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24.02.13 12:57:33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이른바 ‘통합형비례정당’을 내세워 야권 위성정당 창당 계획을 공식화하면서 오는 4‧10 제22대 총선도 지난 21대 총선과 마찬가지로 거대 양당이 ‘꼼수’ 위성정당을 통해 주도하는 이합집산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국민의힘은 ‘국민의미래’라는 이름으로 오는 15일 중앙당을 창당하는 등 먼저 위성정당 창당 수순을 밟고 있으며, 민주당도 지난 5일 준연동형 비례제 유지를 선언하며 위성정당 창당 작업에 착수했다.
이렇듯 여야는 비례대표 후보자나 불출마 의원 등을 탈당시켜 위성정당에 꿔주거나 선거 뒤 위성정당과 합당하는 꼼수를 쓸 것으로 예상돼 결국 국민들은 알지도 못하는 복잡한 준연동형 비례제 의석 방식을 둘러싸고 지난 총선 때 벌어졌던 거대 양당 간의 비례의석 나눠 먹기와 선거법을 회피하기 위한 각종 꼼수 선거운동 재연이 불가피해졌다.
그러나 여야는 4년 만에 또다시 위성정당을 만들게 된 것에 대해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모두 네 탓’이라고 외치고 있지만, 이번 결정은 거대 양당이 철저히 계산기를 두들긴 결과라는 게 정치권 해석이다.
민주당 이 대표는 지난 5일 광주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은 위성정당 금지 입법에 노력했지만, 국민의힘의 반대로 실패했다”며 “칼을 들고 덤비는데, 맨주먹으로 상대할 수는 없다”고 해명했으며, 이에 맞서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누가 봐도 헷갈리는데 국민들도 보고 알 수가 없다”며 “왜 5000만 국민이 이 대표 한 사람의 기분과 눈치를 봐야 하는가”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여야 모두 ‘네 탓’을 하고 있지만, 이번 결정은 비례 의석 47석 중 30석에만 준연동형 배분 방식(득표율만큼 지역구 의석수를 채우지 못했을 경우 비례대표로 부족한 의석수의 50%를 채워주는 방식)을 적용했던 21대 총선과 달리 47석 전체를 준연동형으로 배분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여야가 위성정당을 띄우기로 한 상황에서는 의석수 유불리가 ‘병립형 선거제’와 사실상 같다고 판단하는 등 철저히 계산기를 두들긴 결과라는 게 정치권 해석이다.
21대 총선 당시에도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을 띄워 각각 17석(더불어시민당), 19석(미래한국당)의 비례 의석을 챙겼으며, 민주당의 ‘참칭 위성정당’이었던 열린민주당이 3석을 가져가면서, 결국 소수정당에 돌아간 의석은 정의당 5석, 국민의당 3석 등 8석뿐이었으나 이번에는 오히려 4년 전보다 더 빨리 위성정당 창당 작업에 나선 상황을 감안했을 때 거대 양당의 ‘꼼수 위성정당’이 가져갈 의석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오는 15일 중앙당을 창당할 위성정당 ‘국민의미래’ 공천권은 국민의힘 지도부 의중대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특히 영입한 인사들 가운데 비례대표 공천을 생각하던 인사들이 국민의힘을 탈당해 상당수 국민의미래로 적을 옮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비교적 여의도 정치권 소식에 정통한 것으로 알려진 한 정치학자는 13일 CNB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국민의힘은 민주당과는 달리 다른 소수정당들과의 연대를 꾀하고 있지 않아 공천 주도권을 놓고 신경전을 벌일 필요가 없다”면서 “따라서 당 인재영입위에서 영입한 분들을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로 보내 기회를 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반면, 민주당은 민주개혁진보선거연합추진단(민주연합‧단장 박홍근 의원)을 만들어 녹색정의당·진보당·새진보연합, 그리고 시민사회 인사들 모임인 연합정치시민회의(정치개혁과 연합정치를 위한 시민회의) 등에 ‘범(凡)야권 지역구-비례선거 대연합’을 위한 연석회의 참여를 공식 제안했다.
앞서 민주당 박홍근 추진단장은 지난 8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민주개혁진보 세력의 선거연합은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라는 국민의 염원을 받들기 위한 가장 강력하고 유일한 선택”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박 단장은 “민주개혁진보 진영의 대연합은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원만한 협의 과정을 거쳐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신속히 결정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맏이 격인 민주당이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선거연합을 주도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이 대표도 위성정당에 대해 “절반쯤은 위성정당이고, 절반쯤은 소수정당과의 연합 플랫폼”이라고 주장하면서도 “민주당이 범야권 진보개혁진영, 민주진영의 가장 큰 비중을 가진 맏형이기 때문에 책임을 크게 질 수밖에 없고, 그에 상응하는 권한도 가져야 한다”고 말해 공천 및 순번 배정 등 전 과정을 민주당이 주도하겠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야권 비례 위성정당에 용혜인 의원의 기본소득당이 가장 먼저 합류할 가능성이 높지만 정의당과 녹색당의 선거연합정당인 녹색정의당은 일단 민주당 주도 위성정당에 불참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