명 노선에만 집중할 경우, 반대로 양당 구도가 더 결집되고 강해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그렇지만 개혁신당이 앞으로 한달 안에 새로운 가치와 비전을 보여 유권자 시야에 남길 경우에는 결과는 달라 질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역정서가 강한 한국 정치에서 개혁신당은 호남 정치를 대표하는 이낙연 대표와 수도권·영남에 지지기반이 있는 이준석 대표가 이끌고 있지만, 오히려 두 사람의 이질감이 역(逆)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도 나오는 등 지역 기반이 불분명한 점도 약점으로 꼽히고 있다.
역대 제3지대 정당의 총선 성공 사례를 보면, 지난 1996년 15대 총선에서 당시 김종필 총재가 이끈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은 충청지역을 기반으로 50석을 얻어 돌풍을 일으켰으며, 그리고 지난 2016년 총선에서 38석을 얻어 원내 3당이 된 국민의당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을 탈당한 박지원·정동영 전 의원 등 소위 ‘호남파’가 합류해 ‘민주당의 호남 홀대론’을 키운 게 효과를 발휘하는 등 분명한 지역 연고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당장 합당에 반발한 기존 개혁신당 당원들의 탈당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한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개혁신당은 예전의 자민련이나 국민의당과는 달리 보수 유권자 입장에서 보면, 이낙연과 손잡은 이준석은 배신자로 보일 것”이라면서 “반면, 진보 유권자 입장에서는 민주당 대표까지 지낸 이낙연이 보수당 출신과 손잡은 것에 실망한 유권자가 많기 때문에 어느 한쪽 표를 안정적으로 얻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개혁신당 등장으로 각 선거구가 3자 구도로 재편되면 당락이 뒤바뀔 수 있는 파장을 예의주시하며 손익계산에 착수했다.
민주당 수도권 재선 의원은 “민주당 출신인 이낙연 대표와 우파지만 중도 성향인 이준석 대표의 결합으로 수도권에서는 민주당 표가 줄어들 수 있다”고 관측했으며, 국민의힘 지도부 한 인사도 “접전지에서 일부 중도표가 개혁신당으로 갈 경우, 민주당 현역에 맞서는 국민의힘 후보는 고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12일 기자들과 만나 제3지대 등장에 대해 “국민 기대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연착륙할지 우려스럽다”고 평가절하 했으며,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도 같은 날 “나쁘게 말하면 여러 정치세력의 연합 수준”이라고 평가하는 등 각당 지도부도 견제구를 날렸다.
이제 4‧10총선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설 연휴를 거친 민심은 정쟁과 혐오, 기득권 나눠먹기로 일관해온 기존 정치판에 변화가 오길 기대하고 있지만, 개혁신당은 양당 체제 극복이라는 구호성 명분만으로는 부족하고, 새로운 정치를 향한 확고한 비전과 청사진을 깃발로 세운 후에 이를 구현할 정책을 만들어 국민에게 제시하고, 뜻을 같이하는 세력들을 끌어안는 게 순리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치하는 행태는 바뀌지 않은 채 몸집만 불린다고 표가 오지는 않기 때문에 대의명분과 정체성이 명확한 신당이어야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는 지적도 뒤따르고 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