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귀국 이후 비공개 강연만 다니며 당 현안 관련 언급을 자제해 오던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최근 연이어 이재명 대표를 비판하면서 ‘신당 창당설’을 비롯해 김부겸·정세균 전 총리 등 문재인 정부 세 총리와의 연합 전선 구축 등 다양한 관측이 난무하는 등 ‘이재명 저격수’를 자처하고 나서 그 배경이 주목된다.
이 전 총리가 이 대표에 대한 포문을 연 건 지난달 28일 자신의 싱크탱크 ‘연대와 공생’이 개최한 포럼에서 “(이 대표의) 리더십과 강성 지지자들의 영향으로 당의 면역체계가 무너졌다”고 날을 세운 이후, 공개적인 자리에 나설 때마다 비판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이 전 총리는 5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는 “(민주당이) 다양성도 인정되지 않고 당내 민주주의도 억압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위험한 지경”이라며 “(그 원인은 이 대표의) 리더십도 있을 것이고, 강성 지지층의 압박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해 이 대표가 소위 ‘개딸’로 불리는 강성 지지층의 눈치를 보면서 당내 민주주의가 실종 위기에 처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지적하기도 헸다.
하지만 이 전 총리는 정작 본인의 행보에 대해서는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 “당에서 총선과 관련한 어떠한 직책도 맡지 않겠다”는 점을 강조하는 등 말을 아끼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 전 총리는 최근 정세균‧김부겸 전 총리 등 문재인 정부의 ‘3총리’와 각각 연쇄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CNB뉴스 취재를 종합해보면 물론, 아직까지는 세사람이 한자리에 모인 적은 없지만, 이낙연-정세균, 김부겸-이낙연, 정세균-김부겸 식으로 돌아가면서 만나 당내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세 전직 총리 중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건 이 전 총리로서, 최근 김 전 총리를 한 번은 문재인 정부 내각 모임에서 여럿이 만났으며, 또 한 번은 각자 ‘믿을 만한 사람’을 데리고 넷이 만나는 등 두차례 만났다고 밝혔다.
이에 이 전 총리는 한 라디오에 출연해 김 전 총리와 대화에 대해 “당 상황에 대해서 걱정을 많이 했다”고 전하면서 “정세균 전 총리와도 따로 만났으며, 정 전 총리가 (민주당 상황에) 많이 속상해해서 이야기가 많이 진척되기 어려울 정도였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 전 총리와 김 전 총리도 최근 따로 만나 두 사람 민주당 현 상황에 대해 “이대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에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대선 이후 일선에서 멀어져 있던 세 사람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활동을 재개한 듯한 모습을 보이자 당내에선 비명계를 중심으로 전직 총리들의 ‘연대설’이 제기되면서 구주류로 호남과 운동권 1세대인 세 사람이 정치적으로 연대할 경우, 현재 민주당의 신주류가 된 이 대표와 ‘개딸’이 상징하는 민주당 친명 체제에 변수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세 전직 총리 중 이 대표와 가장 날카롭게 각을 세우고 있는 이 전 총리는 5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이낙연 출당 요구’에 대해 “당에서 몰아내면 받아야지 어떻게 하겠느냐”고 말해 탈당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도 다른 전 총리들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거기까지는 진척이 안 되고 있으나 (세 사람 모두) 문제의식은 확실히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전 총리는 “당이 충분히 매력 있고 국민이 보기에 신뢰할 만한 상태가 된다면 (신당 창당이나 탈당 같은) 그런 얘기들이 잠재워질 수 있다”면서 “(당 지도부는) 그런 생각을 먼저 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라며 당 혁신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 민주당내 핵심 비명계 한 의원은 6일 CNB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세 사람의 전 총리들의 민주당에 대한 애정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당 원로이자 대표급 인사들이 앞으로 나아갈 올바른 방향을 말하면 이 대표도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직 총리들이 이 대표에게 맞서는 구심점이 되어주길 바라는 눈치가 역력했다.
그러나 중도성향의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무엇보다 세 전직 총리가 아직 한 번도 한자리에서 만난 적 없다는 점은 그만큼 연대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얘기”라면서도 “하지만 상황은 언제든 변할 수 있다. 특히“세 사람이 적극적 연대는 아니더라도 특정 사안에 한목소리를 내는 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도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배제의 정치가 아니라 통합과 단결의 정치가 필요하다”면서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국민들의 판단을 받는 것이 정치로서 상대의 의견에 대해 과민하게 반응할 것이 아니다”라 이 전 대표 출당 청원을 올리는 강성 당원들을 향해 자제를 촉구하면서 2만명이 넘은 청원안에 대한 삭제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CNB뉴스=심원섭 기자)