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24.01.29 12:29:14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이 28일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SNS에 올린 글을 통해 “4월 총선을 겨냥한 공전을 신청하지 않겠지만 그리고 탈당도 하지 않고 국민의힘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당내 대표적인 반(反)윤석열 인사로 꼽혀 온 유 전 의원은 그동안 탈당 후 ‘이준석 신당’인 ‘개혁신당’에 합류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으나 이날 이 같은 관측을 일축하면서 4·10 총선 불출마 의사와 함께 당 잔류를 선언한 것이다.
유 전 의원은 이날 “24년 전, 처음으로 야당인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힘든 시간도 많았지만, 이 당에 젊음을 바쳤고, 이 당이 옳은 길을 가길 항상 원했으며, 처음이나 지금이나 이 당에 누구보다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유 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과 당내 친윤 인사를 겨냥한 듯 “이 당은 한 특정인의 사당(私黨)이 아니라 정치가 공공선(公共善)을 위해 존재하기를 바라는 민주공화국 시민들이 이 당의 진정한 주인”이라며 “이분들을 위한 정치를 해왔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 전 의원은 “오랜 시간 인내해왔고, 앞으로도 인내하면서 우리 정치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복무하도록 남은 인생을 바치겠다”고 다짐했다.
대구에서 4선 의원을 지낸 유 전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 대표 시절 비서실장, 원내대표 등을 지내다가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임명됐으나 박 전 대통령과의 의견 충돌로 눈밖에 나, 비주류로 떠돌다가 ‘박근혜 탄핵 사태’ 당시 탈당해 바른정당(이후 바른미래당·새로운보수당) 창당해 출마한 지난 19대 대선에서 낙선한 데 이어, 20대 대선에서는 윤 대통령에게 경선에서 패했다.
앞서 양향자 ‘한국의희망’ 전 대표와 합당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최근 한 보수성향의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개혁신당 입장에서도 유 전 의원이 역할을 할 수 있을 정도의 당이 돼야 한다는 생각에서 체계를 구성하고 있다. 당연히 함께 할 생각이 굴뚝같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대표는 28일 마포구 정책 홍보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유 전 의원은 지금까지 본인의 거취에 대한 고민이 많으셨고 신중하게 선택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온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당 잔류 판단도) 그 연장선에서 하신 판단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는 “저와 유 전 의원은 바른정당, 새로운보수당, 바른미래당에서 공유한 경험들이 있다. 그런 경험들에 대한 부담이 있었을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당연히 그 뜻을 존중하고 유 전 의원이 선택한 길에 좋은 결과들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한편 이날 유 전 의원이 ‘총선 불출마’가 아니라 ‘공천 신청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는 점에서 당 지도부 요청에 따른 총선 등판 가능성은 열어둔 것으로 보이지만, 그동안 윤 대통령을 향해 각을 세워왔다는 점에서 전략공천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오히려 그보다는 총선 이후 여권 재편에 따른 새로운 역할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유 전 의원과 가까운 한 관계자는 29일 CNB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유 전 의원이 바른정당을 창당했을 때부터 이후 지금의 국민의힘으로 돌아오기까지 상당히 상처를 많이 받았다”면서 “누구보다 깊게 고민했고, 신당이 가는 방향도 다르다고 판단해 결론적으로 당에 남아 자신의 시간을 기다리기로 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에 국민의힘 한 영남권 중진의원은 통화에서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출마를 했으니까 경기도 어려운 지역(험지)에 가면 당도 (유 전 의원을) 포용하는 모양이 되고 유 전 의원도 정치적으로 부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국민의힘 수도권 지역 의원은 통화에서 “일단 유 전 의원에 대한 배신자 프레임이 너무 강력한데도 불구하고 당에 잔류하겠다는 건, 4월 총선 이후 당권을 잡아 당을 진짜 바로 세우려는 마음이 있다는 걸 증명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관측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