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24.01.08 11:02:45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6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서 “DJ의 유언”이라며 야권 통합을 당부하는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사실상 신당 창당에 대한 반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는 이르면 오는 9일 문 전 대통령의 신당 창당 반대와 당 안팎의 만류에 동반 탈당하는 현역 의원 한명도 없이 ‘나홀로’ 탈당 기자회견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는 7일 오전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 후 기자들과 만나 “이제는 거취에 대해 분명히 하는 것이 옳다”면서 “이번 주 내로 제가 인사를 드리고 용서를 구해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탈당을 예고했다.
이와 관련 이 전 대표측 한 관계자는 8일 CNB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전 대표는 지난 2일 이재명 대표의 습격 사건 이후 공개 일정을 잡지 않다가 지난 6일 김대중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 3일 만에 모습을 드러내며 정치적 행보를 재개했다”면서 “4월 총선의 시간표를 맞추기 위해서는 오는 2월 말까지는 창당을 끝내야 하기 때문에 이번 주에는 당내 상황을 보고 고별 인사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리고 혁신계를 자처하고 있는 ‘원칙과 상식’ 김종민·윤영찬·이원욱·조응천 의원 등 비명계 4인방도 그동안 잔류나 탈당, 불출마, 신당 중 선택해 공동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히면서 당초 지난 3일 관련 기자회견을 하려고 했으라, 이 대표 습격 사건으로 연기했다.
이에 ‘원칙과 상식’ 한 의원은 통화에서 “아직 날짜는 정하지 않았지만 총선 시계가 가고 있어서 무한히 미룰 수는 없기 때문에 이번 주에는 고민들을 해야되지 않겠나 싶다”면서 “이 대표의 상태와 민심을 보고 최후통첩을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으나 ‘이낙연 신당’을 놓고 당내외 반발은 계속되고 있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은 6일 김대중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서 “김 전 대통령은 ‘나는 이제 늙고 병들어 힘이 없으니 젊은 당신들이 나서 야권 통합으로 힘을 모으고 반드시 정권 교체를 이루라’고 신신당부했다”며 “그의 유지에 따른 야권 대통합으로 끝내 정권교체를 해낼 수 있었지만 오늘 우리는 김 전 대통령 앞에서 부끄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 전 대통령은 “정치가 다시 희망을 만들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며 “다시 마주한 위기 앞에서 김 전 대통령의 마지막 유언처럼 우리는 또 다시 민주주의, 민생 경제, 평화의 가치 아래 단합하고 통합해야 한다”고 전했다.
문 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당내에선 “윤석열 정부의 실정에 맞서기 위한 야권 단합 주문과 동시에 신당 창당을 추진 중인 이 전 대표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문 전 대통령은 이날 기념행사 직후 ‘이 전 대표의 창당 가능성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으며, 이 전 대표도 탈당 등 관련 질문에 침묵했으며, 이 전 대표,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문재인 정부 ‘3총리 연대설’이 거론되고 있는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문 전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항상 최고의 말씀”이라며 원론적인 입장만을 밝혔다.
하지만 지난 해 12월 말 이 대표와의 회동에서 ‘사퇴나 통합 비대위 요구 수용은 어렵다’는 답변을 들은 뒤 “제 갈 길을 가겠다”고 밝힌 바 있는 이 전 대표 측은 현재 창당 발기인 인사를 모으는 등 신당 창당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어 당 내에서는 양측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특히 이 전 대표는 오는 9일에는 ‘개혁신당’을 창당을 목전에 두고 있는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를 비롯해 ‘새로운 선택’ 금태섭·조성주 공동대표 등과 함께 ‘한국의 희망’ 양향자 대표의 출판기념회에서 조우할 예정이어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제3지대 빅텐트론과 정계 개편 논의가 힘을 받을 수 있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정치권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나라를 망가뜨리고 있는 양당 독점의 정치 구도를 깨고 국민들께 새로운 희망의 선택지를 드리는 일에 뜻을 같이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협력해야 한다”며 국민의힘 이 전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도 열어놨다는 점에서 성사 여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