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24.01.19 13:06:56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 0.7명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초고령화 추세와 맞물려 국가 존립을 위협하는 위기로 떠오른 ‘저출생’ 대책 공약을 나란히 발표하며 총선 정책 경쟁에 시동을 걸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직접 공약 발표에 참여, 저출생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를 밝히는 등 결혼과 출산, 양육 기피를 해결하기 위해 일·가정 양립, 보육, 주거 등을 총망라한 정책 보완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면서 육아휴직 자동 개시나 인구부 신설 등을 공히, 공약으로 내세웠으나 각론으로 들어가면 차이도 적지 않다.
우선 국민의힘 한 위원장은 18일 저출생 대책 총선 공약 발표하면서 “저출생은 국가 소멸 우려까지 언급되는 미래의 문제지만, 청년들과 부모들의 현재의 문제”라며 “이 문제가 부부간 육아 부담 격차, 대·중소기업의 격차 해소와도 연관돼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민주당 이 대표는 “국가 소멸이 먼 미래가 아닌 당장 우리 발등에 떨어진 당면 과제”라며 “아이를 낳지 않는 가장 큰 원인은 아마 불평등 문제일 것 같다. 특히 자산·소득 불평등 문제가 심각해 이 부분에 대한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국민의힘은 아빠들의 육아 참여 문화를 확산하겠다는 취지에 ‘출산휴가’ 명칭을 ‘엄마·아빠휴가’로 바꾸고, ‘아빠 휴가’를 현행 10일에서 1개월로 의무화하는 공약으로 냈으며, 이와 함께 육아휴직 급여 상한을 현행 150만원에서 210만원으로 올리고, 초등학교 3학년까지 유급 자녀돌봄휴가(연 5일)를 신설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우선 취업 여부와 무관하게 아이를 가진 모든 국민에게 출산 전후 휴가 급여와 육아휴직 급여를 보편적으로 보장하겠다고 공약했으며, 특히 중소기업 소속 근로자의 경우 출산휴가 급여와 육아휴직 급여에 이른바 ‘워라밸 프리미엄 급여’ 50만원을 추가 지원하는 등 ‘일·가정 양립’ 공약도 남성 육아휴직을 강화하고 여성의 경력 단절을 방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아울러 양당은 부모가 직장에서 눈치 보지 않고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관련 절차를 간소화하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신청만으로 자동 개시되도록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며, 민주당도 육아휴직 신청 시 자동으로 육아휴직에 들어가도록 하고, 육아휴직 및 육아기 근로 단축 이후 불이익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국민의힘은 여성가족부 업무를 흡수하고 여러 부처에 흩어진 저출생 정책을 총괄할 부총리급 인구부를 신설하겠다고 주장했으며, 민주당도 저출생 관련 정책 수립·집행을 위한 ‘인구위기대응부’(가칭) 신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는 등 저출생 문제 대응에만 전념하는 인구 관련 부처 신설을 공통으로 공약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날 ‘일·가정 양립’ 분야 공약만 발표하면서 보육·주거 공약은 추후 별도로 발표할 예정인 반면, 민주당은 이날 주거·자산·돌봄 정책까지 한 번에 선보였다.
민주당은 이날 발표한 주거 공약에는 ‘2자녀 출산 시 24평 주택’을, ‘3자녀 출산 시 33평 주택’을 각각 분양전환 공공임대 방식으로 제공하는 내용이 담겼으며, 또한 모든 신혼부부에게 가구당 10년 만기 1억원을 대출해주고, 출생 자녀 수에 따라 원리금을 차등 감면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그리고 민주당 공약에는 8세부터 17세까지 자녀 1인당 월 20만원씩의 아동 수당을 지급하는 ‘우리아이 키움카드’, 출생부터 고교 졸업까지 매월 10만원을 정부가 펀드 계좌에 입금하는 ‘우리 아이 자립펀드’도 포함됐다.
뿐만 아니라 민주당은 현행 중위소득 150% 이하만 신청할 수 있었던 ‘아이돌봄 서비스’를 모든 가정에 제공하고 아이돌보미 돌봄 수당도 확대하는 공약도 내놨다.
하지만 이 같은 저출생 대책을 위한 재원 마련에서는 여야 간 온도 차가 감지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고용보험기금 일부와 기존 조세 수입 등을 투입해 '저출생대응특별회계'를 신설하겠다는 계획인 반면, 민주당은 저출생 패키지 대책에 28조원가량이 소요된다고 보고 기존 정부 예산을 조정하거나 필요하면 추경(추가경정예산)까지도 편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국민의힘 한 위원장은 “좋은 걸 다 모아서 1년에 28조원 재원이 어디서 나오든 상관없는 식의 정책을 제공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고 민주당이 이날 발표한 저출생 정책을 겨냥하면서 “정말 돈이 아주 많으면 아무 문제도 생기지 않는데, 세금으로 나라 살림을 꾸려나가는 사람들로 구호가 아니라 바로 실행할 수 있는 제도”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이 대표는 “합계출생률이 2년 후 0.5명으로 떨어진다고 한다. 있을 수 없는 수치로 국가 소멸이 먼 미래가 아닌 당장 우리 발등에 떨어진 당면 과제”라면서 “많은 원인이 있겠지만 출산을 기피한다는 것은 잔인한 현실”이라고 염려했다.
이어 이 대표는 “민주당은 결혼과 출산, 양육을 망라하는 획기적인 정책 패키지를 준비했다”면서 “여야 간에 의견이 일치하는 건 꼭 총선이 끝나고 할 필요 없이 지금 즉시 입법해서 하고 추경을 편성해서 할 수 있는 건 바로 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