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우려 원천봉쇄…‘리스크 관리’ 강조
고객 신뢰 회복으로 실적위기 정면돌파
“선택과 집중” 과감한 투자 주문하기도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신년사를 통해 던진 화두는 ‘위기 돌파’였다. 하루 다르게 변하는 글로벌 환경 속에서 생존을 위해 획기적인 돌파구를 마련하자는 의미다. 이에 CNB뉴스가 기업·산업별로 신년사에 담긴 의미를 분석해 연재하고 있다. 이번 편은 대형 증권사 오너들의 새해 외침이다. <편집자주>
<관련기사>
[CEO신년사 행간읽기①] KB·신한·하나·우리금융…새해 키워드는 ‘상생’
[CEO신년사 행간읽기②] 롯데·신세계·현대百…위기 속 빅3, 생존전략은 ‘이것’
지난해 암울한 성적표를 받은 증권업계는 새해에도 전망이 밝지 않다.
태영건설 워크아웃을 시작으로 불거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공포가 증권가에 엄습해오고 있으며,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로 투자자들의 신뢰가 실추된 점도 고민이다. 여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서 촉발된 중동 분쟁 확산 등 악화된 글로벌 여건도 하방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가 폐지되고, 지난달 우리나라의 반도체와 중국 수출이 증가하며 회복세를 보인 점은 긍정적이다. 금리 인하 기대감에 증시가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실적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듯 1월 국내 증시의 일 평균 거래대금이 지난 4분기보다 증가했다.
김미섭·허선호 미래에셋증권 부회장 “글로벌 시장에 집중”
이런 가운데 자기자본 기준 국내 1위인 미래에셋증권을 이끌고 있는 김미섭·허선호 부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회사의 전략 방향으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정비해 손익 안정성을 제고할 것을 제시했다.
김·허 부회장은 “고객에게 꼭 필요한 기업으로서 경쟁력을 갖추고 사회에 가치를 더하는 기업으로 성장해야 한다”며 “자산관리(WM), 세일즈앤트레이딩(Sales&Trading), 연금 비즈니스를 보다 강화하고, 투자자산에 대한 익스포저(손실 가능 금액)를 적정 수준으로 관리해 손익 안정성을 높여 나가자”고 독려했다.
글로벌 비즈니스에도 집중한다. 인도 시장을 성장의 중심축으로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이머징 시장과 홍콩, 뉴욕 등 선진국 시장의 지역별 비즈니스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또한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비즈니스 혁신도 강조했다. AI를 활용한 자산관리를 통해 고객의 다양한 투자 니즈를 해소한다는 것. AI 트레이딩도 중장기적 과제로 지속적으로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대표 “리스크 관리 강화해야”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대표는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효율적인 운영체계로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을 극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부동산 브릿지론 외에도 예상을 벗어난 위기들이 위협할 수 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고객과 영업, 효율 중심의 바른 성장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테일 자산관리 운영체계를 고도화하고, 기술에 기반한 혁신으로 미래를 준비한다는 전략이다.
고객의 투자 지평을 해외로 넓힌다는 플랜도 제시했다. 인도 증시가 시가총액 4조 달러를 돌파하며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점을 예로 들며, 다양한 국가의 자산을 검토해 고객에게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필수라고 설명했다.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 “디지털 자산 시장 선점”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는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자산관리 부문을 강화하고, 주식발행시장(ECM)과 기업금융(IB)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토큰증권 발행(STO), 핀테크 등 디지털 자산 비즈니스 시장을 선점하자고 강조했다. 글로벌 분야에서 질적인 성장을 추진하고, 디지털 인재 양성도 강화하겠다는 포부다.
회사 내부적으로는 조직과 프로세스를 고객 중심으로 개선하고, 위기 상황에도 시장경쟁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리스크 관리 체계와 내부통제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설명했다.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 “아시아 넘버원”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는 한국을 넘어 ‘아시아 No.1 금융투자회사’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김 대표는 “고객은 어딜 가도 찾을 수 있고 누구나 다 아는 상품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며 “평균이 사라진 소비 패턴에 맞춰 고객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장하며 좋은 투자 기회를 발굴해 우수한 상품과 딜을 적극적으로 런칭하고, 고객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전사 모든 부분의 디지털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고객의 니즈가 적시에 반영될 수 있는 효율적인 정보기술(IT)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
선진 리스크 관리 프로세스 구축도 중요한 전략으로 내세웠다. 시스템에 기반한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모든 영업 조직이 리스크를 우선순위로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사 관리 전 부문이 영업 지원 조직이 되고, 이를 위해 서로의 시너지 창출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성현·이홍구 KB증권 대표 “성장 전략 가속화”
김성현·이홍구 KB증권 대표는 핵심 사업부의 경쟁력 강화를 통한 수익성 확대를 주문했다.
핵심 비즈니스인 자산관리, 투자은행(IB), 세일즈앤트레이딩 부문의 성장 전략을 가속화하고, 채권발행시장(DCM)과 주식발행시장(ECM) 등 기업금융 부문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장기 중점 추진 전략인 인수합병(M&A), 인수금융 성장을 확대해 IB 포트폴리오를 견고하게 완성하고, 부동산 PF 이슈가 발생하지 않도록 면밀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사업도 중요한 파트로 꼽았다. 글로벌, 신성장 사업부는 뉴욕, 홍콩 등 선진 시장에서 본사 영업조직과 긴밀히 협력하고, 글로벌 세일즈와 IB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 인도네시아, 베트남 현지 법인은 디지털 고객을 확대하는 성장 전략 추진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이밖에도 ESG 가치를 확산하고, 글로벌 이슈 등 리스크 대응 역량을 강화해 고객의 자산과 회사에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 “가장 신뢰받는 플랫폼 되자”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는 “시장의 흔들림에 굴하지 않고 단단히 버티는 힘, 빠르게 회복하는 것이 회사의 진짜 경쟁력”이라고 밝혔다.
자본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플레이어로서 모든 순간에 정확한 대응을 하기는 어렵지만, 중심을 잡아 빠르게 회복하고 고치고 개선한다면 가장 신뢰받는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객 가치도 강조했다. 고객이 금융투자회사를 선택하는 가장 큰 동기는 ‘그들은 나를 위해 일한다’는 믿음이라며, 고객에게 신뢰받기 위한 가장 쉽고 확실한 방법은 끊임없이 소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의 ‘고객은 당신이 무엇을 하지 않았는지를 더 기억한다’는 발언을 사례로 들었다.
(CNB뉴스=손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