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윤기자 | 2024.01.29 15:08:51
경상국립대학교 권해주 명예교수와 여러 명의 교수진이 소속된 지역민 화합형 지역 문화예술 연구 단체인 '나무코포럼'에서 '진주총서' 창간호 '진주의 민속과 예술'(도서출판 곰단지)을 발간했다.
나무코포럼 초대회장 회장을 맡고 있는 권해주 명예교수에 따르면 '진주총서'는 앞으로 해마다 주제를 달리해 진주의 문화와 예술을 중심으로 다양한 시각에서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과 함께 그 결과물을 총서로 발간할 계획이다. 권해주 명예교수는 "창간호는 글로컬한 시각과 융복합적 시각, 비교의 시각에서 진주의 민속과 예술을 다뤘다. 눈에 띄는 것은 예술가와 비예술가의 경계를 넘나드는 인물의 작품까지 실었다"고 말했다.
이번 창간호에는 논고나 작품을 실은 작가를 포함, 총 18명이 필진으로 대거 참여했다. 권해주 교수의 발간사를 시작으로 주강홍 경남시인협회장의 축시, 1부 '특별기획'에는 서울대 전경수 명예교수, 경남문화연구원 진주학연구센터 안영숙 박사, 한국미협 상임고문 하미혜 작가가 참여했다.
2부 '민속' 분야에는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 정연학 박사의 '동아시아 소금 생산과 문화 비교 연구', 경상국립대 중어중문학과 한상덕 교수의 '조우 초기 극작에 투영된 중국 민속과 문화', 한국국학진흥원 이현숙 근대기록문화조사원의 '일본 오키나와 시오야만의 해신제 민속', 나래솔한복 김정숙 대표와 동명실크 신상진 대표의 '직금 녹원삼 작품'이 실렸다.
3부 '춤' 분야에는 경상국립대 국어국문학과 강희근 명예교수의 '진주 춤의 유산과 그 계승 발전의 과제-시적 인식과 창작무를 중심으로', 진주문화연구소 남성진 전임연구원의 '진주오광대의 공동체적 신명과 흥취', 국립부산국악무용단 배민지 박사의 '개천예술제에 담긴 진주의 춤 문화유산', 실내악단 '長春봄' 이연복 대표의 '민속예술이 제례악에 미친 영향-의암별제를 중심으로', 프랑스테일러재단 종신회원 류현수 박사의 작품 '춤'이 실렸다.
4부 '차' 분야에는 려민요 이일파 대표의 '대정호다완 작품', 한국문화창업진흥원 김민석 원장의 '오성다도 경의정진다법 소고', 경상국립대 중어중문학과 김덕환 교수의 '현대 중국의 다예 문화에 대한 단상', 토정가 3대 진주요 홍우경 대표의 'K-POT를 통한 한국차 문화생태계 구축', 신구서화연구원 윤효석 원장의 작품 '찻사발' 순으로 저술됐다.
창간호의 특성을 살려 1호에는 경상국립대(옛 진농) 출신 청담스님의 작품 '금강산비로봉도'를 감상할 수 있도록 했고, 특별기획으로 진주의 민속과 예술을 대표하는 글과 작품을 실었다.
진주의 민속 분야는 전경수 서울대 명예교수가 '불과 땅의 정월보름날 진주: 송석하의 민속 사진'이라는 제목의 글을 실었다. 조선민속학의 선구자로 알려진 송석하가 진주의 정월대보름 민속을 보기 위해 직접 방문해 촬영한 사진 3장을 공개했는데 이 사진들은 송석하의 유족들이 1996년 국립민속박물관에 기증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송석하는 1932년 4월 15일 조선민속학회를 조직하고 전국의 민속을 연구했는데 이번에 소개한 사진은 1934년 2월 28일 촬영된 것으로 귀한 자료이다. 모두 진주 수정산을 배경으로 하며 1928년 정인섭이 직접 채록한 진주오광대가 어떤 상황인지 송석하가 직접 확인하면서 진주오광대의 '진주인사'를 소개하고 있어서 진주오광대의 부흥을 위해 누가 관여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전경수 교수는 진주오광대라는 주제로 영문학자였던 정인섭에 의해 진주오광대 대사를 채록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으며 진주가 민속예술학의 발상지라는 별호를 붙여도 좋을 정도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전경수 교수는 진주의 정월대보름날을 문화유산으로 보고 달집으로 표상화된 불의 신앙과 널뛰기로 표상화된 땅의 신앙이 공존하는 상징적인 공간으로 소개하고 있다.
진주의 예술 분야에서는 경상국립대 경남문화연구원 진주학연구센터 안영숙 박사가 진주 최초의 서양화가인 강신호를 발굴해 그 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그의 행적을 추적해 작품과 함께 소개한다. 경상국립대 대학원 철학과와 문화콘텐츠학과 출신인 안영숙 박사는 경남 18개 시군의 문화사를 연구해 활용 방안으로 톨레랑스 기반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을 제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진주지역의 경우 근현대기에 활동한 인물과 가문을 비교 연구하는 과정에서 강재순과 박상순 가문의 경우 진주 지역사의 한 핵으로 자리한 가문이지만 제대로 조명되고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고 진주 최초의 서양화가 강신호의 예술세계를 조명하게 됐다고 한다. 강신호는 독립운동가인 강재순의 막내아들이다. 그는 형평운동가인 강상호와 소년운동가로 알려진 강영호의 동생으로, 휘문고보 시절부터 미술에 재능을 보였으며 동경미술대학 재학 중 국내 미전에 다수 출전해 수상한 것은 물론, 도쿄 우에노 미전에 참가해 수상할 정도로 천재 화가로 알려져 있으나 그 동안 지역에서 제대로 조명되지 못하다가 올해 그의 탄생 120주년에 맞춰 진주총서에서 연구자로서는 처음으로 소개하게 됐다.
눈에 띄는 것은, 강신호가 어떤 계기로 서양미술을 시작하게 됐으며 예술정신을 작품에 어떻게 담으려고 했는지 소개하고 있는 점이다. 진주지역에서 강신호 화백의 가치를 제대로 규명하지 못하다 보니 그의 작품도 어떤 것이 있는지 잘 모르는 실정이라고 한다. 개인 소장 작품인 '강재순 초상', '촉석루의 여명', 일제강점기에 태동한 한국축제 중 가장 오래된 지역축제인 춘향제에 최초로 사용됐던 '최초 춘향 영정'을 통해 강신호 작품을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담론을 마련했으며 그가 추구했던 예술정신과 민족정신을 해석해 내고 있다. '최초 춘향 영정'의 경우 부산 출신 남원 기생이었던 최봉선이 "진주 화가 강씨에게 의뢰했다"라는 기록을 추적해 당대에 진주에서 활동한 화가 강신호가 춘향의 최초 영정을 그렸다는 근거를 확인했다. 작품 전시 개관 하루를 앞두고 남강에서 익사한 강신호의 생전 마지막 모습까지 이번 원고에 실음으로써 강신호를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강신호가 활동했던 당시에 전문가들이 그의 작품을 어떻게 평가했는지 사료를 발견해 그 동안 그의 작품 평가와 관련된 연구가 어려워 학계에서 관심을 받지 못했던 부분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안영숙 박사의 이러한 연구 성과는 경상국립대와 진주학연구센터, 시민단체가 연대해 진주지역 문화 전반의 연구 방향을 확대 모색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 외에도 한국미협 상임고문 하미혜 작가의 '진양호 전경'을 실어 진주시민들의 기억 속에 남은 진양호의 아름다움을 추억할 수 있도록 했다.
나무코포럼의 '진주총서' 발간으로 학자와 예술가가 연대해 진주지역의 문화예술을 다양한 시각에서 연구하고 함께 조명하는 길이 열린 것으로 평가받는다.
나무코포럼은 2020년 10월 23일 남가람 박물관을 기반으로 진주의 문화인들이 모여 창립했다. 인문 및 예술 분야의 전시, 교육, 학술행사를 통해 문화 저변을 확대하고 교류하려는 문화예술인들의 모임이다. 또한 사회구조의 다변화에 따르는 융복합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유대 형성도 도모한다. 이를 위해 남가람 박물관과 공동보조를 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